▲ 아디다스가 지난 주 6일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한 스페이스 X 우주선에 신발 밑창에 섞어 넣을 수십 개의 플라스틱 알갱이를 실어 보냈다.    출처= Adida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독일의 스포츠용품 제조사 아디다스(Adidas)가 과학이라는 명목으로,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더 편안한 신발을 만들기 위해   국제우주정거장에 신발 부품을 보냈다.

아디다스는 지난 주 6일 밤 11시 50분(미 동부시간)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Cape Canaveral) 공군기지에서 발사한 스페이스 X 실험 우주선에 신발 밑창에 섞어 넣을 수십 개의 플라스틱 알갱이를 실어 보냈다. CNN에 따르면 이 플라스틱 알갱이들은 4500파운드(2040kg)의 다른 공급품들과 함께 우주선에 실렸다.

지난 10년 동안 미 항공우주국(NASA)은 스페이스X와 협력해 국제우주정거장에 살고 있는 우주비행사들에게 수천 파운드의 음식, 세면도구, 기타 물품들을 공급해 왔는데, 그 화물들 가운데에는 종종 유명 회사들의 연구 실험물들이 포함되었다.

이번에 아디다스가 보낸 플라스틱 알갱이는 분자 구조가 다른 두 개의 폴리머로 만든 것으로, 우주비행사들이 이 플라스틱 알갱이가 무중력 상태에서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관찰하게 될 것이라고 아디다스는 설명했다.

아디다스의 기계공학자 헨리 핸슨은 "이번 실험으로 우리 연구원들이 소재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선수들이 새로운 성과를 냄과 동시에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신발 밑창을 설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과연 운동선수들은 이 연구 덕택에 이 신발을 신고 새로운 기록을 낼 수 있을까? 그것은 오직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다. 그러나 아디다스는 이 실험이 중요한 마케팅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지난해 국제우주정거장 국립연구소(ISS National Lab)와 제휴해 우주에서 사상 첫 신발 연구를 수행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180달러짜리 '스페이스 레이스'(Space Race) 운동화를 선보였다. 그 신발에는 무지개와 같이 색이 변하는 밑창이 달려 있고 위 덮개에는 ISS National Lab의 패치가 붙어있다.

▲ 아디다스(Adidas)는 "이번 실험으로 우리 연구원들이 소재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선수들이 새로운 성과를 냄과 동시에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신발 밑창을 설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출처= Adidas

이와 같은 우주 관련 마케팅 전략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 2015년에는 버드와이저가 우주정거장에 보리씨를 보내면서 '화성에서 첫 맥주'를 양조할 계획이라는 글을 온라인에 올렸다. 지난 해7월에는 미국 케이블 및 위성 텔레비전 채널 니켈로디온(Nickelodeon)이 어린 학생들의 과학, 기술, 공학 분야 진출을 장려하기 위한 홍보 활동의 일환으로 녹색 점액 한 방울을 우주 정거장에 보냈다. 니켈로디온은 이 점액이 무중력 상태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비디오로 촬영해 어린 학생들을 위한 커리큘럼 개발에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ISS National Lab의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인 패트릭 오닐은 "비록 기업들이 광고 효과를 노리기 위해 이러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학적 가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우주 정거장에서의 민간 연구를 장려하는 것이 우리 연구소의 임무이지요.”

예를 들어 기업들은 우주정거장 실험을 설계하고 필요한 물품을 포장해 보내는 비용만 부담하면, NASA는 그 실험의 결과에 대한 모든 지적 재산권을 해당 기업이 소유하도록 허용한다.

이에 따라 많은 제약회사들은 우주 왕복선 시대가 시작된 이후 약품 연구를 우주 궤도에 보내고 있다. ISS National Lab은 그 동안 50여개의 민간 기업으로부터 200여 개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샤워기 제조업체 델타 포셋(Delta Faucet)도 지난 6일 스페이스X가 발사한 우주선에 실험물을 실었다.

그러나 ISS National Lab은 제안된 프로젝트들이 정당한 연구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검토할 책임이 있다. ISS의 패트릭 오닐은 일부 회사들이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만큼 마케팅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기업들의 홍보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닐이 주장하는 바처럼, 민간 기업들이 우주에 기반을 둔 연구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산업 전반에 도움이 되며, 그것은 자라나는 새로운 세대의 과학자와 우주비행사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

NASA는 마케팅 지침을 엄격히 유지하면서 가능한 많은 회사들이 실험과 광고를 병행할 수 있도록 최대한 허용하고 있다. 물론 아디다스는 이번 실험에도 불구하고 ‘스페이스 레이스’ 운동화나 그 광고에 NASA 로고를 사용할 수 없으며, 단지 ISS National Lab의 엠블렘만 사용한다.

조지워싱턴대학교의 헨리 허츠펠드 우주정책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일반 소비자들이 기업들의 마케팅 주장이 NASA에 의해 승인되거나 홍보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영업 홍보는 NASA의 임무가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