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심상치않게 돌아가는 가운데 한중일 동북아시아 3개 나라의 신경전도 극에 달하고 있다. 전염병 차단에서 시작된 각 나라의 행보가 경제적 파급력을 일으키며 이와 관련된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한국의 경제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제2의 한일 경제전쟁 펼쳐지나
일본이 한국을 대상으로 일방적인 비자면제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한국도 9일부터 일본을 상대로 비자면제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일본의 강경한 조치에 한국이 맞대응에 나서는 사실상 정면충돌이다. 실제로 일본 외무성은 중국과 한국 국적자가 받은 모든 비자 무효를 선언했으며 한국, 마카오, 홍콩 여권 소지자의 무비자 입국을 한시적으로 정지시켰다. 또 한국과 중국을 경유한 일본인도 격리대상에 포함시키는 초강수를 뒀고 이에 한국도 비슷한 수준의 비자면제 중단이라는 맞불을 놨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면서 일본이 최근 한국을 대상으로 입국제한 조치를 취한 것을 두고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서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일본이 사실상의 전면 일본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린 가운데 “과도하고 불합리한 조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 발 더 나아가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6일 일본 수출규제 관련 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은 일본 수출규제 사유를 제거했으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일본은) 조속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나라의 강대강 대치에 세계보건기구 WHO도 우려하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의 WHO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코로나19라는 공동의 적과 대면하고 있다”면서 “모든 국가가 화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의 파격적인 조치에 한국도 물러설 수 없다는 점을 밝히며 사태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일본의 무분별한 조치에 한국이 주권국가 입장에서 맞대응을 하는 것까지는 반대할 수 없으나, 이번 충돌로 재계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지정한 후 한국이 동일한 조치로 맞불을 놓으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고, 그 연장선에서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계에 상당한 후폭풍이 있었다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직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비자면제라는 최악의 상황이 겹칠 경우, 국내 대표 산업군의 피해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문제가 코로나19 사태를 넘어 한일 두 나라의 정치적인 상황과 밀접하게 얽혀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일본이 한국을 겨냥해 비자면제를 선언했을 당시 외교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중론이었다. 일본은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추이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이유로 비자면제를 선언했으나, 오히려 외신은 한국의 투명하고 강력한 방역 시스템에 높은 점수를 주고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일본의 비자면제 선언은, 코로나19 사태로 궁지에 몰린 아베 정권이 한국을 공격하면서 지지층 결집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도 여기에 밀리지 않고 동일한 수준의 제재를 가했기 때문에 당분간 두 나라의 관계는 한층 악회될 가능성이 높다. 두 나라의 조치에는 코로나19 문제를 넘어 정치적인 결단이 섞여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에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낮다. 일본의 공격과 한국의 맞대응이라는, 지난해 벌어진 한일 경제전쟁이 다시 반복되는 셈이다.

중국과의 오묘한 줄타기
코로나19 사태로 한일관계가 다시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편이다.

일본이 지난 5일 한국을 대상으로 비자면제를 발표한 직후인 6일 중국이 한국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지원을 발표한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6일 한국에 N95 마스크 10만장과 의료용 외과 마스크 100만장을 비롯해 의료용 방호복 1만벌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 현지의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감소되는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대규모 지원의사를, 일본의 한국에 대한 비자면제 중단 선언 하루 후 공개한 셈이다.

현재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일본을 방문하려던 일정을 취소했으나, 4월 한국을 방문하는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적인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즉 한국과의 협력관계를 최소한의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일본이 한국에 비자면제 발급이라는 공격을 감행하자 적극적으로 한국에 손을 내민 셈이다. 한국도 이와 관련해서는 전향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인 논쟁도 불거진다. 당장 정부를 향해 '중국을 향해서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으면서 일본에 대해서만 강경한 대처에 나선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중국과 일본에 대한 비자정책의 차이와 현재 취하는 방역조치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비자정책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는 일본을 대상으로 무비자 정책을 적용하고 있고 중국은 그렇지 않다. 중국인의 경우 제주도에는 무비자로 들어올 수 있으나 그 외 지역을 방문하려면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한국은 제주도의 중국인 무비자 정책을 중단했고, 중국인 자체에 대한 비자발급도 강화했다. 나아가 14일 내 후베이성 방문 이력이 있는 모든 외국인에 대한 입국을 전면 중지시켰다. 그러나 중국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한국에서 출발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14일간 자가격리를 취하고 있을 뿐 그 이상의 제도강화는 나서지 않고 있다. 최근 중국으로 향하려는 한국인의 비자 발급이 사실상 어려워지기는 했으나, 이는 한국이 이미 중국에 취하고 있는 정책과 동일한 수준이다.

그런 이유로 한국 정부는 '일본에만 강경하게 대응하고 유독 중국의 눈치를 본다'는 프레임을 적극 반박하고 있다. 당장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8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일본과 중국에 대한 조치를 두고 "국민의 보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감염병 유입에 대한 철저한 통제에 주안점을 두고 내린 결정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취한 일본에 대한 조치는 일본의 소극적 방역에 따른 불투명한 상황, 지리적 인접성 및 인적 교류 규모, 일본 내 감염 확산 추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며 "일본의 과잉 조치에 대한 한국의 조치는 코로나19 대응 3원칙에 따라 일본과는 다른 절제된 방식이다. 일본은 14일간의 한국인 격리 조치 외에 한국인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와 기 발행된 비자의 효력까지 정지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일본처럼 국내 입국자 14일 지정장소 대기 요청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게 아니라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하기로 한 점을 들며 "신중하게 절제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특별대우를 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강 대변인은 "정부는 중국 내 확진자 집중지역인 우한시와 후베이성 등에 대해서는 입국을 금지하고 있고 특별입국절차를 신설해 면밀히 조사, 체크해왔으며, 사증 심사에 있어서도 강화된 조치를 실시한 바 있다"면서 "중국은 감싸고, 일본에만 초강경이라 주장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줄타기 시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한국은 내부적으로는 방역에 집중하는 한편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통해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꾀하는 분위기다. 나아가 중국과 일본의 관계에 있어서는 일본의 강경한 정책에 동일하지만 다소 낮은 수준의 대응을, 중국에 대해서는 시의적절한 대응을 번갈아 전개하는 정책적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사태가 길어지면 역시 경제적 관점에서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본과의 대치가 길어지면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고, 중국과의 제한된 거래도 결국 후폭풍이 막심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이 한국인에 대한 비자발급을 사실상 중단하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주재원들의 중국 입국 등에 큰 애로사항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 상황에서 한중일 동북아 삼국이 항공이나 배편을 이용한 교역에서 코로나19 타격을 입는 수준은 아니다. 실제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 따르면 현지서 총 23개 국가물류허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으며 입주 기업의 업무 개시율은 70%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슷하다.

그러나 상황이 심각하개 돌아갈 경우 여객제한을 넘어 그 이상의 조치가 취해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