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과 3월, 졸업과 입학시즌이 되면 졸업식장과 입학식장 주변에는 꽃다발이 넘쳐난다. 이때만큼 꽃집이 활기를 띠는 때도 없다. 그러나 요즘은 졸업대목이라는 표현이 꽃시장에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경기가 악화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돼 꽃 수요가 줄어든 것은 물론 한파와 기름값 상승으로 화훼농가의 생산량이 줄어들었다. 이에따라 전체적으로 물량은 줄고 꽃 값은 오르는데 소비는 급감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얼어붙은 꽃시장의 현장을 발로 뛰며 여러 현상들을 짚어본다. 꽃 향기와 돈 냄새가 어떻게 버무려지고 있는지도 조망해봤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 꽃 시장, 졸업시즌이 끝나서인지 찾는 사람도 없이 썰렁하기만 하다. 간혹 몇몇 사람이 시장을 둘러보며 꽃가격을 묻고는 한참 고민하다 꽃 바구니 하나를 사들고 가기도 한다.

이 곳의 꽃다발 가격대는 2만5000원~ 3만원대. 졸업시즌인 2월 둘째주에는 기본이 3만~4만원대였지만 졸업시즌이 끝난 요즘 입학시즌과 화이트데이를 눈앞에 두고 5000원 가량 가격이 내렸다. 장미 한단 가격도 2만5000원. 한송이 가격이 2500원 수준으로 전년대비 약 8%로 정도 올랐다.

한 꽃집 직원은 “요즘은 졸업시즌 마무리와 결혼 및 축하행사를 기피하는 음력 2월기간(2월 22일~3월21일) 이라 소비가 더욱 줄어드는 시기” 라며 “졸업시즌 역시 작년에 비해 10% 정도 판매량이 줄어든 것 같다” 고 말했다.

출하량·수요줄고, 생산비·가격 급등 악순환연중 꽃소비가 가장 많은 졸업시즌인 2월, 대목을 바라던 꽃시장과 화훼농가는 기대만큼의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 늦겨울 한파가 찾아와 꽃 출하량이 줄면서 가격이 크게 오른데다 졸업시즌 소비역시 급감했기 때문이다. 양재동 화훼공판장에 따르면 한참 졸업시즌인 2월 2~3주(2월 6일~2월18일까지) 장미 가격은 장미 1속(10송이) 기준 도매가로 2011년 7331원에서 2012년 7728원으로 약 5.4% 올랐고, 안개꽃은 2011년 7547원에서 2012년 8,582원으로 약 14% 올랐다. 프리지아 가격은 무려 18% 오른 반면 거래량은 장미와 안개 모두 약 14% , 프리지아는 19% 감소했다. 졸업시즌 인기 꽃 품목 외에도 전체적으로 꽃 값은 지난해 보다 10% 정도, 물량은 5% 정도 감소했다.

이처럼 거래량이 줄어든 이유는 55년만에 찾아온 한파와 일조량 부족으로 작황이 줄고 여기에 기름값까지 증가해 화훼농가들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불경기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역시 거래량 감소에 영향을 줬다. 소비는 줄어드는데 기름값이 치솟자 화훼농가들이 재배면적을 줄이면서 대응했고 그 결과 생산량 감소의 원인이 됐다. 이러다 보니 우리가 꽃집에서 장미 한 송이를 살 때 한 송이 가격이 무려 2000~2500원까지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졸업시즌인 2월 2, 3주는 1년 중 대목시즌인 만큼 그나마 사정이 나은편이다. 졸업시즌이 끝나고 아직 3월 마지막 대목이라 할 수 있는 화이트데이(3월 14일)를 눈앞에 둔 요즘은 물량이나 가격 모두 침체기다. 양재 aT화훼공판장의 2월 넷째주인 2월20일에서 25일의 거래물량을 보면 전년대비 약 11% 감소했으나 평균가격은 약 31%나 증가했다.

유가상승과 한파로 인해 올해 꽃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7% 줄고 가격은 10% 상승했다. 사진(위)은 양재 aT화훼공판장 경매장. 화환의 재사용을 막기 위해 정부와 한국화원협회가 대안으로 제시한 ‘신화환’ 모델(사진 아래).

지난 3월 2일 자정 양재동 화훼공판장의 절화류 경매현장 역시 전체적으로 물량이 감소해 있었다. 3월의 대목인 화이트데이와 웨딩시즌을 겨냥해 장미와 백합류를 구매하려는 도매상인 100여명이 모여든 경매현장에서는 졸업시즌에 비해 물량과 가격 모두 감소된 분위기 속에 차분히 장을 마쳤다. 이날 백합만 약 200만원 이상 구매한 양재꽃시장 도매상가의 최모씨는 “화이트데이보다는 웨딩시즌과 교회 사순절 기간( 2월 22일~4월 7일) 수요로 백합을 구매했다” 고 말했다.

양재 aT화훼공판장 권영규 경매실장은 “ 3월 초는 입학시즌으로 프리지아 판매량이 높아지는 시기지만 전체적으로는 절화류보다는 초등학생 환경미화와 기업 및 교직원의 인사철로 인해 관엽이나 초화 등의 분화류 매출이 상승하는 시기” 라며 “졸업시즌에는 장미, 안개 등의 절화류가, 입학시즌에는 관엽이나 초화등의 분화류가 호조기” 라 시기별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꽃장식 및 화환 등 재탕 삼탕도 꽃 불황 부추겨생산량 감소로 졸업시즌과 입학시즌 풍경이 침체기인데 반해 고급호텔이나 웨딩홀의 꽃장식 비용은 천만원대를 호가하고 있다. 연예인들이 주로 찾는 하우스웨딩으로 유명한 특급호텔 A의 웨딩비용은 하객 200명 기준 기본비용이 7880만원. 그 중 꽃장식 비용이 1300만원부터 시작된다. 꽃장식은 필수라 호텔이 아닌 다른 꽃집을 이용할 수도 없고 기본가에서 옵션(꽃의 종류 및 유색의 꽃 첨부, 장식 모양 등) 을 추가하면 1300만원 기본가에서 오히려 값이 오른다.

그러나 꽃 값 1300만원 중 실제로 들어가는 재료비는 약 500만원 수준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나머지 800만원은 과시문화를 위한 겉치례일 뿐이다. 그러나 꽃 전문가들은 '꽃의 관상학적인 요소(미학적인 요소)에 가치를 둬야할 뿐 일반적인 꽃 재료값으로 비싸다고 할 문제는 아니다'라는 것이 중론이다.

1000만원을 호가하는 호텔 꽃장식 뿐 아니라 일부 호텔 및 웨딩홀의 꽃장식 등이 재사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멀쩡한 꽃들과 섞어 재사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꽃장식 꽃보다 농가에 피해를 주며 공공연하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화환’의 재사용이다. 한국절화협회 등 화훼류 생산자단체에 따르면 결혼식과 장례식 등에 사용되는 화환은 약 1년 동안 약 700만개의 화환이 유통되고 있으나 그 가운데 20~30%가 넘는 화환이 재사용돼 이로 인한 농가 피해는 5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화환을 만들 때도 상당수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조화를 생화와 함께 섞어 사용해 화환 1개당 조화 사용비율이 20~30%나 된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꽃을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 낭비라는 의견도 일리가 있으나 재사용되면 농가와 소비자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데 중간 유통업자만 그 이득을 챙기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역시 화환의 재사용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다양한 방법으로 도입하고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정부와 한국화원협회가 보급중인 ‘신화환’이다. 정부는 우선 천편일률적으로 제작되는 3단 화환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지난해부터 생산자단체·화원업체 등과 함께 화환문화 개선 프로젝트에 착수, 디자인 공모를 통해 1단으로 된 신화환 모델을 개발해 본격적인 보급 채비를 갖춘 상태다.

화환업계의 한 관계자는 “3단 화환은 크기가 너무 커 결혼식장과 장례식장 등에서 식이 끝난 후 폐기하기가 어려워 전문수거업체까지 성업중이고, 이렇게 수거된 화환은 대부분 폐기되지 않고 재탕화환으로 둔갑하지만 1단으로 구성된 신화환은 크기가 작고, 다양한 모델로 작품성까지 갖춰 식이 끝난 후 참관객들에게 꽃을 나눠 줄 수도 있다” 며 “신화환이 기존 화환의 문제점을 크게 해소할 수 있을 것” 이라 기대했다.

미니 인터뷰 | 양재 aT화훼공판장 권영규 경매실장“유가상승 화훼농가 감내수준 넘었다”

2월말, 3월초인 요즘 꽃시장 분위기는 어떤가?올해 2월 졸업시즌은 늦겨울 한파와 유가상승 등으로 꽃생산량이 줄고 경기가 어려워 소비심리가 위축돼 소위 ‘대목’의 즐거움은 못느꼈다. 2월 꽃 값은 지난해보다 10% 상승하고 거래량은 5~7% 정도 줄었다. 졸업시즌에 비해 입학시즌은 장미나 프리지아 등 절화류의 판매 및 가격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되레 입학시즌에는 절화류보다는 초등학교의 학급미화, 기업 및 교직원들의 인사철로 인해 초화와 관엽등 분화류가 호조기인 시점이다.

올해 꽃의 출하량이 줄어든 이유는 무엇인가?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먼저 유가상승으로 인해 화훼농가의 겨울농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예를 들어 1000평 정도 재배면적의 보일러 기름 사용량이 약 2드럼으로 약 400리터 정도 되는데 이에 대한 비용이 약 40만원 정도다. 최소 매일 40만원 이상의 꽃이 판매되야 한다는 이야긴데 이것조차 어려운 것이 화훼농가의 현실이다.

화훼산업이 각광을 받는다고 알고 있는데 화훼농가가 어렵다는 것은 대체 무슨 말인가?꽃의 개방화로 화훼산업이 각광을 받으면서 화훼 쪽으로 대거 작목 전환이 이뤄졌지만 늘어난 생산비, 꽃 소비 감소, 수입꽃 증가 등으로 농가들의 경영난은 심각하다. 국내 화훼농가는 지난 1990년 8,945농가(3,503㏊)에서 2010년엔 1만347농가(6,829㏊)로 증가했으나 국민 1인당 연간 꽃 소비액은 2005년에는 2만870원까지 올랐으나 2010년엔 1만6098원에 그친 상태다. 게다가 유가상승은 물론 난방비가 많이 들어가는 겨울철에 꽃 수입까지 증가해 국산꽃의 가격 폭락을 불러와 난방비 조차 건지지 못하고 폐업하는 실정이다.

꽃 소비량 역시 급감하고 있는데 이처럼 화훼산업이 위축되는 이유가 무엇이라 보는가?우리나라는 꽃을 사치품으로 여기는 풍토가 있다. 대표적으로 공무원 행동강령을 보면 ‘3만원 이상 꽃선물을 받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조치가 있어 마치 ‘꽃을 뇌물과 동일시’하는 인상을 준다. 이러한 문화가 농가들의 숨통을 더 조이고 있다. 졸업 선물 풍토도 바뀌어 이젠 꽃은 사진촬영을 위해 형식적으로 한 개만 구입, 나머지는 스마트폰이나 아웃도어, 명품, 현금 등의 선물이 대세다. 기름값은 올라 생산환경은 나빠지는데 소비풍토가 이러하니 점점 농가들이 재배면적을 줄여나가는 것이 현실이다.

최원영 기자 uni3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