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국내 유화업계가 정제마진 축소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전반적인 업황 부진으로 올 1분기 실적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2월 한달간 납사가격이 전월 대비 15.2%가량 하락하는 등 대부분 제품가격이 떨어지면서 매출액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 6일 유화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부타디엔(BD) 가격은 1월 대비 23.7% 감소했고, 에틸렌과 프로필렌은 전월 대비 각각 6.7%, 5.9% 하락해 가격 약세가 두드러졌다.

올레핀 가격 하락으로 합성수지, 화섬제품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합성원료인 PX(파라자일렌), PTA(테레프탈산)은 전월 대비 각각 6%, 3.5% 하락했고 폴리에틸렌(HDPE), 저밀도폴리에틸렌(LDPE)도 각각 5.8%, 4.4% 감소했다. 1분기 마지막 달인 3월에도 코로나19로 인해 시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실적 하락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제품가격 하락으로 주요 석유화학 기업의 기업가치(Valuation)는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8년~2019년 수준까지 하락했다는 결과가 나와 이목을 끌고 있다. 윤재성 하나금융그룹 애널리스트는 지난 5일 “최근 석유화학 업체의 주가 하락세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현재 대부분의 석유화학 업체의 기업가치는 금융위기 수준까지 하락했다”고 밝혔다.

유화업계의 주가는 전방산업의 업황부진에 가격 약세가 이어지면서 크게 떨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전방 업체 가동률 하락, 물류제한, 최종소비 침체로 중국내 화학제품 재고 증가세가 뚜렷하고, 국내 기업도 크래커 가동률 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달 경기가 급랭하면서 SK에너지를 비롯해 한화토탈, LG화학은 에틸렌 등 주요 제품의 생산량 감축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황 악화로 유화업계의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롯데케미칼은 공장 사고까지 겹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4일 새벽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의 납사크래커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는 압축기 화재로 추정되고 있다. 대산 공장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110만톤으로 롯데케미칼 연결기준 전체 에틸렌 생산능력의 26.7%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 피해 규모와 화재 원인에 대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압축기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라면 재가동까지 최대 6개월이상 걸릴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한편 석유화학업계 대표 주자인 LG화학은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최근 전지사업부문 분사를 잠정 보류했다. 이에 따라 사업개편을 위한 실무절차를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LG화학은 성장성이 높은 전지사업을 독립법인으로 분리해 운영하기로 검토했다. 올해 LG화학은 전지부문에서만 매출 목표를 15조원가량 잡을 정도로 성장 기대가 높았다. 

LG화학은 현재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와 폴리올레핀(PO)공장 증설로 조달비용 부담이 높아졌고 경기 부진에 따른 시황악화가 길어지면서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 하락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경기부진으로 석유화학 부문의 시황 악화가 장기화될 경우 실적 보완이 어려워 지는 만큼 전지부문 분사를 보류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지부문에서 영업이익이 증가할 경우 석유화학부문에서 실적이 감소해도 전체적으로 상쇄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기준 LG화학의 석유화학부문 영업이익은 1조4178억원으로 전년 2조314억원 대비 30.2% 축소됐고, 영업이익률은 9.1%로 전년 대비 2.9%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