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5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경선 하차를 선언했다. 지난달 3일 민주당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에서 깜짝 1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밴드 시장,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에 이어 세 번째 거물의 낙마다.

워런 상원의원이 경선 하차를 선언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맞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쟁은 중도 진영을 대표하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민주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슨 상원의원의 양강구도가 될 전망이다.

워런 상원의원은 한때 민주당 경선 후보군 중 인물 호감도 1위에 오르며 승승장구했으나 지난 3일 14개 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진행되는 수퍼 화요일에서 참패했다. 지역구인 매사추세츠주마저 3위에 이름을 올리며 체면을 구겼고, 결국 경선 하차를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워런 상원의원의 낙마는 미국 민주당 경선은 물론 미국 대선, 나아가 실리콘밸리 업계에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구글 및 애플 등 글로벌 ICT 기업의 거대 플랫폼 정책을 비판하는 대표적인 정치인으로 활동하며 ‘거대 ICT 기업들을 분리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펼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워런 상원의원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시장 독과점을 비판하며 “시장은 경쟁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 해체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ICT 기업들의 강력한 플랫폼 경쟁력이 여전한 상황에서 시장의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 일부 기업을 강제로 ‘쪼개야 한다’는 뜻이다.

워런 의원은 또 “아마존과 구글 등은 우리의 경제와 사회, 문화에서 너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경쟁을 거부하며 우리의 개인정보로 돈을 벌고 있다”고 맹비난에 나서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두고 “워런 의원이 2020년 대선을 준비하며 테크 기업의 해체를 공약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런 상원의원은 자산 5000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슈퍼리치에게 일정 자산 초과분에 대해 연간 2~6%를 세금으로 내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부유세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며, 대부호로 거듭난 실리콘밸리 인사들을 정조준하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꾸준히 부자 증세에 찬성해오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도 “워런 상원의원의 공약은 현실성이 없다”고 반발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워런 상원의원이 미국 민주당 경선에서 하차하자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위기다. 특히 실리콘밸리 기업의 과도한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기업을 쪼개야 한다던 급진적인 주장이 한 풀 꺾였다는 점에서 안도하는 눈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