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효과 기존 약물 확보 중요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 주목

한국 주요 제약사 치료제 개발 착수

▲ 전자현미경으로 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자현미경 확대 사진으로 바이러스 입자를 둘러싼 돌기들을 관찰할 수 있다. 이는 바이러스 입자들이 왕관모양의 돌기를 나타내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이름으로 지어졌다. ‘코로나’는 라틴어로 왕관을 뜻한다. 출처=마크로젠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질 않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용 의약품은 아직 개발되지 않아 임상 현장에서는 의료진이 대증치료(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법)를 하면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백신과 신약개발에는 10여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각종 바이오 기술을 적용해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약 찾기'에 분주하다.

한국 및 글로벌 곳곳서 치료제 개발 착수

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두 제약사의 의약품이 코로나19 확진자에게 투약되고 있다. 항바이러스제 연구개발(R&D) 전문 기업 이뮨메드는 신약으로 개발 중인 항바이러스제 ‘HzVSFv13주’를 ‘치료목적 사용승인 제도’를 통해 코로나19 확진자에게 투약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의 한국 지사인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는 기존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의 코로나19 확진자 대상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치료목적 사용승인 제도는 임상시험용의약품을 임상 목적이 아닌 환자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치료제가 없는 특수한 사례에만 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든 제도다. 이뮨메드는 서울대병원 의료진,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들과 투약 후 약물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합동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는 지난달 27일 식약처로부터 기존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중등도 코로나19 확진자에 투여하는 임상 3상 시험을 허가 받고 이를 진행 중이다. 이번 임상은 서울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 경북대병원에서 중등도 120명, 중증 75명 등 총 195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질병관리본부의 코로나19 국책 과제 ‘20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용 단클론 항체 비임상 후보물질 발굴’ 공고에 지원했다. 이 기업은 정부로부터 완치자의 혈액을 받아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의약품 ‘램시마’와 같은 항체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GC녹십자도 질병관리본부가 수행하는 사업에 응모해 코로나19 관련 백신과 치료제 후보물질 발굴에 나설 방침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면역항원 제작 및 평가기술 개발’에 지원해 신종 감염병이 유행할 시 빠르게 적용이 가능한 백신 제조 기술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30여개 남짓의 항바이러스제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테스트되고 있다. 코로나19 특정 균주에 대해 이용가능한 치료 옵션이 없으므로 발병 직후부터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와 과학자들은 ‘약물 및 약물 후보 축적 도서관(Asset Library)’에서 약물 및 백신 포트폴리오를 검토해 도움이 될만한 연구가 있는지 지속해서 확인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제로는 애브비의 ‘로피나비어/리토나비르 복합제’와 GSK의 ‘자나미비르’, 로슈ㆍ머크ㆍ바이엘의 ‘인터페론’ 등이 포함돼 있다.

신약개발은 10년 소요…기존 의약품 주목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백신이나 치료하는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것이므로 신약후보물질 발굴, 독성시험, 전임상(동물실험), 임상 1상(안전성 시험), 임상 2상(용량 및 효능ㆍ안전성 시험), 임상 3상(대규모 시험), 품목허가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기간은 평균 8~15년이다.

▲ 신약개발 절차. 출처=NICE신용평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SARS)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 등이 유행했을 시에도 각 제약바이오 기업과 기관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그만큼 신약개발은 어려운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도 신약이므로 절차를 다 지켜야 한다. 빨리 개발한다 할지라도 몇 년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개발을 진행한다고 해도 마지막에 실패할 수 있는 것이 신약개발”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이미 출시된 의약품이 임상 3상을 거쳐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을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치료제 발굴로 보인다. 이는 약물 재창출(드럭 리포지셔닝)이라고 불린다.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알버타 대학 연구진은 렘데시비르는 바이러스의 RNA 사슬에 렘데시비르가 포함되면 바이러스 증식이 억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코로나바이러스는 RNA를 유전물질로 삼는 RNA 바이러스다.

일본계 글로벌 제약사 다케다약품공업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환자의 혈액에서 항체를 채취 및 농축해 만드는 ‘고면역 글로불린’을 이용해 치료제를 만들었다. 해당 치료제를 확진자에게 투여할 시 면역력이 높아져 감염을 극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케다는 지난해 1월 영국계 제약사 샤이어를 인수했다. 샤이어는 혈액에서 유래한 의약품을 개발하는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이다. 이 기업의 고면역 글로불린은 중증 감염증에 대해 치료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케다 관계자는 “이미 관련 특정 기술은 마무리됐다”면서 “별도로 기존 약품이나 신약후보물질 중에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는 물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