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LG화학이 배터리사업 분할 작업을 잠정 보류한다. 자연스럽게 현대차와의 협력 가능성 타진도 사그라들 전망이다.

4일 LG화학은 배터리사업 분할에 대해 “당사가 처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전지 사업 분할관련 검토를 잠정 보류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전지사업은 기존과 동일하게 운영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LG화학은 올해 3·4사 분기 안에 전지 사업부문을 분할하기로 확정하고 독립법인을 만드는 한편 현대차와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기로 했으나 ESS(에너지저장장치)화재 결과에 따른 대규모 손실처리에 이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까지 악재가 이어지면서 사업 재편을 위한 실무절차를 모두 종료한 분위기다.

이에 앞서 LG화학은 배터리시장의 성장성을 감안해 지난해부터 사업재편에 대한 움직임이 확대한 바 있다. 차동석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최근 실적발표에서 사업방식이 서로 다른 석유화학 부문과 전지 사업부문이 같이 있어 장점도 많지만 투자 우선순위나 여러면에서 각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LG화학은 배터리 사업부문을 분할하고 기업공개(IPO)도 동시에 추진해 대규모 자금확보에 나설 것으로 기대됐으나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LG화학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의 시황 악화와 ESS화재 충당금 인식으로 지난해 실적이 하락했지만, 최근 전기차 배터리(EV)를 담당하는 전지사업본부를 물적분할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연일 상승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LG화학은 전기차 돌풍을 주도했던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시장 성장성을 증명했지만, 이번 결정으로 당분간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질 전망이다.

당초 LG화학은 주업인 석유화학과 배터리 사업부문의 특성이 달라 배터리 사업부문을 독립경영을 통해 사업을 키울 계획이었다. 특히 전지사업은 분할 할 경우 LG그룹의 차기 주력 계열사로 꼽힐 정도로 시장 성장성이 높았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 결정이다. 실제 지난해 LG화학의 전체 영업이익은 12년만에 1조원이하로 감소했지만 전지부문의 성장 기대로 시가총액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한편 올해 안으로 진행하려 했던 전지부문 사업 분사가 잠정보류되면서 재무부담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LG화학은 전지분할을 분할한후 기업 공개(IPO)를 통해 배터리 사업을 위한 투자 자금을 대규모로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현재는 공모채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LG화학은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과 PO(폴리올레핀) 생산 증설을 위해 올해 1조2332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지난달 공모채 시장에서 9000억원을 조달했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부문에도 수요를 맞추기 위해 증설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자금조달이 중요한 상황이다. 최근 LG화학은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있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증설하기 위해 인근 가전공장을 인수했다.

이는 급성장하고 있는 유럽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 였다. LG화학이 매입한 공장은 터키 가전업체인 베스텔의 가전제품 조립공장으로 인수가격은 3140만달러(약 374억원)으로 알려졌다. LG화학 측은 계약과 관련해 “향후 생산설비 증설을 대비한 부지확보 차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