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터 3법 통과로 의료 및 제약바이오 업계에 혁신이 일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세의대 김은경 교수가 루닛 인사이트 MMG를 사용하고 있다. 출처=루닛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분야에서 원유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데이터다. 의료 AI 및 AI 신약개발 등 보건의료 분야에서 중요한 데이터는 개인정보다. 다양한 사람의 개인정보를 모을수록 AI의 정확성과 활용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문제는 개인의료기록이나 개인건강기록 등은 민감정보로 유출될 시 정보주체의 사생활을 매우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다. 정보통신망법·개인정보법·신용정보법 등 ‘데이터 3법’이 통과되기 이전까지는 민감정보인 개인의료기록 등을 사용하기 어려웠다.

의료 및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데이터 3법을 통해 AI를 활용한 바이오헬스 산업이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시행령 등 구체적인 방안이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실질적인 효과를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데이터 3법, 헬스케어 혁신 전환점되나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바이오협회,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등 의료 및 제약바이오 관계 단체와 각 기업은 올해 초 약 14개월만에 데이터 3법 개정안이 통과한 후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환영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 등을 각종 산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선진화한 정보통신망법·개인정보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뜻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데이터 3법 통과에 대해 “국내 보건의료 빅데이터가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으며 AI기반의 신약개발을 가속화하는 열쇠로 꼽히지만 과도한 개인정보 보호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있었다”면서 “데이터 3법 통과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약개발과 맞춤형 정밀의료 시대 앞당기는 헬스케어 혁신의 일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은 “데이터 3법은 의료정보, 유전체, 생활건강 데이터 등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밑거름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개인 맞춤형 치료와 예방을 통한 국민 전반의 건강과 복지를 끌어올리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데이터 3법 주요 개정 내용. 출처=업계

데이터 3법의 핵심은 개인정보를 가명처리해 당사자의 동의 없이도 산업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점이다. 데이터 3법에 기반을 두면 기술의 개발과 실증, 기초연구, 응용연구 및 민간 투자 연구 등 과학적 방법을 적용하는 연구에 가명정보를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다.

대규모 환자 등의 정보를 가명처리해 기업 등이 연구할 수 있는 점은 의료 및 제약바이오 업계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데이터의 중요성은 구글을 보면 알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2018년부터 ‘나이팅게일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환자 수백만명의 의료 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했다.

구글은 미국 전역에 2600개 병원과 각종 의료 시설을 갖추고 있는 어센션과 제휴를 맺고 환자 정보를 모았다. 모인 환자 정보를 활용해 분석한 후 이를 바탕으로 의료 부문에서 활용하기 위한 행보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단계에서 가명정보를 쓴다. 데이터 3법은 활용에 대해서만 집중된 것”이라면서 “일단 데이터를 밖으로 꺼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데이터 3법을 통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 시행령·해석 및 정보 유출 우려 지속

의료 및 제약바이오 업계 일각에서는 데이터 3법 통과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뤄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인 시행령 등이 만들어지고 법리 등에 대한 해석이 이뤄지면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앤장 김의석 변호사는 “데이터 3법은 가명 처리한 개인정보를 어떤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에 대해 밝히고 있다”면서 “우선 통계 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 등을 위해 쓸 수 있다. 이 중에서 과학적 연구에 대한 해석이 나온다”고 말했다.

김의석 변호사는 “과학적 연구라는 것이 산업적 연구까지 포함된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있다”면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보면 소수의견이 나온다. 소수의견에는 산업적 연구를 포함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신용정보법에서도 연구와 관련해서는 산업적 목적을 포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규제 범위를 너무 넓히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고, 산업적 연구까지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가명정보라고 하더라도 여러 데이터를 결합할 시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개인정보가 될 수 있다는 점과 이를 통해 개인의 질병 정보 등이 드러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는 “가명 처리를 해도 개인 정보를 드러내는 ‘재식별화’가 충분히 가능하므로 성병·정신병·유전병 등 개인이 숨기고자 하는 정보가 공개될 수 있다”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및 병원이 보유한 환자의 질병 정보가 무방비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는 산업계 측에서도 나오지만 일부분 진전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가장 우려하는 점은 일반인 정보가 열리는 것이다. 이는 방어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다”면서 “시행규칙 등을 만들 때 이런 것들을 철저히 보완해야할 부분이라고 본다. 모든 답을 찾고 가기에는 조금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