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인공지능(AI) 기술과 빅데이터를 통해 보건의료 및 제약바이오 부문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루닛과 뷰노가 AI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를 개발, 상업화에 성공하면서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제약바이오 부문에서는 AI 분석을 통해 신약후보물질을 도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나타났다. 스탠다임과 신테카바이오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하기 위해 AI신약개발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협회차원에서 회원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AI신약개발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데이터 3법은 가명정보를 활용해 개인의료데이터 등을 병원과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물꼬를 텄다. 다만 구체적인 시행령 통과 등 앞으로 개선돼야 할 점이 남아 있다. AI 의료 기술을 넘어서 디지털헬스는 미래 의료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디지털헬스케어산업협회 송승재 회장은 한국 디지털헬스의 현재와 미래 등에 대해 설명했다.

 
▲ 치료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의료 인공지능(AI) 진단 보조기기를 개발하는 기업이 주목된다. 루닛 인사이트 활용 모습. 출처=루닛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의료 인공지능(AI)의 발전은 조용한 혁명이다. AI라는 말을 들으면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 등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 쉽게 떠오르지만 의료 분야에서 의료진과 AI는 조화를 통해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의료 AI 기술은 구현되지 않은 기술이 아니라 이미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다.

의료 AI 분야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애플, 아마존, 텐센트 등 글로벌 대기업이 진출한 분야 중 하나다. 알파벳은 생명공학 자회사인 베릴리를 통해 10개 이상의 헬스케어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폐결절 검출을 돕는 의료 AI 시스템을 구축했다. 텐센트는 2018년 3억 명의 진료기록과 10만 건 이상의 수술 기록에 기반한 ‘다바이(大白)’라는 AI 의사를 선보여 모바일 채팅으로 문진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에는 글로벌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의료 AI 소프트웨어 기업이 있다. 루닛과 뷰노다. 두 기업의 의료 AI 시스템은 서울대학교 병원 등 한국 주요 병원 곳곳에서 활용하고 있다. 루닛과 뷰노는 기업 가치가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이 될 수 있는 차세대 주자로 꼽힌다.

‘루닛 인사이트’ 유방암 발견 정확도 97% 

의료 AI 소프트웨어 기업 루닛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폐결절 검출 보조’ ‘유방암 진단 보조’ ‘흉부 이상부위 검출 보조’ 등의 역할을 하는 ‘루닛 인사이트’ 제품 3개를 각각 승인 받았다. 현재 의료 AI는 대개 데이터를 학습하는 형태다.

AI의 성과는 데이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딥러닝 방식으로 해당 데이터에 대해 많이 공부할 AI일수록 병변 부위를 찾아낼 확률이 높다. 딥러닝은 제공 받은 데이터를 토대로 컴퓨터가 인지, 추론,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학습하는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어 루닛의 제품군 중 하나인 AI 바이오마커 루닛 스코프(Lunit SCOPE)의 경우, 항암 치료제에 대한 반응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 수천 장의 암세포 조직 슬라이드를 스캐너에 채워 넣은 후 이를 디지털화하고 있다. 모든 자료를 디지털화해야 AI가 공부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될 수 있다.

혈액 몇 방울 분량의 암조직 슬라이드를 400배 확대하면 세포의 공간적 분포와 모양, 정상 세포 여부, 암 세포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루닛에 따르면 하나의 암 조직 슬라이드는 데이터화할 시 2~3기가바이트 정도 용량을 차지한다. 이런 데이터가 수십, 수백만개 쌓여서 빅데이터가 되는 것이다.

루닛 관계자는 “기존에는 사람이 수많은 경험을 통해서 만들어 놓은 가이드라인에 맞춰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했다”면서 “컴퓨터는 복잡한 패턴을 찾아낼 수 있다. 더 많은 정보를 추출할수록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를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유방암 환자의 조직을 채취해 슬라이드에 넣은 후 스캔을 통해 디지털화한 세포 모습. 출처=루닛
▲ 루닛 인사이트 활용 모습. 출처=루닛

유방암 진단을 보조하는 ‘루닛 인사이트 MMG’는 97%의 정확도로 유방암을 발견하는 의료 AI 소프트웨어다. 의사는 루닛 인사이트의 분석을 참고해 유방암과 관련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루닛 인사이트 MMG가 돋보이는 이유로는 ‘치밀유방’에 따른 판독 어려움이 꼽힌다. 유방암은 인종에 따라 다른 특성을 나타내는데 아시아 인종이 서양 인종 대비 유방 밀도가 높다. 유관과 유선 등이 촘촘하게 자리한 치밀유방은 판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 연구진이 여성 6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유방 실질 조직량이 76% 이상인 고도치밀유방을 보유한 여성은 실질 조직량 25% 미만인 지방유방인 여성 대비 유방암 발생 위험이 5배 높기도 하다. 루닛 인사이트 MMG는 임상 결과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판독에 긍정적인 영향을 보여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확도 97%의 힘이다.

루닛 서범석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암의 25% 가량이 유방암이지만 유방촬영술의 판독 정확도는 32%로 매우 낮다”면서 “루닛 인사이트를 활용하면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판독 정확도(Detection rate)는 증가하고, 재검률(Recall rate)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루닛의 제품은 서울대학교 병원,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과 종합건강검진센터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루닛은 제품을 통해 지난해 말에는 유럽의 의료기기 인증인 CE를 획득하기도 했다. 미국 진출도 앞두고 있어 허가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뷰노, 시장 개척자 넘어서 유니콘으로 도약 전망

뷰노는 2018년 5월 한국에서 최초로 AI 의료기기로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뷰노메드 본에이지’를 개발한 기업이다. 뷰노는 당시 AI 의료기기 인허가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데 기여할 정도로 우수한 경쟁력을 갖췄다. 해당 사례를 통해 뷰노는 시장 개척자(Pioneer)로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한국 최초 AI 기반 골연령 진단 소프트웨어로 성조숙증·저신장증 등의 검사를 위해 촬영된 손뼈 엑스레이 영상을 AI가 자동으로 분석해 의사의 판독 업무를 보조한다. 이 의료기기는 총 환자수 200명 대상 연구에서 69.5% 정확도를 나타냈다.

연구에 참여한 소아영상 세부전공 영상의학 전문의 A는 정확도 63%, 전문의 B는 49.5%를 기록했다. 해당 의사들이 뷰노메드 본 에이지의 도움을 받아 진단을 했을 때 정확도 A 72.5%, B 57.5%로 각각 의사 단독 진단 대비 상승했다. 판독 시간도 줄었다.

▲ 뷰노메드 본에이지 활용 시 판독 시간 및 판독 정확도 비교. 출처=뷰노

뷰노는 뷰노메드 본에이지를 개발한 역량에 기반을 두고 뷰노메드 시리즈 ‘딥브레인’ ‘체스트 엑스레이’ ‘딥에이에스알’ ‘펀더스 AI’ ‘렁CT AI’ 등을 개발했다. 펀더스와 렁CT를 제외한 4개 제품은 모두 식약처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았다. 남은 두 제품도 곧 인허가를 획득할 것으로 기대된다.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유럽 CE 인증까지 획득했다.

뷰노는 유럽연합(EU)의 대표 뇌영상의학 및 뇌신경과학 분야 기업, 연구기관과 협력해 AI로 주요우울장애(MDD) 환자의 항우울제 효능을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이는 정신의학 분야에 영상의학과 딥러닝 기술을 접목한 연구다. 소프트웨어 ‘DEPREDICT’를 개발해 효과가 있을 시 우울증과 관련한 임상 의사결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뷰노는 또 의료 IT 기업 이지케어택과 업무협약(MOU)를 체결해 협력하고 있다. 이지케어텍은 국내 중대형 병원의 전자 의료 시스템을 구축한 기업이다. 뷰노의 의료 AI는 다양한 의료 환경에서 높은 성능으로 가동된다. 이는 영상전송시스템(PACS), 전자의무기록(EMR) 등 전자 의료 시스템에 탑재가 가능하므로 MOU를 통해 두 기업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관계자는 “식약처 승인을 획득한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30개 이상의 의료기관에 판매돼 임상 적용됐다”면서 “뷰노는 인허가가 필요 없는 판독용 음성인식 솔루션도 상용화했다. 이 기업은 국내뿐 아니라 일본·대만·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 AI 업계 전문가는 “의료 AI 부분의 성장을 위해서는 기술 수준과 기업의 역량이 더 높아질 필요성이 있다”면서 “루닛과 뷰노의 기술 역량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