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14일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 3층 전시장에서 고객 상담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대중교통, 공유차량 등을 기피하게 만든 반면 자동차를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완성차 시장에선 최근 정부의 개별소비세 감면 정책에 더해 업체별 프로모션이 활발히 진행됨에 따라 전화나 온라인으로 구매하려는 고객 수요가 보인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때 불었던 '마이카 열풍'이 코로나19를 맞이한 2020년 대한민국에서 또 한 번 살아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달 24~28일 닷새간 시내 전철 이용객 추이를 분석한 결과 하루 평균 393만8000명으로 전월 평균(580만8000명) 대비 32.3% 줄었다. 서울시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시민들이 대중적인 이동 수단을 이용하길 기피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 대안으로 차량 공유 서비스가 대중교통의 대안으로 고객 관심을 모으긴 하지만, 여러 사람이 차량을 돌려가며 이용하는 점은 감염 가능성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말 한 코로나19 확진자가 공유차량을 타고 여러 지역을 오간 사실이 공개됐다. 이후 공유차량 관리직 종사자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해당 차량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요구하는 등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이 게재됐다.

쏘카, 그린카 등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들은 직원이나 고객의 불안감을 고려해 운영 차량에 대한 소독활동 횟수를 늘리고 차량 관리자에게 마스크 구매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대중교통·공유차량 ‘NO’, 내 차 마련 나선 고객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며 대중교통 및 차량공유 등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가운데 자연스럽게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 일부는 자동차를 직접 구매하려는 분위기가 보인다. 

완성차 업체들이 정식 출시를 앞두고 실시한 사전 계약의 결과에서도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수요가 확인됐다.

고객들은 통상 신차의 상품성에 대한 기대감이나 해당 차량의 시리즈에 대한 팬덤(fandom)에 의해 사전계약을 실시한다. 최근 완성차 업계에선 일부 소비자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전계약이 최근 진행된 신차 가운데 르노삼성자동차의 중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의 고객들 사이에서 이 같은 소비 행태가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XM3는 사전계약 기간 12일 동안 5500대를 상회했다. 이 가운데 2030세대가 43% 이상을 차지했고, 전체 계약의 21.3%는 온라인 경로로 진행됐다.

르노삼성차는 온라인 서비스에 익숙하고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젊은층 고객들이 XM3를 비대면 방식으로 사전 계약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감으로 대중교통이나 공유차량 대신 차량을 소유하려는 고객이 더욱 늘어난 것으로 풀이했다.

르노삼성차 고위 관계자는 “르노삼성차는 XM3의 양호한 상품성에 더해 개소세 인하 정책, 비대면 사전계약 방식 등 요인 덕에 이번 사전계약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활동 차질…‘내 차’는 아직 꿈

반면 정부의 단기 부양책이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반사 효과가 차량 이용 행태를 극적으로 변화시키기엔 영향력 약한 요소라는 의견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직후 일부 시민들의 경제활동에 차질이 빚어짐에 따라 소비 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2개월 간 집계된 신차 등록 현황은 완성차 시장 침체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사례다. 국산차 5사가 지난 2일 발표한 올해 1~2월 내수 신차 등록대수를 종합하면 총 18만1324대로 전년동기(22만1771대) 대비 18.2% 감소했다.

신차 뿐 아니라 중고차 구매 현황도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겨우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요 중고차 업체 케이카는 지난 1~2월 중개한 중고차 거래량이 작년과 거의 동등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비대면 거래 플랫폼 ‘홈서비스’로 이뤄진 거래량의 비중이 늘긴 했지만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라기 보단 비대면 거래 플랫폼에 대한 고객 신뢰도가 높아진 점을 거래량 증가의 요인으로 지목했다. 케이카에 따르면 홈서비스로 이뤄진 중고차 거래량은 지난 1~2월 매달 거래량의 31.8%, 32.3% 비중을 차지했다. 작년 같은 기간 20%대 후반인 점에 비교하면 수치가 약간 높아졌다.

케이카 관계자는 “홈서비스 거래량이 늘어난 점엔 서비스에 대한 고객 인지도·신뢰도가 상승한 등 여러 변수가 작용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중고차 구매 수요에 미친 영향은 현재로선 파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개소세 인하 정책이나 코로나19 사태가 차량 구매 수요에 대한 양극화 현상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구매력을 이미 갖추고 있는 소비자들에겐 오는 5일 국회 통과를 앞둔 개소세 인하 정책이 ‘호재’인 반면, 차 살 여력 없는 소비자들은 더욱 보수적인 경제 생활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부의 개소세 인하 혜택이나 비대면 거래 활성화 등 요인은 현재로선 고객의 차량 구매 수요를 제한적인 범위에서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