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패션에도 변화가 생겼다.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에 이르자 일명 ‘코로나 모자’까지 등장한 것이다. 처음에는 개인 SNS 소셜 마켓에서 일부 주문을 받아 소량으로 판매했지만, 현재는 유명 패션모자 브랜드까지 정식 출시하면서 소비자 관심을 끌고 있다.

▲ 위메프에서 판매되고 있는 코로나 모자 제품. 사진=위메프 게시글 캡쳐

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이미 마스크를 대신할 수 있는 코로나 모자, 마스크 필터, 코로나 후드티 등 이색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외에도 대체 위생용품으로 일회용 우비, 방독면, 라텍스 장갑 등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간 G마켓에서 판매된 상품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일회용 우비는 전년 동기 대비 531%, 소독용 에탄올은 705% 신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라텍스 장갑이 속한 ‘코팅장갑’ 판매량은 38% 증가했다. 코로나로 불안감이 커지면서 외출 시 사물과도 접촉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라텍스 장갑을 많이 찾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 중 가장 반응이 좋은 ‘코로나 모자’는 벙거지 모자의 차양 부분에 투명한 가림막을 달아 침 등 감염의 매개가 되는 비말을 피할 수 있도록 제작된 모자다. ‘코로나 후드티’ 또한 같은 방식으로 모자에 투명 PVC(폴리염화비닐) 가리개가 결합해 비말을 피할 수 있고, 가리개를 분리해 착용할 수도 있다.

실제로 코로나 모자를 구매한 한 씨(21·여)는 “마스크를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코로나 모자가 나오자마자 친구들과 공구해서 구매했다”면서 “원래도 패션모자로 많이 쓰고 다니던 벙거지 모자 스타일에 코로나도 예방할 수 있다고 해서 일석이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화이트샌즈가 출시한 '코로나 모자 C-19' 제품. 출처=화이트샌즈

코로나 모자의 인기가 높아지자 본래 벙거지로 유명한 패션모자 브랜드 ‘화이트샌즈’는 정식으로 코로나 모자를 출시했다. 화이트샌즈에 따르면 정식 판매 전 예약판매를 실시한 결과 1차 생산분에 대한 주문이 모두 마감됐다고 밝혔다.

화이트샌즈 관계자는 “코로나 확산으로 긴급하게 바이러스 예방용 C-19 디버킷을 출시했다”면서 ”실내에 들어가서도 착용할 수 있도록 지퍼를 부착해 가림막이 분리되도록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SNS 인스타그램에는 #코로나모자 관련 단어를 검색하면 5000개 이상의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너도나도 인증샷을 올리면서 하나의 힙한 패션문화로도 자리잡았다. 가성비 면에서도 이득이다.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마스크보다 가성비를 따졌을 때 코로나 모자가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마스크가 약 4000원 기준일 때 일주일간 드는 마스크 비용은 2만 8000원이다. 반면 코로나 모자는 브랜드 모자 기준 현재 3만원 정도에 구매가 가능하다. 이는 코로나 사태가 언제까지 장기화될지 모르는 상황 속 당연히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또한 마스크로 인해 숨쉬기 어렵고, 화장을 하는 사람은 화장이 지워지는 수정 화장 없이 불편함을 감소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라는 의견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마스크를 착용하면 화장이 지워져서 불편하거나 마스크가 답답한 사람들에게는 코로나 모자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특히 마스크를 쓰기 힘들어하는 어린이들에게는 코로나 모자가 더 편할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 인스타그램에 #코로나모자 관련 단어를 검색하면 5000개 이상의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다만 일각에서는 일부 기업들이 코로나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를 지나친 상술로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이 가능한 모자라면서 너도나도 인증되지 않은 유사 제품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도 5000원에서 최대 3만원까지 차이가 크게 나면서 제품 구매에 혼동이 올 수도 있다. 현재는 아동용 코로나 모자 제품도 나오고 있어 아동 패션에까지 그 영향이 미칠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 모자가 온전히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어 입증된 제품이라면 괜찮지만, 단지 얼굴 자체를 가리는 아이템만으로 감염을 방지한다는 문구로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면 안 된다”면서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특수 상품 판매에 대한 과도한 마케팅이나 상술도 자제해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