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들은 승진 기회, 보다 유연한 업무 배치, 일과 삶의 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복리후생 등을 임금 인상 외의 인센티브로 직원들을 붙잡아 두려고 애쓰고 있다.    출처= Mediu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 노동시장이 경색되면서 직원들의 이직률이 높아짐에 따라 기업들이 인재 유지에 비상이 걸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용주들은 인재를 잡기 위해 열을 올리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미국 연방정부가 2000년 12월 지표를 추적하기 시작한 이후, 지난 해 여름 미국인들의 직장 이직률은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근로자들의 이직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컨설팅 회사 워크 인스티튜트(Work Institute) 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에 미국 고용주들은 고용자 교체에 6170억 달러의 비용을 지출했다. 이는 2010년의 3310억 달러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올해 경제가 둔화되더라도, 핵심 인력을 유지하는 것은 그런 비용을 억제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노동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리서치 회사 가트너(Gartner)의 브라이언 크롭 부사장은 “근로자들에게 장기 근무에 대한 가치는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직장을 옮기는 근로자들은 일반적으로 약 15%의 급여가 인상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내부 에서는 승진하더라도 2%에서 3% 밖에 인상되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승진 기회, 보다 유연한 업무 배치, 일과 삶의 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복리후생 등을 임금 인상 외의 인센티브로 직원들을 붙잡아 두려고 애쓰고 있다.

법률 회사인 닉슨 피바디(Nixon Peabody LLP)에서는, 아이를 출산하거나 입양한 후 복귀한 직원들은 6개월 동안 근무 시간의 80%를 일하고 급여도 80%를 주는 것이 관례였지만, 지난 2017년 근무시간은 줄여도 급여는 100%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을 바꾸었다.

이 회사의 앤드류 I. 글린처 최고경영자(CEO)는 새 아버지가 된 한 직원이 정규직으로 복귀하는 것은 너무 부담이 되기 때문에 사직을 고려한다는 말을 듣고 소속 변호사들이 일하는 시간을 줄이면서도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방법을 실험한 후 이 프로그램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글린처 CEO는 새 프로그램의 시행을 위해 상당한 재정적인 투자가 필요했지만 그럴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새로운 인재가 회사가 원하는 올바른 인재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현재의 직원이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이 번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당연하지요."

▲ 직원들의 직장에 대한 만족도는 반드시 급여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출처= BI

워크 인스티튜트의 대니 넬름스 대표는, 더 많은 급여가 사람들이 직업을 바꾸도록 유혹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원들이 현 직장에 머무르는 이유가 꼭 월급 때문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 회사가 회사를 그만 직원 3만7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월급 때문에 회사를 떠나는 사람은 10명 중 1명 꼴에 불과했다. 많은 직원들이 경력 개발, 일과 삶의 균형 그리고 상사를 이직 요인으로 꼽았다.

미시간주 앤아버에 있는 토렌트 컨설팅(Torrent Consulting)의 스테파니 에버트 컨설턴트는 “급여뿐만 아니라 근무 유연성과 성장 기회가 근로자들이 현 직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요인들”이라고 강조한다. 에버트 자신도 대형 컨설팅 회사 액센추어(Accenture PLC)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지만, 토렌트가 아직 작고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가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렌토에서 근무하는 4년 동안, 그녀는 여러 가지 역할을 맡았고 주기적으로 출장을 다닌다.

"나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좋고, 또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상사들을 좋아합니다.”

아야나 샴페인이 지난 2017년 미국 페링제약(Perring Pharmaceuticals U.S)에 인사부 책임자로 합류했을 때, 이 회사의 이직률은 계속 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들이 더 많은 월급을 찾아 회사를 떠나고 있다'는 소문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이 무성했지요."

그러나 그녀는 떠나는 근로자들이 승진 기회와 자신을 성원해 주는 상사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직원들의 승진 요청을 기다리기보다 잠재적인 승진자가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보너스 구조도 새롭게 설계했다. 이전에는 대상 근로자들이 특정 성과 기준을 충족하면 정해진 보너스를 받았지만, 지금은 높은 성과를 달성한 사람들은 정해진 보너스를 100% 이상 받을 수 있다.

그 결과 직원 수 900명인 이 회사의 이직률이 지난해 1% 포인트 이상 줄어들면서 100만 달러(12억원)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다른 회사들도 가족 관련 혜택을 늘리고 있다. 매사추세츠 뮤추얼 보험(Massachusetts Mutual Life Insurance)은 근로자 평균 재직기간이 10년이 넘지만, 인재 경쟁이 심함 보스턴에 지점을 확장하면서 인재들을 유치하고 유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복리후생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출산수당을 없애고 모든 직원들의 유급 육아휴직을 8주로 두 배 늘렸다. 산모는 10주까지 유급휴가를 슬 수 있다. 가족이 사망했을 때의 유급 휴가도 3내지 5일에서 15일로 늘렸고, 그 범위도 ‘가족 사망’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망’으로 확대시켰다.

이 회사의 수잔 시코 인사담당 책임자는 다른 회사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을 지속적으로 평가하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문제에 관해 우리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직원들의 말을 경청하고, 사람들에게 무엇이 가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통찰력을 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