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국내 연구진이 즉시 이식 가능한 기관 재협착 방지 하이브리드 인공장치를 개발했다. 

새로 개발된 인공기관의 경우 생체에 적합한 소재로 만들어져 물리적 강도가 실제 기관 조직과 유사하고,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통해 기관과 똑같은 형태를 구현했다. 또 전기방사법을 적용해 기관의 재협착을 예방하는 약물을 체내에 안정적으로 전달하도록 설계돼 기관조직 재생을 돕는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여태껏 대체 치료법이 따로 없던 기관 협착과 결손을 앓는 환자에게 희소식이 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 재협착 막는 3D 인공기관 개발 성공

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권성근 교수팀은 인체 조직 재생에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기관 재협착을 방지할 수 있는 '3D 튜브형 인공기관'을 개발해 전 임상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기관을 대체하는 인공장치를 제작해 이식을 시도한 연구는 많았지만, 문합 부위에 재협착이 발생하거나 인공장치의 물리적 강도가 기관 조직에 적절치 않은 등의 이유로 기도 확보와 재생 모두에 실패했다.

▲ '3D 튜브형 인공기관' 제작. 출처=서울대학교병원

이번에 개발된 인공기관은 생체적합 생분해성 소재에 3D 바이오프린팅 기술과 전기방사법을 적용해 만들어졌다.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이 결합되면서 기관 형태의 복원 뿐만 아니라 재협착 방지 약물까지 탑재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로써 기관 내 점막이 재생돼 객담 배출 등 기도 점막의 기능까지 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권성근 교수는 "난치성 질환인 기관 협착과 결손을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를 한국연구재단의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과 보건산업진흥원의 의료기술 기반연구사업의 지원 하에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융합기계연구본부 나노자연모사연구실 박수아 책임연구원과 공동 수행했다.

3D 튜브형 인공기관의 개발 사례는 영국왕립화학회에서 발간하는 나노소재 분야 국제학술지 '나노스케일(Nanoscale)' 2월호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혈액검사 통해 미래 당뇨 발병 여부 예측한다

당뇨 발병률은 최근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급증하는 추세로, 국제 당뇨병 연맹에 따르면 현재 4억명 가량인 당뇨병 환자가 25년 후인 2045년에는 50% 증가한 6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당뇨병은 신체 전반의 기관에 손상과 기능 부전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크고 작은 혈관의 합병증까지 불러와 의료비 등 사회적 비용과 사망률을 크게 높인다. 심각한 질환이지만 발병을 쉽게 예측할 수 없어 그동안 의료서비스 차원에서의 적극적 예방이 힘들었다는 전언이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병원 의료진을 포함한 공동연구팀이 10년여 간의 추적연구 끝에 혈액검사로 당뇨병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단백질·DNA·RNA·대사물질 등으로 신체 변화를 측정·평가 할 수 있는 지표)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래 당뇨 위험을 미리 파악해 선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왼쪽부터 조남한 교수, 최성희 교수, 김윤지 과장, 구유정 교수. 출처=분당서울대학교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최성희 교수, 아주대학교병원 예방의학교실 조남한 교수, 충북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구유정 교수, 메디플렉스 세종 병원 김윤지 내분비내과장 등으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rean Genome and Epidemiology, KoGES) 안성 코호트 자료를 토대로 국내 40세 이상 성인 912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염증성 사이토카인(Cytokine)'과 당뇨 발병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포에서 분비되는 '사이토카인'은 신체 면역체계를 통제하는 신호물질로, 이 중 염증을 유발하는 특정 사이토카인은 과다 분비 시 급성·만성 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레티놀결합단백질-4(RBP4)'가 늘어나자 '정상인→당뇨병' 진행이 약 5.5배 증가했고, '레지스틴'이 많아지자 '당뇨병 전단계→당뇨병' 진행은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유사한 맥락으로 항염증 사이토카인인 '아디포넥틴'이 감소하자 '정상인→ 당뇨병 전단계' 진행이 3.37배 배가했다.

구유정 교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높다면 식습관·생활 습관 개선, 체중 감량 시행, 만성 염증 유발 요인 조기 조절 등을 통해 당뇨병으로의 진행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과학적 근거를 추가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적극적인 예방 요법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의 지원으로 수행됐고, 미국내분비학회(ENDO) 공식 저널인 '임상 내분비학·대사 저널(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and Metabolism)' 11월호에 게재됐다.

암세포에 항암제 내성 생기는 원리 발견

국내 연구진이 세포 내 신호전달 안테나로 알려진 일차섬모를 통해 암세포가 항암제에 대한 내성을 지니도록 유도하는 새로운 기전을 발견했다. 일차섬모의 생성과 활성화 등을 조절해 암세포의 항암제 내성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포 내 신호전달 구조인 '일차섬모'는 비정상적으로 형성되거나 분해될 시 암을 비롯해 불임·다지증·다낭신·망막변성증 등 다양한 유전질환을 유발한다. 일차섬모는 인체의 거의 모든 세포에 존재하며, 세포주기가 활발할 때 분해되고 세포가 휴식상태일 때 형성된다.

일차섬모는 특히 항암제 내성 세포에서 더 길고 많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항암제 내성 세포 내 일차섬모의 생성 및 세부 작용 기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진 바 없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항암물질연구센터 이경호 박사팀은 실험을 통해 '세포 내 신호전달(윈트 세포신호전달·Wnt)' 자극이 일차섬모의 망막세포 내 생성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항암제 내성을 가진 유방암 세포 내 형성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윈트(Wnt) 세포신호전달은 세포의 생사, 이동, 극성, 분화 등 다양한 단계에서 세포의 상태를 조절하는 신호전달 기전을 뜻한다.

윈트(Wnt) 자극을 암세포에 적용하면 기존 암세포 중심체의 주변 물질들이 재배치되면서 비정상 일차섬모가 형성되고, 그 결과 항암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원리다. 이는 윈트 신호전달이 곧 암세포의 항암제 내성을 유도하는 중요한 세포신호전달 기전임을 규명한 것이다.

이경호 박사는 "발암과 항암제 내성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선 세포 내 일차섬모형성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에 새로운 윈트(Wnt) 기전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또 "항암제 내성을 효율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유전질환의 치료제 개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주요 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추진하는 창의형융합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리포트(Cell Reports) 2월 4일자(현지 시간)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