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코노믹리뷰 디자인팀

'4차 산업혁명'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 그 끝에는?
빅데이터와 AI가 인간을 신으로 만든다
"AI를 통제하는 기업이 세계 정복"...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

[이코노믹리뷰=장영일 기자] 2016년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서울의 포 시즌스 호텔에서 한국의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 간의 바둑 대결이 벌어졌다.

대국 전 이 9단은 4대 1 혹은 5대 0으로 자신이 이길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4승 1패로 알파고가 이 9단을 이겼다. 당시 이 9단은 "오늘의 패배는 이세돌이 패배한 거지, 인간이 패배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4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마음 한켠에 AI에 대한 기대 뿐만 아니라 걱정과 공포 등이 공존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선 이미 AI가 깊숙히 들어와있다. AI 스피커와 로봇 청소기, 우버 등과 같은 택시들까지 인공지능이 탑재돼있다. 

인간보다 우월한 AI의 등장이 멀지 않은 지금, '우리는 인간이 이룩한 기술의 종착점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인간이 AI에 종속될 것이란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뒤로 하고 우리는 신의 권위에 도전하고 있는 기업들에 집중하고자 한다. 그들은 누구이며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들

4차 산업혁명이 모든 것의 연결을 의미한다면, 이후의 5차 산업혁명, 6차 산업혁명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4차 산업혁명이 기술의 진보였다면, 더 이상 기술의 진보는 없을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한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세상에선 전체의 그림을 보는 기업들이 모든 경계를 완전히 허물어뜨리고 지배자가 된다는 것이다.

신의 능력인 '전지전능(almighty)'을 목표로 기업들은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세계를 지배하려고 하는 생태계 구축을 위해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에 옮기고 있다.

전 세계 인터넷 검색의 90%를 점령한 구글의 경우, 검색과 광고로 벌어들인 엄청난 자금을 AI, 로봇, 자율차, 생명공학 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테슬라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누구도 가보지 못한 영역에 대한 경험치를 누적, 후발 주자들의 멀찌감치 따돌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인터넷 서점으로만 알고 있던 아마존은 더 조용하다. 이미 온라인 커머스 시장을 장악한 아마존은 세계 최대 클라우딩 플랫폼을 갖췄고 대형 캐리어 물류창고 개발에 나서는 등 AI에 관한한 구글과 최후의 1인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미래 학자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는 그의 저서 ‘호모 데우스’에서 인류는 호모 데우스(인간=신)가 되려는 목표를 멈출 수 없다고 밝혔다.

유발 하라리는 그 이유로 지식과 시스템이 점점 전문화되고 방대해지면서 누구도 모든 점이 연결된 전체그림을 볼 수 없어 인류 욕망의 질주에 브레이크를 밟을 수 없다고 말한다. 또 지속 성장을 추구하는 경제와 사회는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무너지기 때문에 경제와 산업은 무한질주로 치닫는다고 설명한다.

그의 말처럼 인류는 이미 많은 부분에서 기술의 진화를 거듭하면서 종착역을 향해 무한 속도로 내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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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빅데이터, 인간을 신으로 만든다

빅데이터와 그것을 다룰 줄 아는 AI가 있다면, 우리는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알고리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알고리즘은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내 결정을 예상하고 나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무엇이 나를 웃고, 울고 화나게 하는지 내 심박수를 체크한 AI는 답을 내줄 것이다. 내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누구와 결혼할 건지의 중요한 결정도 앞으로는 인간보다 똑똑한 알고리즘, 즉 AI에 의지하게 될 것이다.

구글이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선보인 알파고는 스스로 학습하는 AI다. 기존 AI가 코디가 일일이 자료를 입력하고 알고리즘을 설계한 것과 달리 신경과학 기반으로 만들어져 끊임없이 스스로 학습한다.

미래 학자 커즈 와일 박사는 "인공지능이 이제 전기처럼 일상화되고 많은 제품에 적용될 것"이라고 수년 전에 예상했다.

이밖에 증강현실, 홀로그램은 대중화를 앞두고 있으며 이로 인한 재택근무도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커즈 와일은 2045년경엔 '인간이 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AI를 통제하는 기업이 세계를 정복한다"

유발 하라리는 구글이 신이 된 세상을 예상한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AI 알고리즘이 인간의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예측하게 된다면 인간은 신의 말씀처럼 AI의 결정에 모든 것을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유발 하라리는 이같은 신의 권한을 기업들이 가져선 안된다고 경고한다. 인공지능(AI)과 생명공학의 발달로 인류가 죽지 않는 초인간과 평범한 인간으로 구분되는 '생체 계급사회'로 나뉘게 될 것이란 예측과 함께다.

하지만 우리는 시각을 달리해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기업들의 주권을 갖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호모데우스가 될 기업들의 주주가 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지금도 이미 막대한 자금이 AI와 빅데이터 연구에 투입되고 있다. 미래를 위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기업들이 AI와 빅데이터를 통제하기 시작하면 전 세계의 부는 모두 소수의 기업에 쏠릴 것이란 전망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사장은 세계 벤처캐피털의 투자 총액과 비슷한 100조원 규모의 비전펀드 투자 대상을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으로 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AI를 통제하는 기업이 세계를 정복한다"며 "AI기업이 아닌 대상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