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아카데미상 수상

다소 구문이 되어버렸지만,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은 다시 생각해도 감격스러운 일이다. 따져보면 겨우 2주 지난 일인데도, 한국 사회에 워낙 변화가 많아 옛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은 계속 감동해도 좋은 일이다.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상 수상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황금종려상을 비롯해서,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온갖 상들을 차지할 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진짜 이러다가 뭔 일을 꼭 낼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정말로 미국 현지 시간으로 지난 2월 8일 일요일,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 작품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영어가 아닌 외국어 영화가 아카데미상 주요 부분을 수상한 것은 사상 초유였다.

대종상 영화제에서, 미국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영화가 각본상, 감독상, 작품상을 수상하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미국이니까 가능하다는 말을 끌어내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영화 ‘기생충’이 가진 역량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반례이다.

어쨌든 영화 ‘기생충’은 미국의 쟁쟁한 감독들이 제작한 영화들을 제치고, 2019년에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들 중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선택되었다. 미국 영화업자와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것이다.

 

두 번째 달성한 LPGA 투어 20승

지난 2월 16일 일요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끝난 LPGA 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이 대회 챔피언 한국선수 박인비 선수. 이 대회의 우승으로, 박인비는 한국 선수로는 25승의 박세리(43·은퇴) 선수에 이어 두 번째로 LPGA 투어 20승을 달성했다.

호주에서 펼쳐진 경기지만, LPGA 투어 게임이다. 이 경기의 기록은 세계 랭킹 산정에 바로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처음부터 세계 골프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경기였다.

이날 경기 결과를 참고해서, 곧바로 세계 순위가 발표됐다. 세계 랭킹 1위는 작년 7월부터 줄곧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은 고진영 선수가 부동의 1위. 이어서 박성현 선수가 3위, 김세영 선수가 6위, 이정은 선수가 9위 순이다. 박인비는 11위를 기록했다.

다른 해보다 특히 올해 세계 여자 골프 랭킹이 중요한 것은 7월말에 일본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이 개최되기 때문이다. 올해 도쿄올림픽 출전을 노리는 박인비는 6월까지 세계 랭킹 15위 이내에 들고, 한국 선수 중에서는 4위 안에 진입해야 한다.

박인비는 지난 2016년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여자 골프 금메달을 차지했다.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대회에서 우승한 박인비. 올림픽 개최 직전까지, 부상 여파에 시달리던 박인비는 기준 미달 상황이었지만, 출전해서 우승을 차지했다.

올림픽 금메달 획득보다 어렵다는 출전 티켓 확보. 올림픽 우승자 박인비도 진땀을 빼고 있다. 올림픽에 출전해서도 상황은 마찬가지. 한국선수끼리 다퉈야 한다. 2016년 올림픽에서는 한국계 뉴질랜드 대표 리디아 고 선수까지 출전, 끝까지 각축이었다.

 

방탄소년단의 신곡 발표

지난 2월 21일, 방탄소년단이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7(MAP OF THE SOUL: 7)’의 싱글 ‘ON’을 발표했다. 발표와 동시에, 이 곡은 세계 91개국 아이튠즈 국가 및 지역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미국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차트 석권은 예약된 일.

이날 오전 8시 30분, 방탄소년단은 미국 뉴욕 록펠러 플라자에 만들어진 NBC 야외 스튜디오 무대에 섰다. 4집 앨범 홍보를 위한 첫 번째 공식 행보였다. 한국 아이돌그룹 멤버 7명을 소개하기 위해, 미국 3대 방송사 중 하나가 생방송을 준비한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야외 스튜디오에 들어설 때, 프로그램 홍보를 위한 소개 멘트는 “비틀즈 이후의 가장 위대한 그룹”이었다. 세 명의 진행자들은 “세계를 정복한 그룹”, “한국에서 온 팝 센세이션”, “요즘 가장 핫한 남성 그룹”이라고 한 번 더 소개했다.

그러자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모여든 팬들은 광장이 떠나가라고 환호했다. 진행자는 첫 인사를 마친 리더 RM에게 “팬들이 사흘 전부터 와서 노숙하고 기다렸다.”고 소개했다. 방탄소년단을 보기 위해, 팬들은 영하 6도에서 50시간을 견딘 것이다.

한국의 아이돌그룹이 한국에서 신곡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발표를 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발표된 곡은 전 세계 아이튠즈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다. 미국 언론은 이번 앨범이 빌보드 200의 4번째 1위 앨범이 되리라 전망했다.

 

한국, 미국 시장의 끝인가, 중국 시장의 시작인가?

2008년 타계한 미국 정치학자 사무엘 헌팅턴. 미국 정치학회 회장으로, 「Foreign Policy」을 창간해서 공동 편집인으로 활약했던 헌팅턴은 역작 ‘문명의 충돌’(1996)에서 한국을 중국 문화권으로 분류했다. 독자 문화권으로 분류한 일본과 대조적이었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2020년 2월, 헌팅턴의 분석과 다른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 중국 문화권에서 벗어나 미국을 지향하고 있다. 유사 이래 지난 5,000년간, 한국은 중국 문화권에 속해 있었지만, 최근 20여 년간 판도가 현격히 달라진 것이다.

개혁개방을 통해서 중국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강화된 지금, 한국인들은 과거보다 더 미국 우호적, 미국 지향적으로 바뀌었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한국 여자 프로골프 선수들의 LPGA 출전, 방탄소년단의 미국 음악시장 진출 등이 증거이다.

한글전용이라는 명목으로 신문잡지에서 한자가 사라진지 오래됐고, 거리의 업소 이름을 보면, 한자보다는 영어가 훨씬 더 많다. 심지어 생활인들의 일상대화 속에서 사용되는 표현 대부분조차 우리말과 영어를 혼용하는 형태로 발전한 상황에 이르렀다.

비단 한국의 상황만이 아니다. ‘우리민족끼리’를 주장해온 북한도 비슷한 상황이다. 북한주민의 언어에도 한자보다, 영어가 더 늘어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말은 생각의 그릇이다. 남북한 모두 미국은 준거집단, 중국은 현실시장으로 간주하고 있다.

2020년 벽두에 불어 닥친 중국발 코로나19 냉풍. 북한은 국경 철폐로 맞섰고, 한국은 국경 개방으로 버틴다. 코로나19는 미국 시장을 지향하는 한국인에게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과거보다 더 중국풍에 대한 경계와 우려를 갖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