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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태산 서평] “슈퍼버그, 코로나19보다 훨씬 위험… 매년 70만명 사망”항생제 ‘무용지물’ 슈퍼박테리아 급증… 가축 대량생산에 항생제 남용 ‘원인’

<슈퍼버그> 맷 매카시 지음, 김미정 옮김, 흐름출판 펴냄.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같은가요? 이 질문은 오래 전부터 꾸준하게 포털에 등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한폐렴)이 발생한 이후 부쩍 늘었다. 답은 “둘은 완전히 다르다”이다.

바이러스는 매우 특이한 존재다.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선에 서있다. 혼자서는 못 산다. 생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나 유기물을 자체적으로는 만들지 못한다. 생존하려면 숙주(생물)에 기생해야 한다. 숙주에서 떨어져 나오게 되면 대부분 수시간 내 죽어 결정체로 남는다.

일부 바이러스는 숙주를 옮겨 다니며 변이된다. ‘인수(人獸)공통 바이러스’가 되어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 치명적 질병을 안겨주기도 한다. '코로나19'도 이 같은 변종 바이러스다. 사스는 박쥐에서 시작돼 중간숙주 사향고양이를 거쳤고, 메르스는 박쥐에서 시작돼 낙타를 거쳤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발원하여 중간 매개체인 천갑산 몸 속에서 유전자가 재조합됐다. 인수공통 바이러스는 뒤늦게 정체가 확인되어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또 다시 자기 유전자를 변이시킴으로써 인간의 대응을 무력화시키곤 한다.

박테리아는 혼자서도 산다. ‘세균’으로도 불리는 박테리아는 단세포이지만 양분을 섭취하고 스스로 유기물을 만들며 번식한다. 크기는 1μ(1/1000㎜) 정도다.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동식물에는 박테리아가 기생하거나 공생하고 있다. 유익한 종류도 많다. 하지만 콜레라·식중독·충치·임질·한센병·위궤양·흑사병·결핵·장티푸스 등을 일으키는 병원균들도 적지 않다. 다행히 이들 박테리아가 원인이 된 질병들은 백신으로 예방하거나 감염돼도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다.

항생제 대부분 1970년대 개발… 제약사 경제성 없는 신약개발 ‘난색’

‘슈퍼버그’는 박테리아에 관한 책이다. 그 가운데서도 바이러스 보다 훨씬 더 위험한 슈퍼박테리아(슈퍼버그)를 집중 조명한다.

슈퍼버그는 기존의 항생제가 전혀 듣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는 2017년 슈퍼버그 12종을 발표하면서 매년 70만 명이 슈퍼버그 감염증으로로 사망하며, 2050년에는 사망자가 연간 1000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질병통제센터는 2019년 보고서에서 미국에서만 매년 280만 명이 항생제 저항 감염을 겪고 있고 이중 3만5000명이 사망한다고 밝혔다. 유럽질병통제센터도 매년 슈퍼버그로 사망하는 유럽인이 3만3000명이라고 보고했다.

바이러스가 유발한 사스의 전 세계 사망자는 774명, 메르스 사망자가 858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슈퍼버그 사망자는 실로 엄청난 수가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글로벌 전염병이 핵폭탄이나 기후변화보다 훨씬 더 위험한 재앙을 인류에게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류가 이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유해 박테리아들이 진화를 거듭하는데도 항생제는 1970년대 개발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의학의 기적’ 페니실린을 발견한 영국 세균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은 1945년 노벨상 수상식에서 “페니실린을 너무 많이 사용하면 내성균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언했다. 실제로 박테리아들은 끊임없이 진화했다. 대부분의 항생제가 개발된 1970년대 이후에도 변이를 계속하면서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버그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특히 상업적 농업이 널리 확산된 2000년대 들어 슈퍼버그는 급증했다. 축산기업들이 가축의 대량생산을 위해 항생제를 과다 사용하자 이에 대응해 박테리아들도 빠른 속도로 변이한 끝에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게 된 것이다.

현장의 의료진과 감염학자들은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항생제 개발은 현실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환자들은 새로운 비싼 항생제에 거부감을 갖고 있고, 의사들은 기존의 항생제를 처방하려는 경향이 있다. 제약회사들은 새 항생제를 내놓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내성이 생긴 병원균이 등장해 투자비 회수를 어렵게 할 것이란 생각에 선뜻 개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 포도상 구균)의 모습. 항생제에 내성을 갖고 있어 치료가 어렵다. 슈퍼버그로 분류된 박테리아다. 출처=미국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우리는 지금도 슈퍼버그 잡을 치료제를 찾고 있다”

현재 세계 의료계는 나름의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먼저 박테리오파지와 여기에서 유래하는 리신 연구가 있다. 박테리오파지는 박테리아를 죽이는 바이러스인데, 이 방법은 바이러스에서 추출한 효소(리신)를 이용해 감염을 예방하고 치료한다. 자칫 위험해 보이는 이 리신 연구는 현재 항생제의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전자 가위’라고 불리는 크리스퍼 기술을 활용하여 박테리아 몸 속에서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유전자만 골라 제거하려는 시도가 한창 진행중이다. 최신 나노 기술을 활용해 병원균의 외벽을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저자가 주도했던 항생제 ‘달바반신’의 생생한 임상시험 현장 모습이다. 신약은 시판이 허가된 후에도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의 가능성 때문에 ‘임상 4상’을 해야 한다. 저자도 미국식품의약국으로부터 복합성 피부 및 연조직 감염증 치료제로 승인받은 ‘달바반신’(제품명 ‘달반스’)에 대해 두 차례 ‘시판 후 조사’를 실시했다.

임상시험 과정에는 희소 감염병을 앓고 있는 10대 소녀, 9·11 테러 당시 현장을 지켰던 뉴욕 소방관, 홀로코스트에서 생존한 여성, 의료진의 처방 실수로 인해 마약중독자가 된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 슈퍼버그 감염자들이 참여했다.

슈퍼버그에 고통받는 평범한 이웃들을 보면서 의료계와 학자들은 의지를 다진다. 그들은 여러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슈퍼버그를 잡을 치료제를 찾고 있다.

주태산 주필  |  joots@econovill.com  |  승인 2020.02.22  16:2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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