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한국프랜차이즈 산업의 태동을 1970년대로 본다. 창업 기준으로는 1977년 신세계 백화점에 입점한 림스치킨이 첫 사례로 꼽힌다. 물류시스템·로열티 기반 수익구조 등 산업으로서의 특징을 갖춘 것은 1979년 등장한 롯데리아가 최초다. 40년이 넘는 기간 프랜차이즈 산업 규모는 국내 GDP의 7%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고,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추가 성장의 키는 한정된 시장, 과열된 경쟁이라는 환경적 요인의 극복이다. 이는 곧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산업이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지난 1979년 롯데리아 소공동 1호점 설립 이후 한국프랜차이즈 산업은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롯데리아 설립에서 35년이 지난 2014년 전국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3691개로 급증했고, 2017년에는 5741개의 브랜드로 더 늘었다. 매장 수 매출, 그리고 고용 규모도 적지 않다.

2019년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프랜차이즈 산업의 매출 규모는 119조7000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명목 GDP의 6.9% 수준이다. 전체 프랜차이즈 매출 중 업종별 비중은 도·소매업 56%(66조8000억원), 외식업 36%(매출 43조4000억원), 서비스업 8%(9조6000억원) 수준이며, 프랜차이즈와 관련된 산업을 더하면 전체 산업의 규모는 보다 크게 확장된다.

가맹점포의 수 확장, 고용인력 증대 등 간접 효과도 적지 않다. 2017년 기준 전국 프랜차이즈 매장은 24만8090개(가맹점+직영점)에 달하며, 이들이 고용하는 인력은 총 125만600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서비스업, 도·소매업, 외식업 서비스 부문의 다양성과 전문성도 크게 향상됐다. 특히 외식업 프랜차이즈는 햄버거와 치킨에서 시작해 커피, 디저트, 빵, 음료, 한식 뷔페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고, 해당 산업 전체에서 36% 이상(매출액 기준)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성이 높아졌다.

좁은 시장이 성장 발목… 포화 시장 피해 해외로

프랜차이즈 업계의 위상이 강화됐지만 좁은 시장과 축소돼가는 소비자층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상품의 다양성은 크게 늘었지만 높은 폐업률, 낮은 매출 성장률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식문화 변화, 생계형 프랜차이즈 수 증가, 경제활동 인구 감소가 더해지며 산업의 성장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한국 업체들이 해외로 진출하려는 이유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외식업 프랜차이즈에서 나온다. 업체가 많고, 경쟁도 치열해진 것이 이유다. 일례로 서울시가 2007~2017년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사업체 조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 소재 사업체 10개 중 1개는 음식점일 정도로 외식업체 수가 많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2007~2017년 서울 소재 음식점 수는 8.1% 증가했지만 10년 사이 음식점 1개당 서울 시민의 수는 136명에서 122명으로 줄었다. 전체 사업체 중 음식점 비중(음식점 수/전체 사업체 수x100)는 9.8개(2017년 기준)에 달한다. 외식업은 물론 프랜차이즈의 성장 가능성이 낙관적이지 않은 이유다.

이에 해외 진출을 타진하거나 이미 진출한 업체들의 수가 늘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펴낸 ‘2018년 프랜차이즈 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중 7.6%는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고, 미진출 기업의 12.3% 이상은 진출 방안을 찾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정리한 ‘2018년 프랜차이즈 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해외로 진출한외식기업의 수는 166개로 집계됐다. 해외 전체 매장 수는 4700개를 넘는다. 커피, 치킨, 한식 등 외식업체들의 해외진출이 많았다.

외식업의 주 타깃 시장은 중국, 대만, 홍콩,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권이다. 쌀문화가 발달한 베트남에서는 국수와 비빔밥, 죽과 같은 외식업이 진출했고,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는 치킨과 고기구이가 자리잡았다. 떡볶이의 선호도 높다.

골목상권 떠나 해외로… ‘마포갈매기’ ‘돈치킨’의 성공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식 프랜차이즈의 경쟁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외식업의 경우 재료의 수급, 일정한 품질 유지, 한국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는 특별한 경험 제공 등 강점이 많다. 좁은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합하며 자립해온 만큼 우리만의 특성을 보일 수 있고 맛에 대한 평가도 좋다.

최근 외국에 진출한 외식 프랜차이즈 중 가장 성공적인 모델은 ㈜디딤의 ‘마포갈매기’와 한울의 ‘돈치킨'이다. 이들의 성공 사례는 한국식 프랜차이즈 시스템과 문화가 해외에서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마포갈매기는 2014년 홍콩시장 진출 이후 인도네시아, 싱가폴, 말레이시아, 미국, 베트남, 필리핀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성업 중인 국가는 총 7개국이며, 39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파키스탄 외식업체와 손잡으며 해외 진출을 늘렸다.

마포갈매기의 특이한 점은 주력 해외 사업체들이 대부분 ‘이슬람’ 지역이라는 점이다. 이슬람 율법이 허용한 할랄음식에 대한 선호가 절대적이며, 마포갈매기의 주력상품인 돼지고기는 혐오식품으로 분류된다.

이 시장에서 디딤이 주목한 점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의 식문화다. 한국과 비슷한 ‘구이’ 식문화가 이미 조성됐기에 해외 진출에 나섰다.

식자재의 구입과 배송은 해외에서 직접 이뤄진다. 이슬람 시장에 도입되는 고기를 조달하기 위해호주의 할랄 인증 도축장과 계약을 체결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중국 화교들을 상대로한 돼지고기 구이도 판매한다. 돼지고기 수입 시 벌금이 부과돼지만 화교들의 수요가 워낙 많아 성업 중이다.

디딤 관계자는 “마포갈매기의 해외시장 성공은 각국의 상황에 맞는 물류 시스템 조성, 한국의 조리사와 조리 시스템의 도입 덕분에 가능했다”며 “본사 프랜차이즈에서 추구하는 맛, 음식을 먹는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역점을 두면서도 현지화된 시스템과 그들의 문화에서 경쟁력을 찾은 것이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돈치킨’은 해외로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치킨 프랜차이즈다. BBQ, BHC 등 경쟁 치킨업체들의 난립 속에서 과도한 경쟁을 피하는 한편 해외 비중을 높여 성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오는 2025년까지 해외 가맹점 수를 500개로 늘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돈치킨의 해외진출은 2014년 중국 베이징 싼리툰(三里屯) 1호점에서 시작됐다. 이후 베트남, 태국으로 발을 넓혔고, 지난해 10월 기준 해외 가맹점 총 수는 51개에 달한다. 성장축은 베트남이다. 오는 2025년까지의 200개의 매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돈치킨 관계자는 “베트남의 경우 문화적 자존감이 높고, 이에 외국 음식에 다가가는 접근이 한국과는 다른 면이 있다”며 “현지 문화를 존중하는 한편 한국 문화와 감성을 담은 치킨, 비빔밥, 잡채, 떡볶이 등을 통해 베트남 사람들의 호감도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