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로구에 위치한 더케이손해보험 전경. 출처=더케이손해보험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더케이손해보험이 하나금융지주에 업계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저금리‧저출산‧고령화 기조에 성장 동력을 잃고 있는 보험산업의 어두운 전망이 이번 인수 가격에 크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더케이손보의 손해율(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높은 자동차보험 비중이 높다는 점도 하락하는 인수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인슈어테크(보험+기술)에 관심을 내비쳐왔던 하나금융지주는 이번 인수로 보험사 포트폴리오를 완성시키며, 더케이손보를 디지털보험사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더케이손보가 하나금융지주에 770억원에 인수됐다. 하나금융지주는 한국교직원공제회와 지난 14일 더케이손보 인수 대상 지분 70%에 대한 주식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 1500억원에서 770억원으로 인하

이번 더케이손보의 인수가격은 업계 예상보다 낮은 금액이라는 평가다. 지난달 21일 하나금융지주 이사회가 더케이손보 지분을 인수하기로 결정했을 당시 인수가격은 1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반기 때에만 해도 더케이손보의 인수가는 약 15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때와 비교하면 절반가량 낮은 금액으로 실제 인수가 체결된 것이다.

하나금융지주가 더케이손보 지분을 시장 예상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인수할 수 있었던 것은 성장 동력을 잃고 있는 고질적인 보험산업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저금리‧저출산‧고령화 기조에 보험업계는 악화일로에 치닫고 있다. 보험사들은 포화된 시장 속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주요 손보사 8곳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보다 35.0% 감소했다. 저금리에 자산운용수익률도 곤두박질치고 있으며,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자본건정성 부담도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보험업계 매물은 쏟아지고 있으며, 매수자우위자 시장 속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보험사 매물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급여력(RBC)비율 1위를 기록하는 등 우량보험사로 여겨지는 푸르덴셜생명도 최근 업황 악화에 매물로 나왔다. KDB생명의 매각 시도도 네 번째 진행 되고 있으며, 동양생명‧ABL생명‧MG손해보험 등도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 손해율 높은 자동차보험 63%이상 차지

특히, 더케이손보는 손해율이 높은 자동차보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비인기 매물로 여겨지기도 했다. 2014년 종합손보사로 승격한 더케이손보는 당초 자동차보험 전문회사로 출범한 보험사로 자동차보험 비중(원수보험료 기준)이 63%를 넘는다. 자동차보험은 치솟는 손해율에 보험사들의 골칫덩이 상품으로 꼽힌다. 더케이손보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1~12월 기준 100.1%에 달했으며, 지난해 12월 기준 122.0%를 기록했다. 업계에서 보는 적정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6~78% 수준이다. 사업비 등을 감안하면 손해율이 80%이상만 넘어도 적자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한국교직원공제회가 100% 출자해 설립한 더케이손보가 보유하고 있는 가입자는 교직원이 절반에 달해 손해율 관리에 더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더케이손보의 주력 보험인 자동차보험은 손해율이 높은 교직원들이 주요 고객이라 손해율 관리가 더 어려울 것"이라며 "가령 일반 회사원들은 사고가 나도 길게 휴가를 제대로 못쓰는 경우가 많은데, 교직원들은 방학 등이 있어 한 번 치료할 때 일반 회사원 보다 오래 치료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 더케이손보 원수보험료 기준 종목별 비중. 출처=한국신용평가, 손해보험협회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에 더케이손보의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더케이손보는 2018년 적자전환 했으며, 지난해 3분기까지의 순손실은 111억원에 달했다. 분기별로 보면 8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도 지난달 22일 △열위한 수익구조 안전성 △RBC 비율 하락 등을 반영해 더케이손보 보험금지금능력평가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윤소정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3분기 111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에 이어 4분기 보험영업손실 등을 감안하면 더케이손보의 연간 당기순손실 규모는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원수보험료 기준 약 63%가 자동차보험으로 구성돼 있어 수익성 하락 폭도 더욱 컸다"고 진단했다.

◇ 하나금융, 디지털손보사 만든다

이 같은 기조에도 하나금융지주가 더케이손보 인수에 적극 나선 것은 비은행 부문의 보험사 포트폴리오를 완성시키고, 인슈어테크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생보사를 산하에 두고 있는 하나금융지주는 손보사만 들이면 보험사 종합 포트폴리오를 완성 시킬 수 있다.

타 보험사 대비 높지 않은 인수가격으로 종합손보사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 있다는 점도 하나금융지주가 더케이손보를 인수한 목적으로 보인다. 인슈어테크에 관심을 두던 하나금융지주는 더케이손보를 디지털손보사로 전환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디지털 손보모델을 통해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케이손해보험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의 경우 채널이 다양하고 규모가 커서 의외로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기가 힘든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런 측면으로 보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소규모 채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던 더케이손보는 디지털손보사 등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기에 강점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