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성세대를 만나면 의례히 나오는 말이 있다. “요즘 젊은 애들은...”타령이다. 기성세대는 옛날부터 젊은이를 비판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은 적어도 2,600년 동안 “요즘 젊은이들”에 대한 불평을 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특히 더하다.

“요즘 젊은 애들은 예의가 없어,”

“요즘 젊은 애들은 책임감이 없어.”

“요즘 젊은 애들은 일을 대충 해.”

이런 저런 불만이 대부분이다. 가만히 들어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밥을 세 번이나 사줘도 한번을 안 산다.”거나, “상사가 은퇴하는데 회식하자고 해도 한 명도 안 온다.”는 등 불만도 여러가지다.

며칠 전, 91년생 직장인과 얘기를 나누다가 이런 얘기를 했더니 “너무 일방적인 생각”이라며 그들도 불만이라고 했다. 비근한 예로 “90년대 생이 온다.”를 읽었는데, 시종일관 “90년대 생은 원래 그런 친구들이니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넘어가라.”고 씌어 있더라는 것이다. 나이 많은 저자가 90년대 생의 얘기를 전혀 듣지 않고, 자기생각을 썼다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논문 몇 개를 소개해 보려 한다. 아마도 ‘요즘 젊은이들’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먼저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몇 가지 실험을 소개한다.

첫 번째 질문은 1,824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요즘 젊은이가 기성세대에 대해 예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무례하다고 생각하는가?”를 물었다.

두 번째 질문에서는 “요즘 젊은이가 기성세대보다 더 똑똑하거나 영리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세 번째 “요즘 젊은이는 독서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싫어한다고 생각하는가?”였다.

그 결과, 3가지 질문 모두에서 “참가자들이 자신의 특성을 높이 평가할수록 청소년의 특성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음이 밝혀졌다. 즉, 기성세대가 “자신은 연장자를 존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젊은이를 무례하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영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젊은이를 바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책을 잘 읽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젊은이들이 책 읽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러 조사에서 보면 젊은이가 윗세대보다 독서를 멀리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세대가 낮아지면서 IQ가 높아지는 ‘플린효과(Flynn effect)’를 알지 못하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실험에서 보듯, 기성세대 참가자들이 청소년 세대를 낮게 평가한 것은 객관적인 진실을 얘기한 것이 아니고 자신들의 주관적인 생각이라는 것이라고 연구자 ‘존 프로츠코(John Protzko)’는 말한다.

윗 세대가 젊은세대에게 가진 편견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해 연구자는 언급한 세 가지 실험에다 두 가지 실험을 더 했다.

네 번째 실험에서는 위 세 번째 질문 즉, “요즘 젊은이는 독서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싫어한다고 생각하는가?”를 다시 묻고, 더불어 “현재 당신은 독서를 얼마나 즐기고 있는지” 그리고 “어린 시절에는 얼마나 독서를 즐겼는지” “어린 시절에 주변 친구들 중 몇 명 정도가 독서를 즐기고 있었는지”를 차례로 물었다.

그 결과 자신이 책을 많이 읽고 있고, 어린 시절 독서를 즐겼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린 시절에는 많은 아이들이 독서를 즐기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연구자는 사람들이 어린 시절을 잘못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어릴 때부터 독서를 좋아했던 참가자들은 주위 친구들도 독서를 즐기고 있었을 것이라고 기억할 가능성이 높고, 당시 독서의 즐거움에 대해 바이어스(bias)가 걸려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섯 번 째 연구결과를 보면 이 말에 신빙성이 더해진다. 연구팀은 5번째 실험에서 1,500명을 대상으로 독해력 테스트를 실시한 다음, 이들에게 피드백을 해 주었다. 그런데 테스트 결과의 피드백은 연구팀이 임의로 조작한 것으로 실제 테스트 결과와는 무관하게 “당신은 상위 15%였다.” 혹은 “당신은 하위 15%였다.”고 알려줬다.

그런 다음, 네 번째 연구와 비슷한 질문을 한 결과, 독해력이 낮다고 얘기해 준 참가자는 “젊은 세대는 독서를 싫어한다.”는 편견이 훨씬 적었고, 어린 시절에 독서를 좋아했던 친구를 기억해 내지도 못했다. 즉, 현재 자신에 대한 평가가 젊은 세대에 대한 평가와 과거의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5개 실험 결과에서 연구자는 “심리적,정신적 트릭이 있기 때문에 윗 세대는 다음 세대가 열등한 것처럼 느껴진다.”고 주장한다. 연구팀은 이 심리적 효과를 ‘최근 젊은이들의 효과(the kids these days effect)’라고 명명했다. 기성세대는 현재 자신의 상태를 자신의 기억에 반영해 버린다. 따라서 젊은 세대의 '쇠퇴'가 자신에게 객관적인 것으로 생각되어 버리는 것이다.

위와 같은 연구결과를 뒷받침해주는 조사가 더 있다. 미국에서는 1991년부터 고교생의 행동에 관한 설문조사를 격년으로 실시하고 있다. ‘YRBSS(Youth Risk Behavior Surveillance Survey’가 그것이다. 이 조사결과를 보면 최근 젊은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한 만큼 불량하지 않으며 오히려 부모 세대보다 더 절도 있는 행동을 하고 있음을 알수있다.

지난해 자료를 보면 ‘13세 이전에 첫 경험을 한 비율’에서 학생들은 5.6%인데 비해 어른세대는 10.2%나 되고, 10대 때 흡연율도 학생은 15.7%인데 비해 부모세대는 30.5%에 이른다. 청소년기에 술을 마신 적이 있다는 비율도 학생들은 66.2%인데 반해 부모세대는 80.9%로 나타났다.

이번에는 ‘젊은이들’에 대한 또 다른 연구를 소개해 본다. “최근 젊은이들이 TV나 신문 뉴스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는 기성세대의 생각에 대한 답이 될 것 같다. 시드니대학과 퀸즐랜드 대학 공동연구팀은 2019년 4월 1일에 호주에서 발행된 8종의 신문과 같은 날 방송된 4개의 TV뉴스 프로그램을 분석했다.

당일 보도된 총 뉴스 건수는 276건이었다. 이 가운데 35%가 기후 변화와 교육문제, AI가 미래의 고용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소셜미디어 규제 등이었다. 즉 청소년의 삶과 미래에 대한 뉴스가 대부분이다. 여기까지 보면 ‘젊은이들’에 대한 관심이 꽤 많아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청소년의 의견이나 경험을 포함하는 뉴스로 좁혀서 다시 분석한 결과, 청소년의 의견이 포함된 뉴스는 11%에 불과했다. 문제는 그 대부분이 부모와 경찰, 젊은이를 분석한 전문가 등 기성세대의 입을 통한 것이었다. 실제로 청소년의 목소리를 직접 담은 뉴스는 단지 1%에 불과했다.

게다가 청소년의 의견이 포함된 뉴스는 사고 또는 복지와 관련된 것이 대부분을 차지할 뿐 정치, 경제, 환경 문제, 기후 변화 등의 주제에서는 청소년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처럼 미디어가 젊은이들의 의견을 경시한 결과, “언론을 신뢰한다.”는 비율이 23%에 불과하다. 성인의 44%에 비하면 그 차이가 실로 크다.

결국 요즘 뉴스에서 취급되는 “젊은이들은 단지 기성세대의 소품화일 뿐”이라고 연구팀은 결론 냈다. 따라서 “뉴스 미디어는 국가와 사람을 바라보는 중요한 렌즈이며, 공공의 담론과 의견에 영향을 미치는 매개체이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뉴스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요즘 어느 조직에서나 세대 간 부조화가 큰 화두다. 소위 사고격차로 인해 소통부재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상호 경시풍조도 나타난다. 더 늦기 전에 기성세대가 ‘요즘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관심 있게 듣고, 생각을 공유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