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 진영과 조현아 전 부사장 진영의 신경전이 첨예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대한항공 노동조합이 14일 조원태 회장 지지를 선언하며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조 회장 체제에 반기를 드는 한편 KCGI 및 반도건설과 연합해 세를 불렸으나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 회장을 지지하며 팽팽한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 전 부사장측이 김신배 전 SK 부회장 등 한진칼 전문경영인 제안 명단을 발표하자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는 모양새다.

▲ 노조 성명서. 출처=갈무리

노조의 분노

노조는 성명을 통해 “대한항공 2만 노동자는 분노한다. 그리고 경고한다!'는 제하의 성명서를 통해 "회사를 망가트리려는 외부 투기자본세력과 작당해 회사를 배신한 조현아 전 부사장과 일당의 주주제안에 대해 노조는 사리사욕을 채우겠다는 의도를 확신하고 분노, 경고한다”고 말했다.

외부 투기자본세력은 조현아 전 부사장과 손을 잡은 KCGI를 말한다. 이에 앞서 이명희 고문과 조현민 전무는 조원태 회장을 지지한다고 선언하며 조현아 전 부사장이 ‘외부세력’과 손을 잡은 지점을 두고 불편한 심기를 비친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노조의 생각도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13일 조 전 부사장이 한진칼 전문경영인을 추천한 것도 비판했다. 노조는 “이들은 항공산업의 기본도 모르는 문외한이거나 그들 3자연합의 꼭두각시 역할밖에 할 수 없는 조 전 부사장들의 수족으로 이뤄져 있다"며 "이들이 장악하는 회사는 과연 무한 경쟁의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날을 세웠다.

조 전 부사장은 사내이사 및 기타 비상무이사 후보로 김신배 전 SK 부회장과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를 추천한 바 있다. 그러나 노조는 이들이 항공사업의 문외한이며, 3자연합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조 전 부사장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내세운다지만, 이면에는 KCGI 및 반도건설로 이어지는 3자연합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이어 "작년 부산사업부를 내치고 당장 돈 안 되는 노선을 정리해 주가 차익을 노리는 투기자본 KCGI의 속내를 낱낱히 밝혔고 현재도 그들의 속셈은 같다"며 "반도건설 역시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의 자산을 헐값에 이용해 자기 배만 불리겠다는 저의가 있다는게 공공연히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노조는 주주 및 국민들에게도 호소했다. 노조는 “온 국민의 지탄을 받던 조현아 전 부사장과 국민의 공분을 발판삼아 대한항공의 경영행태를 비판하며 개혁을 주장하던 자들이 말도 되지 않는 밀약과 연합을 하고 이런 일을 꾸미는 건 국민과 한진그룹 전 노동자들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행태"라면서 ”자본의 이합집산이 멀쩡한 회사를 망치도록 놓아두지 않으려는 노조의 강력한 의지를 지원하고 응원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주총 전 힘겨루기

조 전 부사장 등 주주연합은 13일 한진칼 전문경영인을 제안하며 시스템, 플랫폼 경영을 강조했다.

주주연합은 실제로 “참신하고 능력있는 전문경영인과 외부전문가들로 한진칼의 이사진이 구성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이번 주주제안을 통해 한진칼이 대주주 중심의 경영에서 벗어나 이사회 중심의 경영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번 주주제안이 다가오는 한진칼의 주주총회에서 통과되는 경우 한진그룹은 전문경영인제와 이사회 중심 경영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달 주총을 앞두고 두 진영의 신경전이 극에 달한 가운데 주주연합의 마지막 승부수라는 말이 나왔다. 두 진영의 지분율을 보면 1.4%p차이로 조원태 회장 진영이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그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주총에서는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두 진영의 희비는 주총장에서 국민연금 및 소액주주 등 제3지대의 선택에 달렸다는 말이 나온다. 이 대목에서 노조가 사실상 조원태 회장을 지지하면서, 승부의 축은 급격히 기울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