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일 기자] 최근 몇 년새 국내 대기업들이 연구개발(R&D) 역량 확보, 새로운 산업으로의 진입 등을 이유로 활발한 기업인수합병(M&A)에 나섰다. 1조원대가 넘는 대형 M&A를 통해 기업들은 현재 어떤 성적을 거뒀을까. 일부 기업은 M&A를 통해 성장동력의 한 추를 얻기도 했지만, 아직은 모기업과의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기업들도 있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전장, 삼성그룹 핵심 사업으로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11월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9조2727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국내 기업 해외 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를 통해 인공지능(AI)·5G·바이오·반도체 중심의 전장(전자 장비) 부품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하만은 삼성전자에 피인수된 지 3년여만에 연간 매출액 10조원을 달성하는 등 모기업과 전장사업에서 시너지를 발생하고 있다.

인수 첫해인 2017년 매출 7조1034억원, 영업이익 574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매출 8조8437억원, 영업이익 1617억원으로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10조800억원, 영업이익은 3200억원으로 경영효율화와 수익성 두마리 토끼를 잡은 모습이다. 

 

넷마블의 코웨이 인수…뛰어난 캐시카우 확보

넷마블은 지난해 총액 1조7400억원에 웅진코웨이 주식 1851만1446주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수 후 지분 비율은 25.08%다.

넷마블은 게임사업에서 확보한 인공지능(AI)·클라우드·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과 운영 노하우를 접목해 스마트홈 구독경제 사업을 발전해 나갈 계획이라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이 보는 실제 이유는 코웨이가 보유한 우수한 현금창출능력이다. 중국산 게임과의 경쟁 등 치열해지는 게임시장에서 코웨이는 넷마블의 든든한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웅진코웨이는 매출과 영업이익·당기순이익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할 전망이다. 웅진코웨이는 2018년에도 매출액 2조7073억원, 영업이익은 5198억원으로 역대 최대 경영실적을 세웠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인수…세계 1위 선사 도약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월 8일 산업은행과 현물출자·투자 계약을 체결,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55.72%에 해당하는 5973만8211주를 인수했다. 주식 매수 금액은 약 2조861억7780만원이다.

지난해말 현대중공업그룹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1114만5000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점유율 13.9%)의 수주잔량을 보유했다. 2위인 대우조선해양의 584만4000CGT(7.3%)를 합치면 점유율은 21.2%까지 늘어난다.  3위인 일본 이마바리조선소 수주잔량 525만3000CGT(6.6%)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더욱이 통합법인은 LNG선과 VLCC 같은 초대형 상선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때 적자 늪에 빠졌던 대우조선해양도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6년 2조7895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대우조선해양은 이후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흑자를 기록중이다. 지난해에도 영업이익 2483억원, 당기순이익 164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LG유플러스 CJ헬로비전 인수…경쟁력 의문 남아

LG유플러스는 CJ ENM이 보유하고 있는 CJ헬로비전(LG헬로비전) 지분 53.92% 중 50%에 1주를 더해 8000억원에 인수했다.

12일 현재 LG헬로비전의 시가총액은 4000억원이 안된다. 1년전 LG유플러스가 LG헬로비전을 인수할때 시가총액이 7500억원 수준이었다. 당시에도 LG헬로비전의 가치를 두 배 이상 고평가했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현재 가치는 당시보다 더 떨어진 4분의 1 수준이다.

LG헬로비전은 지난해 3분기 1년전보다 80.5%나 줄어든 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도 28억원이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1조1174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404억원)과 당기순이익(152억원)이 전년 대비 각각 40.6%, 61.7% 감소했다.

CJ헬로의 실적 부진은 경쟁 심화로 인한 가입자 감소와 지상파 재송신료(CPS), 새롭게 진입한 렌털사업 대손충당금 등 비용 증가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LG유플러스는 설명한다.

이혁주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는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M&A 과정에서 사업집중력이 크게 떨어졌지만 인수가 마무리됐기 때문에 새롭게 시작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LG유플러스가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서비스를 헬로비전에 접목시키고 인프라를 이용하거나 보강해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2년 연속 적자…현대산업개발(HDC)의 고민

금호산업은 지난해 7월25일 매입가로 2조5000억원을 적어낸 HDC 컨소시엄(현대산업개발, 미래에셋대우)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입가는 아시아나항공 부채 일부 변제와 구주매각 대금, 유상증자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이 고려됐다. 여기에 국적항공사의 브랜드 가치, 상장 계열사인 에어부산 및 비상장 계열사인 에어서울과 아시아나개발 등의 경영프리미엄까지 추가됐다.

하지만 지난해 9월말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별도재무제표기준 8조7900억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 자율협약을 졸업했지만 여전히 차입금 규모가 크고 부채비율이 높아 재무구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지난해도 5725억원의 당기순손실이 예상되는 등 2년 연속 적자가 확정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단기간에 수익성을 끌어올리기도 어렵다는게 업계의 진단이다.

일본, 중국 등 중단거리 노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일본은 불매운동 여파,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지속되면서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와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SK텔레콤의 ADT캡스 인수...역대 최대 실적 기여

지난 2018년 5월 SK텔레콤은 국내 2위 안전·보안 업체 ADT캡스를 1조2760억원에 인수했다. 부채(1조7000억원)를 포함하면 총 인수 가격은 2조9700억원이다.

SK텔레콤은 미디어와 보안 등 신사업 분야의 성장을 바탕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 17조7437억원을 기록했다.

ADT캡스와 SK인포섹으로 이루어진 보안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17.4% 증가한 1조1932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1535억원으로 전년 대비 21.9% 늘었다.

SK텔레콤은 ADT캡스로 물리보안, SK인포섹으로 정보보안을 아울르면서 통합 보안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였다. SK텔레콤은 올해 보안사업에서만 1조30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ADT캡스는 매출 1조원 돌파를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