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운동 전념을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

북미정상회담을 기대했던 북한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할 의사가 없다고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이제 북한의 선택만 남았다.

지난 2월 10일 월요일, 미국 CNN 방송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관련 발언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 이전까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또 다른 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는 것이다.

CNN 방송은 익명의 소식통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운동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북핵 이슈에 관여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 마디로, 북한에 희망이 없다는 뜻이다. 2018년 6월과 2019년 2월에 가진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성과가 없었으니, 이렇게 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북한에 대한 입장은 항상 분명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 완전히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 조치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북한은 핵을 만들 생각도, 만들지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2019년 6월의 판문점 북미정상회담까지 도합 세 차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했다. 미국의 관심은 오로지 하나 북한 비핵화뿐이었다. 다른 어떤 논의 사항이 더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북한 비핵화를 넘어서는 주제가 될 수는 없었다.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구체적 결단이 실행되지 않는 한, 미국은 더 이상 북미협상을 재개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교착 상태라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 집중하기 위해, 북핵 문제는 대선 이후로 미뤄두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뿔뿔이 흩어진 대북 협상팀

북미정상회담과 관련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로 드러났다. CNN 방송의 보도가 나간 지 몇 시간 만에, 북한 비핵화 협상을 맡아온 미국 국무부 태의 대북 협상팀이 해체 수준으로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고위직 승진으로 연쇄 이동한 것이다.

백악관이 알렉스 웡 국무부 대북특별 부대표 겸 북한 담당 부차관보를 유엔 특별 정무 차석대사에 지명했다고 밝혔다. 유엔 특별 정무 차석대사는 상원 인준을 거쳐야 하는 대사급 자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웡 부대표를 승진 발탁한 것이다.

지난 1월 23일 목요일에는 마크 램버트 전 국무부 대북특사는 유엔 특사로 임명되었다. 국무부는 “램버트 특사가 국무부 내 국제기구 담당국에 배치돼 다자간 기구 관련 업무를 맡게 됐다”고 밝혔다. 대북라인이 잇따라 유엔 관련 업무로 이동한 것이다.

웡 부대표와 램버트 특사가 빠진 자리를 채울 인사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보고, 당장 필요 없는 북한 비핵화 협상팀 충원하지 않을 생각인 것 같다. 공백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차기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 같은 외교 사안보다 세제 개편, 이민 정책, 건강보험, 청년 학자금과 같은 국내 문제들을 주요 쟁점으로 부각시킬 듯 싶다.

 

혼전을 거듭하는 미국 민주당 당내 경선

막강한 우세 후보가 없어, 도토리 키재기가 아니냐고 불렸던 미국 민주당 당내 경선. 그러나 생각 외로 상황은 흥미진진해졌다. 신예 돌풍을 일으킨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내아주 사우스벤드 시장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각축전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선거 조작 논란까지 일으켰던 첫 예비선거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깜짝 1위에 오른 부티지지 전 시장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샌더스 의원이 누르는 상황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32% 개표가 이뤄진 11일 현재, 샌더스 의원이 선두.

상황을 좀 더 정리해보면, 샌서스 의원 27.8%, 부티지지 전 시장 23.5%. 3위는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30%, 4위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9.6%.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았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순위에서 사라졌다.

4개월 동안 진행된 상하원의 탄핵 투표를 통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강력한 대항마 바이든 부통령을 물리쳤다. 탄핵 투표는 결국 우크라이나 정부에 압력을 가한 바이든 부통령의 실책만 부각한 셈이다. 거기에 공화당원 결집 효과는 보너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가 차기 대선에서 다뤄지기 힘들다고 본 것 같다. 군소 후보들의 혼전을 하면, 외교 사안보다, 민생 관련 국내 문제들이 더 중요하게 다뤄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도 국내 문제에 집중하며,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것 같다.

 

비핵화 결단만 남은 북한

지난 1월 28일,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과 만나, “우한 폐렴은 악마”라고 선포한 시진핑 국가주석. “내가 직접 전염병 업무를 지휘하고, 대응하고 있다”고 전의를 밝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퇴치에 매달리며,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1월 31일, 북한은 시진핑 국가주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모든 운송 통로를 완전히 폐쇄한 것이다. ‘2019 세계 보건안보 지수’ 보고서 195개국 중 193위인 북한으로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상황은 북한에게 불리하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완전 고립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중국은 북한이 보인 중국과의 ‘국가 폐쇄’를 불쾌하게 생각할 것이고,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북한을 제친 미국은 북한의 경제 사정에 절대로 관심 갖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대북제재에 대응해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을 선포했던 북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로 외화벌이에 나서려던 북한은 ‘국가 폐쇄’에, 중국 경기침체, 중국과 미국의 무관심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

생필품 조달마저 어렵다는 북한은 국제사회의 원조도 기대할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장기화 된다면, 북한은 견디기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핵실험과 미사일 추가 발사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 비핵화는 2020년이 고비가 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