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올해 밸런타인데이를 맞는 연인들은 고민이 많다. 사랑하는 사람과 의미 있는 시간을 갖고 싶지만 코로나 19 감염증 때문에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존에 핫하다고 알려진 장소를 방문하자니 자연스레 대중들이 모여들 것 같다. 마스크를 쓰고 손소독제를 챙겨 다니는 연인들이 종종 보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하다.

"조용하고 감염 걱정이 없는, 안전하지만 특별한 곳은 없을까" 연인들은 이번 기념일을 대비해 미리 다양한 방책을 준비하고 있었다. 

취재에 응한 20대와 30대 연인 대부분은 프라이빗(사적인) 공간에서 데이트를 갖는다고 밝혔다. 이중 몇몇은 소규모 레스토랑과 카페 등 특별한 장소를 예약했다. 자택에서 보내는 이들은 주로 애인과 함께 영상 콘텐츠와 게임 등을 즐길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반면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10대들의 의견은 둘로 나뉘었다. 코로나 감염증에 대해 몇몇은 우려를 표하지만 어떤 이는 자유롭게 야외활동을 다닌다. 

▲ 밸런타인데이 시즌을 맞이해 소공동 롯데 백화점 본점에서 관련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박민규 기자

10대는 "걱정 반 기대 반" 

부산에 거주하는 백나민(15세) 학생은 "기념일이고 초콜릿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다"며 "지난해보다 친구들과 모여서 노는 횟수도 적어졌고 집밖으로 나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반대로 "부산에 감염사례가 없어서 크게 개의치 않는다(문제연, 17세)"는 의견도 뒤를 이었다. 

특히 부천에 거주하는 김건우(18세) 씨는 최근에도 수영장을 다니고 있다. 그는 "밸런타인 데이에는 여자친구와 집앞에서 만나 초콜릿을 주고 받기로 했다"며 "원래 운동을 좋아하고 활발한 성격으로 감염증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 확진자가 전국에서 20명 내지 30명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접촉으로 쉽게 감염될 거라고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20·30대 "프라이빗한 레스토랑 예약했다"

20·30대 연인 대부분은 10대와 달리 밸런타인데이 데이트 장소를 바꾸었다고 밝혔다. 그중 몇몇은 그들만의 특별한 공간을 선점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박민지(가명, 30세) 씨는 사적인 공간을 제공하는 소규모 레스토랑에서 식사한다. 그는 "이번에 방문하는 합정의 레스토랑은 점심과 저녁때 대여섯 팀만 받는 곳으로, 코스 요리를 먹으면서 셰프와 함께 재료와 레시피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본래 인천광역시 송도 여행을 계획했으나 감염증 확진자가 나오면서 일정을 바꾸었다. 그는 "애인이 걱정하기에 나들이도 취소하고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며 "호텔 뷔페를 가거나 쇼핑몰에서 서로 커플 물건을 사줄까 했는데, 사람이 많아서 그것도 좌절되었다"고 전했다. 

회사원 소은조(가명, 31세) 씨는 개인 방을 제공하는 보드게임 카페에서 해외직구를 통해 구매한 위스키 초콜릿을 교환한다. 그는 "사람이 많은 곳보다 프라이빗한 보드게임 카페에서 보내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사람과 접촉할 일이 적어서 안심된다"며 "너무 시끄럽지도 그렇다고 너무 정적이지도 않아서 마음에 들고 음료와 음식도 제공되어서 편하다"고 덧붙였다. 

감염증 사태로 개강이 연기된 대학생 이지수(24세) 씨는 제주도 여행을 포기하고 영화관을 방문한다. 이 씨는 "지나치게 신경쓰고 있는 것은 아니나, 원래 제주도에 가려고 했던 계획은 취소했다"며 "아직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아 직접 만든 초콜릿을 전달하고 함께 영화를 보러 갈 것이다"고 밝혔다. 

당일에는 자택에서 "초콜릿 대신 마스크 선물" 

이번 기념일을 자택에서 보내는 이들은 영화와 게임 등을 실내 놀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장인 장대청(29세) 씨는 데이트를 하러 갔던 영등포에서 마스크 인파를 본 이후로 외출을 줄이고 있다. 평소 애인과 오프라인에서 옷을 구매하는 것을 즐겼지만 최근에는 매장을 방문하지 않았다.

그는 "밸런타인 때면 초콜릿은 상술이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얼마 전에는 서로 마스크를 선물해주자는 이야기를 했다"며 "진담 반 농담 반이었지만, 최근 집에서 데이트하는 일이 부쩍 늘어 요리도 집에서 해 먹고 왓챠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문화생활을 자주 즐기는 이희은(31세) 씨도 공연장이 아닌 집을 선택했다. 감염증이 전파되는 방식이 감기와 비슷해 비말만 조심하면 된다는 사실을 알지만 예방 차원에서다. 그는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공연장을 방문했을 것이다"며 "받은 선물도 공연 티켓이지만 당일에는 너무 사람이 많을 때라 집에서 보낼 생각으로 영화와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 감염증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밝힌 프리랜서 김미솔(가명, 29세) 씨도 자택에서 밸런타인을 보낸다. 그는 "애인과 집에서 보드게임과 애니메이션 등을 즐기며 고양이랑 편안하게 논다"며 "각자의 취미 생활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특별한 선물과 수집품을 주고 받을 것 같다"고 밝혔다.

연인들의 무대인 밸런타인데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들은 이렇듯 인파를 피해 사적인 장소로 조용히 스며들고 있었다. 몇몇은 특별한 곳을 발굴해냈지만, 나머지는 자택에서 편안하게 보내는 쪽을 선택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19 감염증은 오프라인 시장까지 퍼지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11일 97%의 소상공인이 매출 감소를 경험했다는 보고서를 발간한데 이어 반대급부로 온라인 쇼핑이 증가하는 추세라는 분석을 증권사들은 내놓고 있다. 연인들이 달콤한 초콜릿을 주고 받은 이후로도 얼어붙은 오프라인 시장의 날씨는 한동안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