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이 얼어붙으며 투자자들의 지갑도 닫히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및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창궐로 현실경제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 암호화폐 시세가 반짝 오르는 현상이 보이고 있으나, 큰 틀에서 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얼어붙어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시적이지만 1000배의 수익을 보장하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업비트와 빗썸 및 코인원과 함께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거래소로 알려진 코빗이며, 업계의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에서 지난 10일 일시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1000원에 거래되는 일이 발생했다. 11일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1100만원 수준에서 거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수를 미리 걸어둔 투자자는 1000배가 넘는 이득을 본 셈이다. 11일 현재 시세는 정상으로 돌아온 상태다.

업계에서는 일시적으로 코빗의 시스템이 무너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사례도 있다. 지난해 코인제스트라는 거래소에서 에어드롭 이벤트를 진행하며 시스템 오류로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했고, 이 때 매도한 투자자들이 큰 이득을 봤으나 이내 수익이 환원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코빗은 그러나 1100만원 비트코인이 1000원에 거래된 것은 정상적인 거래라고 설명했다. 코빗은 공지사항을 통해 "대량 매도에 따른 시세 변동이 있었으며, 해당 거래는 정상거래로 확인되었다"면서 "거래소 이용에 불편드린 점 양해 부탁드리며, 회원님들께서는 안심하시고 이전과 같이 정상적으로 거래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1100만원 비트코인이 1000원에 팔린 것이 정상이라는 설명이다.

▲ 출처=갈무리

코빗의 공지사항이 나왔음에도 업계의 의문은 증폭되고 있다. 일단 거래소 내부에서 대량매도(시장가)가 발생했고, 미리 매수를 걸어둔 투자자들이 정상적으로 비트코인을 구매했다지만 가격 차이가 1000배 나는 것은 석연치 않다는 말이 나온다. 액수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1000배 수익 거래가 정상이라는 코빗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코빗에서 유통되는 비트코인 거래량이 심각하게 쪼그라들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블록체인 전문 컨설팅 업체 이더랩의 김경수 대표는 "내부 사정은 외부에서 알기 어렵지만, 코빗의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거래량이 많이 줄어들어서 특정인의 대량매도가 큰 파장을 일으켰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코빗 관계자는 <이코노믹리뷰>와의 통화에서 "(내부에서 더 확인을 해야 하지만) 정확한 것은 확인해봐야 안다"면서 "중요한 것은 정상거래가 맞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코빗 사태를 두고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거두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거래소는 지나친 가격 하락을 임의로 막는 장치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코빗 관계자는 "그 부분이 작동되고 있는지는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해킹이나 장부거래 의혹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현 상황에서 이러한 극단적인 사태가 시장 전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물론 정상거래라는 코빗의 설명이지만, 심각한 거래패턴 변화는 곧 투자자들의 '투심'을 막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