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장은진 기자] 증권사들이 수익 증대를 위해 사업영역을 넓히면서 단일 최고경영자(CEO) 체제에서 2인 대표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 한명의 CEO보다는 영역별로 전문성을 가진 CEO들을 선임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단일 대표체제에서 2인 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증권사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교보증권이 12년 만에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한데 이어 카카오페이증권은 미래에셋대우 출신 대표를 영입해 2인 대표 체제로 개편했다.

지난 6일 카카오페이증권은 리테일과 기업금융부문에서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카카오케이증권의 경우 전체 경영 총괄 및 신설된 리테일 사업부문은 새로 선임된 김대홍 대표가 이끌며 기존 기업금융 사업부문은 윤기정 대표가 그대로 맡았다.

리테일 사업을 맡은 김 대표는 미래에셋대우 콘텐츠개발본부장 출신이다. 동원증권 e-biz팀과 미래에셋증권 온라인비즈니스본부장 등을 지낸 김 대표는 지난해 2월 카카오페이증권에 합류했다.

교보증권도 지난 5일 이사회에서 박봉권 전 교보생명 부사장을 사장으로 신규 선임했다.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박봉권 신규 사장은 교보증권 경영총괄 담당으로 경영지원 및 자산관리(WM) 부문을 맡게 된다.

주총에서는 김해준 대표이사의 연임에 대한 논의도 진행된다. 업계에서는 별다른 일이 없다면 김 대표의 연임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고있다. 교보증권의 투톱 체제는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른지 12년 만의 일이다.

▲ (왼쪽부터 상단부터 시계방향) 김대홍 카카오페이증권 리테일부문 대표, 윤기정 카카오페이증권 기업금융부문 대표,  김해준 교보증권 대표, 박봉권 신임 교보증권 대표. 출처=각사취합

미래에셋대우, KB증권, 신영증권 등은 과거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해 유지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2016년 통합법인 출범 때 선임된 최현만·조웅기 두 대표 체제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현만 수석부회장은 경영혁신과 글로벌, 디지털 부문을 맡고 조웅기 부회장의 경우 투자금융(IB), 트레이딩, 홀세일 등에 주력해 업무를 분담했다.

미래에셋대우의 두 대표이사는 올해 3월 임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지난해 6600억원대 역대 최대 순익을 달성해 재신임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 중이다. 

KB증권은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이 합병한 2017년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된 케이스다. 당시 KB투자증권 대표로 있던 전병조 대표와 현대증권 대표로 있던 윤경은 대표를 각자 대표로 선임한 KB증권은 전 사장에게 투자은행(IB), 윤 사장에겐 자산관리(WM) 업무를 배정했다. 전 사장과 윤 사장의 임기가 만료된 후에도 KB증권은 박정림, 김성현 사장을 각각 선임해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했다.

신영증권도 2017년에 원종석 대표 체제에서 신요환 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며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신영증권의 투톱 체제는 신요환 사장이 증권업 업무를 총괄하고 그룹 중장기 비즈니스의 경우 원종석 부회장이 챙기는 구조다.

증권사들이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 중인 이유는 기존 브로커리지 위주의 단편적인 비즈니스에서 IB로 사업영역을 넓어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신사업에 뛰어든 만큼 신경써야할 영역이 커졌지만, 기존사업 경쟁자 또한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향후에도 각자 대표 체제가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마다 강점을 보여온 전문 분야에서 성과를 발휘하기 용이하고 의사결정도 빠르게 이뤄질 수 있어 시장 대응에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해외투자까지 단행하며 사업을 확대 중인 상황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를 배치해 신속하고 빠른 업무를 추진할 경우 자체 경쟁력 확보도 쉬워진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영역이 확대되면서 한명의 대표가 모든 업무를 책임지긴 어려워졌다”면서 “증권업의 경우 다루는 분야가 다양하고 전문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각자대표제가 더욱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