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기적이 일어났다”, “그 어려운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과거 우리는 우리가 만든 콘텐츠의 가치를 애써 깎아내리던 때가 있었다. 소위 말하는 콘텐츠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이나 유럽·일본 등지에서 만든 콘텐츠들을 보면서 “수 십 년을 앞서 간다”면서 저 하늘의 별을 보듯 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180도 달라졌다. 현재 우리나라의 콘텐츠들은 전 세계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있고, 급기야는 강철과 같은 ‘인종의 장벽’이 버티고 있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우리 손으로 만든 영화가 주요 상을 모두 휩쓰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에게는 약간 미안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겠다. 아시아 영화 최초로 2020년 아카데미상 4관왕을 거머쥔 영화 <기생충>이 세운 기록은 우리나라 영화 산업계에 종사하는 모두가 올린 귀중한 성과다. 물론, 봉준호 감독도 그 '모두'들 중 하나다. 

이 작품의 제작사이자 투자사인 CJ그룹(이하 CJ)만 봐도 그렇다. CJ의 경영진이 어떻고, 그 아들이 어떻고 하는 등 다른 것을 떠나 우리 콘텐츠 산업계가 지금과 같은 입지에 오른 것에는 CJ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다. 이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거나 드물 것이다. 

CJ는 지난 1995년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거의 모두 손을 뗀 영화산업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며 약 20년 이상의 긴 시간 동안 적자를 감수하면서 계속 영화를 만들고, 투자했다.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 시스템을 국내에 처음 도입해 우리나라 영화 ‘판’이 더 커지게 만든 것도 CJ다. ‘기생충’ 역시 CJ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의 전폭적 지원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또 ‘기생충’의 성과에는 어떻게든 세계에서 인정받는 영화를 만들려는 우리나라 감독들의 끝없는 도전도 녹아들어 있다. 1962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이후, 우리나라 영화계는 매년 아카데미상 국제영화(구 외국어영화) 부문에 계속 작품을 출품해 왔다. 후보 명단에 조차 들지 못하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우리 영화감독들은 끊임없이 도전했고, 가치를 증명해 왔다. 

그런가하면, 우리 영화의 수준 도약을 위해 그야말로 자신들의 자아를 '갈아넣어' 영화의 주인공에 극도로 몰입시킨 수많은 영화배우들의 노력도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예술적 열정의 실현을 위해, 국내 영화의 다양성 확장을 위해 수많은 기발한 시나리오들을 밤새워 집필한 영화 작가들이 창작의 고통 속에 보낸 시간들, 온 몸이 고된 영화 촬영 현장에서도 한 장면의 성공적인 비주얼을 위해 몇 시간이고 들고, 나른 수많은 작품의 스태프들 역시 기생충의 기적을 만든 씨앗이다. 
        
오늘 하루는 우리나라 영화계의 모든 이들이 축배를 들어 마음껏 기뻐하고 자축해도 좋은 날이다. 혹자는 ‘국뽕(지극히 국수주의적인 관점)에 취하는 것 아니냐'며 비웃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이 피와 땀을 흘려가며 건져 올린 갚진 성과들을 기뻐할 뿐이다. 오늘의 기쁨은 내일의 더 큰 기쁨은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영화 <기생충>의 성과를 만들어낸 열정을 가지고 있는 수많은 이들이 있는 한, 우리나라가 전 세계를 감동과 희열로 감염시키는 것은 ‘기생충’으로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