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논란이 격해지는 가운데,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의 건곤일척 승부가 이어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둘 중 한 명을 지지해야 하는 주주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강대강 대결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 7일 이사회를 열어 지배구조 및 경영 투명성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해당 방안이 사실상 ‘조현아 지우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애착을 가지고 있는 호텔 사업을 매각해 복귀할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KCGI 및 반도건설과 함께 공동전선을 꾸려 조원태 회장에 대한 압박을 높이는 상황이라 특히 주목된다.

실제로 조 전 부사장은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하여 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라면서 “한진그룹은 선대 회장님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상속인들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되었고,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하여 조 전 부사장과의 사이에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되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KCGI, 반도건설 명의의 공동 입장문을 내고 조원태 회장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국민의 기업인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의 현재 경영상황이 심각한 위기상황이며 그것이 현재의 경영진에 의하여는 개선될 수 없고 전문경영인제도의 도입을 포함한 기존 경영방식의 혁신, 재무구조의 개선 및 경영 효율화를 통하여 주주가치의 제고가 필요하다는 점에 함께 공감했다"면서 "다가오는 한진칼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와 주주제안 등 한진그룹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활동에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주장했다.

KCGI는 대한항공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개혁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그런 이유로 KCGI는 오너 일가인 조 전 부사장에게 ‘적’이지만, 조원태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를 막는 상황에서 결국 조 전 부사장이 적과의 동침을 택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될 분위기가 아니다. 당장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의 충돌이 격화되는 가운데 오너 일가인 이명희 고문과 조현민 전무가 조 회장 체제를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명희 고문과 조현민 전무는 4일 공동 입장문을 내어 "이명희와 조현민은 한진그룹 대주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을 받들어 그룹의 안정과 발전을 염원한다"면서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현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외 경영환경이 어렵지만, 현 경영진이 최선을 다해 경영성과를 개선하고 전문경영 체제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개선 노력을 기울여 국민과 주주, 고객과 임직원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는 한진그룹을 만들어 주시기를 바란다"면서 "조현아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며,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진그룹의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칠 것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당시 조원태 회장과 충돌했던 이명희 고문이, 결국 조현아 전 부사장이 아니라 조원태 회장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조 전 부사장이 KCGI라는 ‘위험한 외부세력’을 끌어왔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3월 주주총회에 시선이 집중된다.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양측의 충돌이 격렬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한진칼 지분 상황을 보면 조 회장이 6.52%, 조 전 부사장이 6.49%, 조현진 한진칼 전무가 6.47%, 이명희 고문이 5.31%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4.15%는 재단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으며 KCGI가 17.2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델타항공이 10.0%, 반도건설이 8.20%, 국민연금이 4.11%를 가지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 진영의 지분율은 모두 32.06%다. 여기에 반도건설의 의결권 유효 지분 8.20%을 고려하면 주총에서 총 31.98%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조원태 회장은 6.52%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우호세력인 델타항공 10.0%을 더하면 16.52%다. 여기에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5.31%, 조현민 전무의 6.47% 지분이 더해지고 4.15%의 정석 인하학원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더하면 33.45%의 지분이 되어 조 전 부사장 진영을 근소하게 누를 수 있다. 조 전 부사장 진영과 비교하면 1.39%p 앞선다.

선택은 누가...?

결국 경영권 향배는 국민연금 및 기타주주의 손에 달린 셈이다. 최근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이 치열한 여론전에 돌입한 배경이다.

문제는 기타주주들 입장에서 조원태 회장이나 조현아 전 부사장 모두 선뜻 선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영 능력과는 별개로 ‘국민의 사랑’을 다시 받아야 하는 인사에게 경영권을 주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당장 조현아 전 부사장은 소위 땅콩회항 사건으로 국민적인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한진그룹은 씻을 수 없는 브랜드 이미지 타격을 받았고, 이후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 등을 괴롭혔다는 의혹까지 받았다. 박 사무장은 현재 국회의원에 도전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도 만만치않다. 1999년 뺑소니 혐의에 이어 2000년에도 교통경찰을 차로 충격하고 도망친 사건으로 지탄을 받았고 2005년에는 도로에서 다른 차량 운전자와 시비가 붙는 과정에서 70대 할머니를 폭행한 전적도 있다. 인하대학교 불법 편입학 논란에 휘말렸고, 이 과정에서 언론과 시민단체를 향해 “내가 조원태다. 어쩔래 개XX야”라는 욕설로 파문이 커지기도 했다.

다만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조원태 회장에 대한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3월, 주주총회에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