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4사 지난해 부진한 성적 거둬
미중 무역분쟁에 정제마진 하락, 이란 사태까지… 다사다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시 악재될 것”

▲ 정유4사가 지난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출처=각사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국내 정유4사가 지난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IMO 2020 효과가 가시화되지 않은 가운데 정제마진이 가파르게 하락한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으로 석유 수요가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1분기 실적도 낙관할 수 없게 됐다. 

정유 4사, 전년 대비 실적 일제히 하락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9.6% 감소한 1조2693억원, 당기순이익은 96.1% 하락한 658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도 2.5%로 전년도보다 1.7%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전제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석유사업은 정제마진 악화 여파로 영업이익이 전년(7093억원) 대비 36.5% 줄어든 4503억원을 기록했다.

GS칼텍스 또한 영업이익이 4년만에 1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87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28.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3조2615억원으로 8.5% 줄었고, 당기순이익도 4526억원으로 35.7% 감소했다. 

에쓰오일도 영업이익과 순익이 대폭 하락하면서 울상을 지었다. 영업이익은 2018년 6395억원에서 29.8% 감소한 4492억원을, 당기순이익도 같은기간 2850억원에서 865억원으로 66.5%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2.5%에서 1.8%로 떨어졌다. 특히, 정유부문이 253억원 적자를 기록해 실적 하락을 견인했다. 

현대오일뱅크는 타사 대비 선방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 전부문 실적이 하락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220억원으로 전년대비 21% 줄었고, 당기순이익도 22.6% 줄어든 3129억원에 그쳤다.  

정유업계가 다운사이클(업황부진)에 접어든 가운데 미중무역분쟁 장기화로 인한 석유제품 수요 위축, 정제마진 하락 등 악재가 겹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IMO2020효과 아직인데 정제마진 하락까지… 우환 폐렴도 복병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배럴당 7.7달러를 기록했던 정제마진은 10월 4.1달러로 떨어진 후 11월 0.7달러, 12월 마이너스 0.1달러로 계속해서 하락했다. 특히,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8년만이다. 올해들어 상황이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1달러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과 정제비용, 운반비 등을 제외한 값을 말한다. 국내 정유사의 손익분기점은 정제마진 기준으로 배럴당 4~5달러 수준이다. 즉, 이를 넘기지 못하는 경우 제품을 만들어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정제마진이 급락한 이유로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석유제품 수요는 부진한 반면 중국의 정유공장 가동률 증가로 공급이 늘어난 점이 꼽힌다. 

또한, 업계 기대를 모았던 ‘IMO(국제해사기구) 2020’ 규제 효과도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다. IMO 2020은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기존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하는 규제로, 올해부터 본격 시행 중이다.

이에 앞서 정유 4사는 가격이 비싼 저유황유의 수요가 대폭 늘것으로 예상, 생산 설비 투자를 늘리며 대비해왔다. 그러나 생각보다 수요나 증가세가 높지 않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까지 더해지면서 정유업계는 시름이 커지고 있다. 중국으로의 석유제품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소비 감소에 따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매출의 절반가량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으며, 수출물량 가운데 중국 비중은 대략 20%에 달한다. 

실제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에너지 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2월 중국의 석유 소비량이 전년 같은 달 대비 25%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유류 소비량의 3%가 줄어드는 셈이다.

이와 관련, 중국의 세계 최대 원유정제업체인 시노펙도 이미 일일 생산량에서 60만 배럴을 감축했다. 이는 10년 만의 최대 규모 감산이다. 시노펙은 경우에 따라 추가적인 감축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여객 수요가 줄면서 항공유, 선박유 등의 수출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항공유의 판매 비중은 정유업계 전체 매출의 10~15%를 차지한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협상이 진전을 보이면서 정제마진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유가 하락은 물론이고 수출에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