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때문에 일부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 완성차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부품을 다시 공급받을 때까지 공장 불을 꺼놓을 수밖에 없는 ‘초유의 사태’다. 완성차 업체들은 부픔을 다시 원활히 공급받을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는 동시에, 추후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데 고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7일부터 울산·아산공장 등 국내 완성차 공장 2곳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나머지 공장 1곳인 전주공장도 오는 10일부터 휴업할 계획이다.

기아자동차는 오는 10일 하루 소하리·광주·화성공장 등 3곳의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쌍용자동차도 이달 4~12일 기간 동안 평택공장 휴무 조치를 취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내주 2~3일 정도 부산공장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완성차 5사는 이번 신종 코로나의 여파로 중국에 있는 협력사 공장으로부터 자동차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 완성차를 최종 제작하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각 업체가 공장에서 생산하는 가솔린·디젤 엔진 모델 등 내연기관차나 전기차에는 통상 각각 2~3만개, 8000~1만개 등 수준의 부품이 탑재된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자동차 옵션이 과거에 비해 늘어남에 따라 해당 기능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부품도 늘어나는 추세다.

각 부품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기능하기 때문에 한 부품이라도 제작 과정에서 배제되면 자동차를 완성시킬 수 없다.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들이 공장을 일시적으로 닫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부품별 공급처의 비중을 중국에 의존한 점 외에 또 있다. 부품 공급 단가를 맞추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인건비 저렴한 중국에서 생산하는 부품을 동남아시아 국가나 우리나라에서 동일한 물량으로 공급받을 경우 완성차 제품 가격이 치솟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전체 부품의 공급단가가 기존 대비 10~20% 증가할 경우 완성차의 소비자 가격은 10배 이상 오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부품 개발·제작, 운송, 완성차 제조 등 모든 자동차 생산 과정을 거치는 동안 최종 소비자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와 부품 협력사 양측 간 협의 사항이나 생산 주체 역량, 물류비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다. 부품의 납품 단가의 조정에 따른 완성차 가격의 증감폭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현재 완성차 업체가 중국보다 먼 동남아 지역이나 인건비가 비교적 높은 국내에서 부품을 공급받을 경우 수익성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공급처의 다른 나라 공장에서 부품을 대체 공급받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며 “기존에 맺은 공급 계약이 있기 때문에 당장 납품 단가를 조정할 순 없겠지만 같은 조치가 길어질수록 현 수준의 수익성을 지킬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와 같이 예기치 못한 변수로 인해 공장을 멈춰야 하는 사태를 예방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업계에서는 즉각 가시화할 수 있는 묘안을 떠올리는데 어려움을 겪는 분위기다. 다만 시도해볼 수 있는 초기 구상 수준의 방안은 검토해볼 수 있다.

업계에서 거론되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완성차 업체가 다양한 지역의 공급처와 거래하되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고정된 액수의 납품 대금을 지급하는 방법이 꼽힌다. 이 방안은, 완성차 업체가 기존에 비해 원가 경쟁력을 잃을 수 있고 적기 공급 생산(JIT) 전략과도 대치된다. 반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공장이 문 닫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 ‘저수익 보험 상품’ 같은 대책이다.

완성차업체의 공급처 다변화 전략이 심화할수록 향후 개선된 신모델의 가격대가 불가피하게 과거보다 높은 폭으로 상승할 수 있다. 완성차 업체는 이에 반발하는 소비자들을 달래기 위해 무상보증기간을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수준으로 확장하는 등 강력한 소비자 혜택으로 시장에 어필할 수 있다.

이 같은 전략엔 분명 허점이 존재하고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더라도 공장이 아예 문을 닫음으로써 입을 손실을 고려하면 악수(惡手)만으로 보긴 어려운 전략이다.

자동차 업계에서 현대차의 이번 생산 중단 조치에 따른 손실액을 7000억~8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생산하지 못한 차량의 판매가만 따져 산출한 금액이다. 현대차는 이에 더해 이번 생산중단 기간 공장 근로자에게 기존 임금의 70%를 지급하기로 노동조합과 협의했다. 완성차 업체 뿐 아니라 일부 부품 협력사들도 이번 공장 휴업 결정으로 생산 활동을 전면 중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는 완성차 업체에 천재지변 같은 존재인 한편 기존 사업 체질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 계기도 됐다. 완성차 업체들이 이번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현명한 방책을 마련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