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소프트뱅크의 스타트업 투자가 손실을 내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자 행동주의 투자자가 제동 걸기에 나섰다.

뉴욕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t Management)가 6일(현지시간), 1000억 달러 비전펀드로 유명한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SoftBank)의 ‘상당한’ 지분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오랫동안 기술업계 투자의 슈퍼스타였지만, 최근 위워크, 우버, 개 산책 스타트업 왜그(Wag)에 대한 투자 손실로 손회장의 투자 의사결정 방식에 대해 다른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행동주의 투자자 중 하나인 엘리엇은 성명에서 “소프트뱅크의 실적 개선을 위한 변화를 꾀하기 위해 소프트뱅크 경영진과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고 발표했다.

한 관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은 건설적인 관점에서 시작되었으며, 결코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한 논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의 시가 총액이 오히려 알리바바, 스프린트(Sprint), 슬랙(Slack) 같은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주요 회사들의 시총 합계보다 낮아지면서, 그 동안 소프트뱅크와 손 회장의 리더십 스타일은 압박을 받아왔다. 소프트뱅크의 시총 하락 자체가 소프트뱅크가 모든 것에서 잘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성명에서 "엘리엇이 소프트뱅크 그룹에 상당한 투자를 한 것은, 시장이 소프트뱅크 자산 포트폴리오를 상당히 저평가하고 있다는 강한 확신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도 별도의 성명에서 "주주들로부터의 피드백을 환영한다"면서 "회사 주식이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크게 저평가되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항상 주주들과 건설적인 논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에서 엘리엇의 경영진과 손회장이 직접 회동했다”고 전했다.

억만장자 폴 싱어가 설립한 엘리엇은 소프트뱅크 지분 규모가 얼마인지, 그리고 소프트뱅크가 앞으로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엘리엇의 투자액이 25억 달러(3조원) 이상으로 소프트뱅크 지분 3% 정도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엘리엇이 주식 환매와 소프트뱅크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최대 200억 달러(24조원)의 자금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어떤 면에서 보면 꽤 오랫동안, 1000억 달러라는 메가 테크펀드를 통해 소프트뱅크는 거대한 권력을 휘두르며 게임판을 좌지우지해 왔다. 그러나 이제 소프트뱅크도 숨은 돈줄의 압력을 받는 처지가 된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몇 달 동안 여러 차례 실패를 겪었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지난해 IPO를 포기해야 했던 위워크의 좌초였다. 손회장도 위워크 가치 폭락을 통해 ‘냉혹한 교훈’을 배웠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소프트뱅크의 또 다른 시련은 100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부은 세계 최대 차량호출 회사 우버다. 우버는 지난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상장 시장에 데뷔했지만 이후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또 개 산책 스타트업 왜그에 투자한 3억 달러를 포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최근의 일련의 문제들은 소프트뱅크로 하여금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손실을 보고하게 만들었다.

엘리엇은 가장 성공적인 행동주의 투자자들 중 하나다. 엘리엇의 대표적 투자 유형은, 투자한 회사의 경영진들로 하여금 주가 회복을 목표로 대대적인 변화를 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이번 소프트뱅크 투자는 지난해 AT&T에 투자한 이후 엘리엇의 최대 움직임이다. AT&T와 엘리엇은 지난해 10월, AT&T가 더 이상 무리한 대규모 인수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휴전에 들어갔다.

랜들 스티븐슨 AT&T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회사에 행동주의 주주를 끌어들이려면 좋은 파트너를 만나야 한다고 항상 말해왔다”면서 “이번에 우리는 아주 좋은 파트너를 만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