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혁신’은 이제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로 변하고 있다. “혁신을 이룩하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지 못한다.” 오래 전부터 4대 그룹 총수뿐만 아니라 CEO들이 강조한 부분이다. 미·중 무역전쟁, 일본 수출규제, 중동 정세 급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등 잇따른 변수들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돌발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4대 그룹 역시 그러한 물결의 최전선에 서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을 맞아 버팀목인 주요 산업에서 불확실성이 크게 대두됐다. 여기에 일본 핵심 소재 수출규제까지 더해지면서 그러한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됐다. 내수보다 수출을 지향하는 기업일수록 위기감이 감돌았다. 미국과 이란 충돌부터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까지 예측 어려운 돌발 변수가 산재하고 있다.

불확실성 대두와 경기 위축은 당장 기업들의 임원 인사에서도 읽힌다. 기업에서 ‘별’을 단다고 하는 사장급 인사가 최소한으로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경기 위축으로 실적이 쪼그라들면서 각 기업들은 ‘성과주의’에 부합한 사장 승진자만 배출했다. 또 지난 세대의 최고경영자(CEO)들이 퇴진을 거듭하면서 세대교체까지 일어나고 있다. 기업들은 분, 초 단위로 짧아진 혁신의 시계에 대응하면서 각각의 새로운 경영 화두를 던졌다.

▲ 4대 그룹 총수 신년 메시지. 출처=각 사

4대 그룹에서도 마찬가지다. 재계 주요 기업들은 각각의 조직 개편, 임원 인사를 발표하며 ‘혁신’을 전면에 내세웠다. 내재한 리스크부터 추가적인 외부 리스크까지 기민한 대응을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수직적인 체계에서 수평적인 체계, 직급 개편, 부서 신설 및 통합 등 다양한 변화는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등 큰 틀의 껍데기만 유지할 뿐 속에 담긴 알맹이를 모두 바꾸고 있다.

4대 그룹의 주요 기업의 실적 악화도 일정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대한민국 주요 수출품목 중 하나인 반도체 가격 폭락과 업황 악화로 삼성과 SK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또 생활가전 경쟁 고도화, 전기차 산업 부상은 LG와 현대차그룹에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기업들은 미래의 먹거리를 찾는 한편, 보유한 주요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과정에서 외부적인 리스크는 기업들에 더 많은 수를 읽고, 더 앞을 내다보도록 요구하고 있다.

변화에 순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된다. 과거 기성산업에서도 그런 현상은 나타났지만, 현재 산업은 그 시간이 과거 보다 더욱 빨라졌다. 하지만 위기가 기회로도 작용한다. 시대는 효율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갖춘 스타트업에 밸류에이션(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대기업도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자국 산업을 중시하는 보호무역주의가 되살아날 조짐이 보이면서 올해도 기업들의 주요 키워드는 ‘혁신’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은 기업들에 ‘선택과 집중’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지속적인 개편과 인사를 통해 최적화된 몸집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4대 그룹은 더욱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플랫폼 시대가 증명했듯이 승자독식으로 변해가는 글로벌 산업은 뒤늦은 기업에 여유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