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배터리 3사가 지난해 4분기 높은 매출을 올렸으나 에너지 저장장치(ESS) 사태에 타격을 받아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주춤거린 가운데, 글로벌 경쟁사들은 말 그대로 펄펄 날고있어 눈길을 끈다. 업계에서는 ESS 화재의 원인이 배터리라는 지적에 선을 긋고 있으면서도 조만간 발표될 ESS 사고원인 2차 조사위원회의 보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일 파나소닉은 실적을 발표하며 테슬라와 협력하고 있는 미국 자동차 전지 사업이 지난해 4분기 첫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9억2400만달러다. 테슬라의 전기차 출하가 많아지며 배터리 생산량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파나소닉과 테슬라의 합작공장인 기가팩토리가 토요타, LG화학 등 다양한 파트너를 영입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파나소닉의 주가가 다소 떨어지기는 했으나 현 상황에서는 고무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도 매섭다. 최근 4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순이익이 6억7300만달러를 넘길 것으로 추산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배터리 3사는 맥을 못추고 있다.

글로벌 시장 3위 LG화학은 지난해 전체 매출이 28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한 사상 최대치를 찍었으나 영업이익은 8956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무려 60.1%나 떨어졌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2693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9.6% 하락했고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 201억원의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매출 10조원 돌파라는 금자탑을 쌓았으나 전체 영업이익은 4622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5.4%나 떨어졌다.

ESS 화재 사건으로 인한 일회성 비용이 증가한 것이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ESS 화재대응에 따른 일회성 비용을 3000억원 편성했고, 삼성SDI도 2000억원으로 반영했다.

더 큰 문제는 ESS 화재 '원인'이다. ESS 사고원인 2차 조사위원회가 조만간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ESS 화재가 배터리 문제라는 결론이 나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 조사위원회가 ESS 화재를 두고 배터리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보관 및 관리상의 문제를 지목할 가능성이 높지만 '배터리=골칫거리'라는 공식이 성립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ESS는 단전지와 모듈 및 PCS 등 다양한 제조품들이 들어가며, 단순히 전기로 대표되는 에너지 저장장치가 아니다. 업계에서 ESS 화재를 두고 배터리의 문제만 지적하는 조사위원회의 행보에 불만을 가지는 이유다. 또 해외에서는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배터리 셀의 발열 현상이 벌어지면 셀과 셀의 간격을 막는 특수소화시스템도 적용되는 추세기 때문에 ESS 화재의 원인에 발작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