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 INSIDE > 전문가 칼럼
[우한 폐렴] ‘신종코로나’사태로 보는 보상과 배상

#1. 지난 2일 서초구는 ‘국내 8번째 확진자가 A음식점에서 1월 25일 낮 12시에서 오후 2시 30분 사이에 식사한 사실을 확인하였으며, 1차 조사 결과 밀착접촉자인 영업주는 자가 격리시키기로 하였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서초구민들을 상대로 발송하였다.

#2.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사망한 환자의 유족이 정부와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는 B씨의 아내에게 2000여만 원을, 자녀들에게 각각 870만여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2015년 5월 28일부터 3일간 '1번 환자'로부터 메르스가 옮은 '16번 환자'와 C병원 같은 병실에 있었던 B씨는 같은 해 6월 2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고, 열흘 후인 12일 사망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확진자 증가로 국민적 공포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전염병을 예방하거나 전염병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누가 누구에게 배상 혹은 보상해야 주어야 하는가?’의 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크게 논란이 되었는데, 그 사이 관련 법률인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관리법)’은 개정되었고 ‘메르스 확진 환자 사망 사고에 대한 국가배상청구 소송’ 역시 유형별로 정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보상’과 ‘배상’이라는 개념부터 이해를 하여야 한다. 일상적으로는 흔히 두 단어가 혼용되고 있지만, 법률적으로는 엄연히 서로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일단 ‘보상’이란 ‘합법’적 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갚는 것을 의미하는 데 반해, ‘배상’은 ‘불법’적 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갚는 것을 의미한다. 즉, ‘손실’ 혹은 ‘손해’를 갚게 되는 원인이 되는 행위가 ‘합법’이냐 ‘불법’이냐에 따라 이를 위한 금전 지급이 ‘보상’이냐, ‘배상’이냐로 그 법적 성질이 달라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앞서 살펴본 첫 번째 사례에서 서초구가 구체적인 음식점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를 공개한 것은 국가의 ‘합법’적인 행위에 해당한다. 감염병관리법에 따르면 국가는 국민의 건강에 위해가 되는 감염병 확산 시 국민들의 감염병 예방을 위하여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등을 신속히 공개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으며, 서초구의 문자메시지는 이러한 조치의 일환이기 때문이다(제34조의 2). 그렇다면 이 경우 감염병 환자가 방문한 것으로 지목된 A음식점은 A음식점이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로 공개적으로 알려져 영업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를 국가에 대하여 ‘보상’청구할 수 있을까? 현행 감염병관리법 상 이 같은 ‘보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감염병관리법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감염병관리기관으로 지정되거나 격리서 등이 설치·운영되는 경우, 감염병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기관의 손실 등에 대해서만 보상을 예정하고 있을 뿐(제70조 제1항), 감염병 환자 이동경로로 알려져 평판이 저하됨에 따라 A음식점이 입게 되는 ‘간접손실’까지는 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국가가 A음식점이 감염병에 오염되었다고 인정하여 일시적으로 폐쇄하거나 일반 대중의 출입을 금지한 경우, 해당 장소 내 이동을 제한한 경우 등이라면 예외적으로 손실을 보상할 뿐이다(제70조 제1항 제4호). 행정법 상 ‘간접손실’에 대한 보상은 예외적인 것이기도 하려니와 과연 발생 손실이 감염병으로 인한 것이냐에 대한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도 쉽지 않아 이 같은 규정은 당연하다 볼 수도 있으나, 현실적으로 보면, 이 같은 경우 일부 영업장들은 영업손실을 우려해 감염병 환자 이동경로 확인에 비협조적이거나 알고도 이를 은폐하는 등의 행위를 할 가능성도 있어 향후 개정을 통해 손실보상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의 영향으로 2월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탄천 공영주차장에 관광버스가 길게 줄지어 주차돼 있다. 뉴시스

한편, 두 번째 사례는 국가공무원의 ‘과실’ 즉,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발생을 인정한 것인데, 구체적으로 법원이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이유는 ‘질병관리본부 공무원들이 1번 환자에 대한 메르스 의심 신고를 받고도 진단 검사를 지연하였다.’는 것 때문이다. 즉, ‘1번 환자에 대한 의심 신고가 들어온 직후 제대로 된 역학조사가 이루어졌다면 16번 환자는 B씨와 같은 병실로 전원되기 전에 격리되어 B씨가 사망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질병관리본부 공무원들의 공무상 과실과 B씨 사망 간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법원은 16번 환자와 B씨를 같은 병실에 입원 시킨 C병원은 원고인 B씨 유가족들에 대한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당시 병원 의료진으로서는 16번 환자 입원 당시 16번 환자가 메르스에 감염 되었다고 의심할만한 정보가 없어 16번 환자의 질환을 세균 또는 바이러스성 폐렴으로 추정한 것이었고, 이러한 판단을 근거로 의료진이 16번 환자를 다인실에 입원하도록 한 것은 병원 지침이나 의료법에 부합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감염병 환자에 대하여 국가가 언제나 ‘배상’책임을 지는 것도 아니다. 가령 메르스 38번 환자 유가족이 제기한 국가배상청구 소송의 경우, 대법원은 ‘2014. 12. 메르스 관리 지침’상 ‘밀접접촉자’ 범위를 ‘환자가 증상이 있는 동안 2m 이내의 공간에 1시간 이상 함께 머문 자’로 정한 것이나 2015. 5. 28.경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명 등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여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국가 소속 공무원들이 역학조사 등을 부실하게 한 과실이나 2015. 5. 28.경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명 등을 공개하지 않는 것과 환자가 사망한 것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국가나 병원 모두 환자 유가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상이나 배상 모두 사후적으로 손실 또는 피해를 금전적으로나마 회복시키겠다는 취지의 ‘사후약방문’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사태 초기 단계인 지금은 2015년 메르스 사건 사태로 어느 정도 정리된 이 같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애초에 손실을 최소화하거나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 할 것이다.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20.02.04  17:07:25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의 다른기사 보기

[태그]

#이코노믹리뷰,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우한폐렴, #우한, #서울, #금, #실적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SPONSORED
여백
여백
전문가 칼럼
동영상
PREV NEXT
여백
포토뉴스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