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 CES 2020이 열리던 1월 초, 서울시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현장에서 유레카 이벤트를 연 가운데 이원목 서울시 스마트도시정책관은 '메가시티 서울'의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지금의 서울은 교통 혼잡도가 심해지고, 환경은 악화되고 있으며 경제는 어렵다"면서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넥스트의 에밀리 베커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기조연설 현장에서 "2050년까지 인구의 70%가 도시에서 거주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런 폭발적인 성장은 수많은 도전 과제들을 수반한다"고 말했다.

인구 1000만명이 거주하는 메가시티의 등장, 그리고 도시로의 쏠림 현상. 이는 필연적으로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하며 인류 전체의 숙제가 됐다. 특히 꽉 막히는 도로와 비례해 솟구치는 짜증은 도시의 원활한 흐름을 방해하고 삶의 질을 저해시키는 심각한 현상이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원목 정책관과 에밀리 베커는 이렇게 말했다. "기술에 답이 있다"

▲ 우버의 이동 알고리즘. 출처=우버

차량을 공유하라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는 200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비즈니스 미팅에 참석하려 택시를 잡으려던 한 남자에 의해 시작됐다. 그는 바쁜 미팅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거리에서 필사적으로 택시를 잡으려고 했으나 결국 택시가 잡히지 않아 미팅에 늦고 말았다. 그는 생각한다. "택시말고 다른 편리한 이동수단이 있다면 어떨까" 미팅 시간에 늦은 그 사업가의 이름은 우버 창업주 트래비스 칼라닉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온 세상을 강타하던 시기 탄생한 우버는 최초 택시업계를 라이벌로 설정해 싸웠으나, 현재의 다라 코스로샤히 체제가 시작되며 택시와의 협업에도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우버는 차량공유라는 큰 틀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며 많은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도시의 교통체증 해소라는 큰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수잔 앤더슨 우버 호주 뉴질랜드 및 북아시아 총괄은 <이코노믹리뷰>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사람에게 다양한 방법을 유기적으로 제안하는 것이 우버의 목표"라면서 "이 과정에서 도시의 교통체증과 이동의 비용을 줄이고, 나아가 환경을 보호해 도시를 더욱 거주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 수잔 앤더슨 총괄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곳은 우버 외에도 많다. 미국의 리프트, 인도의 올라, 동남아시아의 그랩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대부분 우버의 대주주인 소프트뱅크와 협력해 글로벌 모빌리티의 판을 바꾸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에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택시와의 협업을 통해 모빌리티 전략을 가동하며 교통체증 해소라는 숙원에도 접근하는 중이다. 스마트폰으로 편하게 차량을 부를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을 바탕으로 벤티까지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또 쏘카, 그리고 타다의 VCNC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다. 이들은 차량을 개인이 굳이 소유하지 않고 공유한다는 개념을 중심으로 하며, 이러한 현상 자체가 교통체증 해소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다고 믿는다. 

실제로 이재웅 쏘카 대표는 최근 간담회에서 "쏘카와 VCNC를 바탕으로 차량을 소유가 아닌 공유의 개념으로 바꾸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 박재욱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다만 이러한 차량공유 플랫폼의 교통체증 해소 기여도에는 딜레마가 있다. 개인차량이 쏟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점에서는 교통체증을 해소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나, 플랫폼 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차량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개인차량을 운영하는 것이 핵심인 우버나, 렌터카 기반의 쏘카 및 그린카는 이러한 딜레마에서 다소 멀어질 수 있으나 문제는 국토교통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플랫폼 택시다. 결국 택시의 형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차량의 증대에 따른 교통체증의 심화는 여전한 논란거리다.

인공지능 및 ICT 기술을 총동원해 최적의 경로 알고리즘을 구축하고 유기적인 차량흐름을 제안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이 딜레마도 어느정도 면죄부를 받을 수 있으나, 아직은 요원하다. 

박재욱 VCNC 대표는 지난해 말 기자회견에서 "비스 출시 11개월만에 예상도착시간을 26% 줄이고, 차량 1대당 호출 횟수를 113% 증가시키는 등 사용자와 공급자 양쪽의 편익을 함께 높여왔다"면서 "기술적 강점으로 인공지능 등 다양한 경쟁력을 확보, 차량 운영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으나, VCNC의 기술력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하로 파고든다
차량공유 외에도 파격적인 방식으로 교통체증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벌어지고 있다.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CEO는 지난해 12월 19일 미국 캘리포니아 LA에서 지하터널 루프를 처음 공개했다. 머스크가 설립한 더 보링 컴퍼니가 만든 루프는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 본사가 위치한 LA 남부 호손에서 LA 국제공항(LAX) 쪽으로 설치된 길이 1.14마일(1.83㎞)의 지하터널이다.

현장에서 모델X가 루프를 달리는 장면이 시연됐다. 지상에 모델X가 정해진 위치에 주차하면 9m 아래의 땅속으로 내려가 루프의 입구에 내려가는 방식이다. 당시는 시속 64Km의 속도로 지하터널을 3분만에 주파했으며, 상용화가 이뤄지면 최대 시속 241Km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측면바퀴가 모델X의 양 옆에 설치되면 지하터널을 달리는 방식이며 건립비용은 1000만달러다. 

더 보링 컴퍼니는 환경단체의 반발로 LA에 추가 터널을 뚫지는 못했으나, 지난 1월 30일 라스베이거스에 새로운 터널을 뚫는 것에 성공했다. 씨넷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공사가 시작됐으며 총 1.3Km의 길이다. 현재 공사는 70% 가량 진행됐으며 연내 사용이 가능하다. 물론 주행을 시작하면 차량이 심하게 흔들리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머스크는 "교통 체증은 도시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해충과 같다. 이 구상은 영향이 엄청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사실 머스크가 이끄는 더 보링 컴퍼니는 하이퍼루프로 더 유명하다.

하이퍼루프는 진공관을 활용한 수송 시스템이다. 2013년 일론 머스크 CEO가 처음 제안했으며, 현재 미국 라스베이거스 사막에는 536미터의 하이퍼루프 강관이 건설되어 있다. 공기가 없는 진공관에 운송 캡슐을 넣어 자기부상 현상으로 쏘아보내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영국의 괴짝 CEO인 리처드 브랜슨도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그는 2014년 버진 하이퍼루프원을 설립, 현재 초고속 대중교통 사업에 적극적인 태세를 숨기지 않는다.

▲ 하이퍼루프. 출처=갈무리

다만 하이퍼루프는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 이유로 머스크는 지하터널에 차량을 이동시켜 초고속으로 달리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으며, 그 결과물이 바로 지하터널 루프인 셈이다. 여기에 추후 하이퍼루프의 기능을 담아내는 방식도 고려된다는 말이 나온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