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국내 건설업에서 모듈러 기술이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하지만 기존 건설방식이 대체할 수 없는 명확한 장점 때문에 점차 건설현장에도 다양한 방식의 적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모듈러 기술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존 공정 수준의 경제성 확보와 함께 아직 미비한 고층 모듈러 건물 등에 대한 기술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프리패브·인필·PC공법 등 다양한 공법 등장

▲ 출처=국토교통부

모듈러 공법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라멘식과 벽식으로 대표되는 적층식 공법과 인필(In-fill)식 공법이 그것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적층식 공법이 쓰였지만 인필식 공법의 사용도 시도되고 있다. 인필식 공법은 쌓아서 얹어 조립하는 방식이 아닌 구조물의 뼈대를 먼저 건립하고 그 사이에 박스 모듈 등을 채워넣는 식의 공법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준공한 천안 두정동의 행복주택이 바로 이런 인필 공법에 의해 건설됐다. 공동주택에 인필 공법이 적용된 경우로는 국내에서 첫 사례다. 인필공법은 국내 기업에서는 스타코 등이 주로 시공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시공에서 쓰이는 콘크리트에 비해 모듈러 공법에서 많이 쓰이는 자재의 가격이 비싸다는 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도 고안됐다. 자재는 콘크리트를 쓰되, 미리 만들어둔 콘크리트 구조물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형식의 PC(프리캐스트 콘크리트, precast concrete) 방식이 대표적이다. 보통의 모듈러 공법과 동일하게 공사기간 단축과 공사비 절감 외에도 품질 유지와 내구성 증대도 기대할 수 있다.

▲ PC공법이 활용되는 국내 한 건설현장. 출처=롯데건설

국내 건설현장에서는 BIM(건설정보모델링,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기술과 결합해서 주로 쓰이는 방식으로 롯데건설 등이 많이 활용하는 공법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보, 기둥, 슬래브를 제작해서 현장에서 조립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아파트 지하나 물류창고처럼 넓은 면적의 판, 즉 장경관이 확보되어야 하는 곳에 주로 쓰인다. 별도 제작해야 하는 시설에서 특히 수요가 많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모듈을 통한 고층 건조물 자체의 전체 조립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포스코건설 등 일부 건설사의 경우는 고층 구조물에 필요한 모듈을 직접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해서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포스코건설은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방식으로 아파트의 옥상에 옥탑 구조물을 시공했다. 미리 필요한 부분을 설계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프리패브(Pre-Fab) 공법’을 통해 아파트 단지의 욕실과 옥탑 구조, 재활용품 보관소 등을 제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방법을 통해 공정단축과 인력 감소 그리고 안전 등의 문제도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는 것이 해당 건설사의 입장이다.

▲ 프리패브 공법으로 아파트 옥탑구조 건설이 가능하다. 출처=포스코건설

건설사들이 다양한 모듈러 공법을 시도하는 이유는 공기 단축과 인력 감소에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 항상 꼽힌다. 공기 단축과 양질의 품질관리가 가능해지면서 단가도 줄일 수 있고 향후 52시간제나 인구절벽 등의 인력감소로 인한 문제에서 능동적 대처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실제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와 아주대학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인건비가 급증한 시기에 모듈러 공법의 특허 도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일본 모듈러 주택 특허 건수 현황 출처=아주대학교,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기술제약ㆍ낮은 경제성 해결하면 건설업 성장 이끌 것”

모듈러가 국내 건축에서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경제성의 문제가 지적된다. 관련 전문가들은 모듈러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낮은 경제성과 고층 건설 등에 걸림돌이 되는 기술적 제약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재욱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건설사 입장에서 환경문제나 인력 감축, 기간 단축 등에서 자유로운 점이 있음에도 경제성의 문제 등에서 아직 건설사들이 쉽사리 접근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임석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역시 국내건설업계의 경우 콘크리트 등의 원자재가 매우 저렴하고 관련 기술이 축적되어 있어 아파트 등 대량의 공동주택을 대체하는 기술이 되기는 아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재욱 교수는 모듈러 공법이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특화된 부분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부언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단독주택이나 호텔 등의 숙박시설 건설에서 모듈러 공법은 큰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 정 교수는 “기숙사나 캡슐호텔처럼 동일한 모듈이 반복되어야 생산성에서 효과가 있다. 그런 저층의 모텔이나 호텔의 구조물은 얼마든지 국내에서도 경제성이 있다”고 답했다.

임석호 박사 역시 “동일한 모듈의 대량생산 등을 통해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대량생산을 통해 만들어진 부품 등을 국내보다는 해외 현지에서 조립하도록 수출하는 방식 등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재욱 교수는 3년 전부터 고층아파트를 모듈러 건축하기 시작한 싱가폴 등의 사례를 참고하되, 싱가폴 등과 지리적 기후적 특징이 다른 만큼 지역적 특색도 고려한 고층 기술 공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경제성 확보와 고층 기술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해당 문제를 해결하면 건설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 반복되는 모듈이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설계자체부터 모듈러 적용이 가능하게끔 설계해야 한다. 시공이나 단열, 설비 요소와 관련 기술 등을 충족한다면 국내에서도 중고층 모듈러 건물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모듈러 공법이 공기 단축과 근로자 수도 비약적인 줄일 수 있고 환경 문제에서도 장점이 뚜렷한 만큼 상용화가 된다면 건설업의 성장성은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