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국내 화장품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산으로 인해 분주한 모습이다. 중국을 핵심수출 시장으로 두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각각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커지던 가운데, 또 다시 터진 중국발 악재로 업계의 우려가 계속 커지고 있지만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판매 전환에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31일 명동에 위차한 화장품 거리의 한산한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자연기자

2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중국 현지에 공장을 두거나 지사를 운영 중인 업체들은 출장을 금지하거나 귀국 후 휴가 조치, 재택근무 실시 등의 대응책을 두고 있다. 우한폐렴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집단으로 발병 사례가 확인된 호흡기 질환인 만큼 중국을 방문했을 경우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 상하이에 현지 공장과 지사를 두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본사 직원들에게 중국 출장에 대한 자제 권고를 내렸다. 또한 중국 법인은 2월 9일까지 휴무를 실시하고 중국 주재원들에게는 유급 휴가를 실시하고 주재원 가족들에게는 희망자에 한하여 긴급 복귀지원을 내렸다.

중국 내 매장에 대한 조치도 이뤄졌다. 중국 정부의 관리 지침에 따라 우한시 전체가 통제된 상황이라 자사 매장은 영업을 중단한 상태로, 매장 운영 재개 시점은 중국 정부의 관리 지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한시 이외 지역은 지역별로 매장 운영 현황에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 31일 명동에 위치한 화장품 매장 거리는 사람이 없고 한산하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자연기자

국내 대응으로는 1월 13일 이후 중화권(중국, 홍콩, 마카오, 대만) 출장 및 여행을 귀국한 경우 귀국일로부터 14일간 재택근무를 내렸다. 중화권 출장 금지 뿐 아니라 아시아 전 지역 출장에 자제 권고도 함께 내렸다. 사옥 내에서는 30인 이상 집합 교육 및 단체 행사를 금지하고 회의는 모바일 및 화상으로 대체로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 오프라인 매장에는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소독제를 비치했다. 매장 내 테스트 제품이나 테스터기의 경우 얼굴 직접 사용을 자제하고 위생 관리 강화 당부한다는 계획이다. 
 
LG생활건강 역시 본사 직원들의 중국 지역 출장을 전면 보류하도록 했다. LG생활건강도 중국 상하이에 법인을, 베이징, 광저우 등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또한 국내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면세점, 백화점 등 매장 근무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토록 했으며 손세정제도 비치했다.

▲ 3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올리브영 매장에서 계산 중인 직원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자연기자

H&B업계도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은 위기 경보가 경계로 격상되기 전인 지난 23일부터 전 매장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직원 개인행동 가이드를 배포했다. 또한 관광 상권에 위치한 매장 근무자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이외 매장도 희망직원에 한해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랄라블라도 최근 2주 내 중국에 다녀온 직원이나 가족이 있는 경우 검진을 권고하고, 발열 및 감기 증상을 보이는 직원에 출근 중지 지침을 내렸다. 이와 함께 전국 매장 입구에 손 세정제를 비치하고, 외국인이 많은 관광지와 번화가 인근 매장 근무자들에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화장품 업계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를 타결하면서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K-뷰티가 다시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도 나왔다. 또한 중국의 설 연휴 춘절 기간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에서도 만만의 물량 준비를 갖춘 상태였다.

그러나 최근 우한 폐렴의 확산에 따른 화장품 업계의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다시 분위기는 울상으로 돌아갔다. 특히 실적 하락에 대해서는 더욱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우한 폐렴 확산이 계속될 경우 중국인 관광객의 국내 입국이 제한될 수 있고, 중국 내 소비 심리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매출 비중이 워낙 큰 만큼 중국 내수 침체에 따른 타격도 커질 수밖에 없어 선뜻 예측도 어려운 상황이다.

▲ 3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올리브영 매장에서 직원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제품을 정리중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자연기자

다만 오프라인 매출 타격은 피할 수 없겠지만 온라인 판매는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중국인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소비가 위축될 것을 예상해 오프라인 마케팅 활동을 축소하고, 기본에 보유한 재고 소진을 위해 온라인 마케팅 활동에 집중 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는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외출을 자제하고 온라인으로 위생용품이나 생필품을 사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온라인 쇼핑몰들은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손소독제와 마스크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과 관련된 물품들의 판매가 반짝 특수를 맞았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액상형 손 세정제 판매는 전년 대비 7410%, 전주 대비 7004% 증가했다. 위메프도 설 연휴 기간인 지난 1월 24일부터 27일까지 손 소독제 매출이 같은 기간 837% 증가했다고 밝혔다.

▲ 31일 명동 중앙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자연기자

한 뷰티 업계 관계자는 “K-뷰티가 아시아권을 넘어 중동, 미주 등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중국 매출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우한폐렴에 따른 타격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면세점과 중국 내 매출 비중이 높은 호텔신라, 신세계,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코스맥스 등 주요 업체들의 실적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 “다만 업종의 특성상 제품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온라인 사업을 잘 활용하면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