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텔이 발표한 새 바비 라인업.     출처= Mattel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세대에 걸쳐 수 백 만개의 바비(Barbie) 인형을 아이들에게 선사한 회사가 이제 이 인형들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과 실제로 더 닮은 새로운 버전을 공개했다.

바비 인형으로 잘 알려진 회사 마텔(Mattel)은 최근, 피부 백반 장애, 보철 다리, 대머리 인형들을 출시하면서 가장 다양한 인형 라인을 갖추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가 만든 바비뿐 아니라 바비의 남자 친구 켄(Ken)까지도 지난 수 십년 동안 어깨 바로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금발 머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텔이 최근 선보인 새 홍보 비디오에는 금발과 파란 눈의 바비 인형의 얼굴이 "이것이 바비다"라는 문구와 함께 시작된다. 그리고 이어서 분할 화면으로 흑갈색 머리를 한 갈색 피부의 바비인형이 나타나고 헝클어진 머리에 백반 피부를 가진 흑인 바비 인형과 그 옆에는 보철 다리를 한 바비 인형이 보인다. 카메라는 피부색이 다른 바비 인형들을 가로질러 간다.

▲ 수 십년 동안 변함 없었던 금발의 백인 모습의 전통적인 바비와 켄    출처= Amazon

새로운 시대의 바비는, 61년 전 뉴욕에서 열린 미국 장난감 박람회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우유빛 피부의 바비 인형과는 거리가 멀다. 마텔의 바비 포트폴리오 글로벌 팀장인 리사 맥나잇 수석 부사장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변신은 완전히 의도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세계의 소녀들이 그들 주위에서 실제로 보는 것을 더 잘 반영하기 위해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는 인형 시장에서, 바비가 가장 다양한 인형 라인업을 갖추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바비가 처음 소비자들에게 소개되었던 당시에 미국은 89%가 백인이었고, 굳이 구분이라면 남녀 성 구별 밖에 없었다. 오늘날 미국 인구 중 백인이 아닌 사람들은 24%에 달하며 십대 청소년들은 성전환자나 생물학적 성에 불응하는 사람들을 정상적인 분류로 인정하고 있다.

마텔은 그러한 세태의 변화를 인형에 반영했다. 마텔이 지난해 9월에 다양한 색조와 헤어 타입의 혼성(gender-inclusive) 인형을 출시하면서, 마텔의 글로벌 소비자권리 담당 부사장 모니카 드레거는 WP와의 인터뷰에서 "회사가 중성(gender-neutral) 장난감에 대한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마텔의 대변인은 최근 선보인 일련의 인형들은 모든 형태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회사가 WP에 보낸 성명에 따르면, 피부 색소의 손실을 유발하는 피부 질환인 백반 장애 인형은 피부과 의사들의 도움을 받아 사실적으로 만들어졌다. 백반 장애는 피부색이 어두운 사람들에게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실제로는 어떤 피부색의 인종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마텔의 맥나잇 부사장은 바비 팬들이 백반 장애 인형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위니 할로우, 샤하드 살만 같은 패션 모델들이 이 피부 질환을 홍보하면서 세상에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회사가 이번에 선보인 인형에는 대머리 인형도 있는데, 머리카락이 없는 이 인형은 탈모 증세를 경험한 아이들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다.

▲ 새 바비 라인업에는 중성(gender-neutral) 바비도 있다.    출처= Mattel

지난 수년 동안 바비는 올림픽 펜싱 선수 이브티하즈 무함마드를 기리기 위한 히잡을 쓴 바비 인형, STEM 분야의 바비, 다양한 인종과 민족을 대표하는 바비들을 선보여 왔다. 아이들은 서로 다른 피부색과 헤어스타일을 가진 170여 종의 바비 인형 중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가 아이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려고 노력하는 만큼, 항상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보라색 곱슬머리에 검은 피부를 가진 바비 인형은 마텔의 웹사이트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다른 소매업체의 사이트에서는 검은 염소 같다는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다른 바비들은 소비자들과 잘 어울렸다.

레게 곱슬 머리를 한 흑인 바비와 휠체어에 탄 바비는 지난 해 회사의 베스트 셀러였다. 영국에서는 판매된 바비 인형 4개 중 1개는 휠체어를 탄 바비였다.

맥나잇 부사장은 "현실 세계를 더 잘 반영하겠다는 회사의 약속이 소비자들로부터 강력한 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8분기 연속 성장과 패션 카테고리 부문에서 2019년 두 자릿수 상승은 우리의 그런 노력이 시장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