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C비율 하락 방지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

2분기 공동재보험 도입

▲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보험업계가 자본건전성 관리를 위해 새 회계결산시스템 구축, 자본확충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성장 기조에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신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까지 다가오면서 그에 따른 지급여력비율(RBC)이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RBC비율이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바로 지급할 수 있는 자산 수치를 의미한다.

◇ 새로운 계리결산업무 대비

하나생명은 지난 30일 IFRS17을 적용할 결산시스템을 오픈했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과 회계결산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시작 한지 약 1년6개월 만이다. 이번 회계결산시스템은 부채결산 부분을 계리솔루션으로 구현하고 경제적 가정시스템을 무디스 솔루션으로 도입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IFRS17 도입 시 보험부채 평가방식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뀌면서 보험사들의 요구자본도 늘어나게 된다. 이에 보험사들은 보험료, 책임준비금 등을 새롭게 산출하기 위한 전문 인력, 시스템 구축 등을 마련해야 한다.

하나생명은 지난해 11월부터 IFRS17 사업계획을 위한 현금흐름 모형 구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IFRS17 도입으로 보험사의 경영관리 체계, 사업계획 등이 크게 변경될 것으로 전망, 이를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는 포석이다.

보험업계의 새로운 회계결산시스템 구축은 지난해부터 활발하게 진행됐다. 보험개발원은 지난해 10월 10개 보험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IFRS17 결산시스템인 'ARK'를 구축했다.

ARK시스템은 보험계약의 부채산출을 위한 최적가정산출은 물론 현금흐름, 리스크 측정, 재무회계정보 등 IFRS17 계리결산업무에 필수적인 기능을 제공한다. 이 시스템 구축을 위해 컨소시엄은 계리업무를 담당하는 130여명을 집중투입해 보험부채값 검증, 결산업무 테스트 등을 실시하기도 했다.

◇ 부채부담 줄인다

IFRS17을 대비하기 위한 보험사들의 자본확충도 이어지고 있다. 동양생명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의결했다. 발행 규모는 최대 3억달러(약 3560억원)다. 동양생명은 지난해에도 2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바 있다.

IFRS17 도입 시 보험사들은 과거 고금리 확정이자로 판매된 저축성 보험 상품이 많을수록 부채 부담이 크게 증가해 RBC비율이 하락할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RBC비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질 시 금융당국의 시정조치를 받게 된다.

특히 IFRS17과 함께 도입되는 K-ICS로 인해 RBC비율 하락 가능성도 더욱 높아지게 된다. 자산과 부채를 원가 평가에서 시가평가로 바꾸는 K-ICS가 시행되면 보험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 출처=NICE신용평가

이에 금융당국에서는 보험사들의 부채부담을 줄어주기 위해 올 2분기 공동재보험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공동재보험은 보험위험, 금리위험 등을 재보험사에 이전하는 제도다. 원 보험사는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재보험사에 지불하면 된다. 위험보험료, 저축보험료, 부가보험료 등으로 이뤄진 전체 보험료 가운데 그간 위험보험료만을 재보험사에 넘겼던 통상적인 재보험과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RBC비율을 사수하기 위해 자본확충에만 열을 올려왔던 보험사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신종자본증권의 발행금리 부담이 컸던 보험사들의 경우 자본확충 대신 공동재보험을 활용해 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보험사의 위험관리 수단이 늘어난 셈이다.

이강욱 NICE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IFRS1 7도입으로 인한 보험사의 가장 큰 재무적 부담은 보험부채 시가평가에 따른 추가 자본확충 규모이며 이에 대해 얼마만큼의 충당여력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자본관리능력 평가에 중요한 요인"이라며 "장기적인 자본관리 측면에서는 보험부채 규모 대비 위험액을 줄여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나 단기적으로는 규제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