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축이라 거래수요가 가장 많은 래미안대치팰리스,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성인기자

[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요즘 전세 매물도 없는데, 전세금도 올라 거래가 안돼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아파트 주변 A 부동산 대표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대치동은 이른바 명문학교와 유명 입시학원이 밀집한 ‘대한민국 학군 1번지’로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직후인 11월과 새 학기가 시작되는 1,2월에는 그나마 있던 매물조차 순식간에 없어지는 곳이다.

최근 대치동은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에 포함되고, 강도 높은 12.16부동산 대책으로 고가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제한됨에 따라 매매 보다는 전세로 이곳에 이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주변 아파트 전세가는 몇 달 사이에 1억원 이상 올랐다.

작년 9월 정부의 특목고 폐지논의 등으로 인해 집주인들이 집 내놓기를 꺼리자 전세 매물 부족에 따른 가격급등도 나타나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전세가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2020년 1월 4주 주간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강남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27일 기준, 전주 대비 0.04%P 상승했다.

부동산114의 '수도권 주간 아파트 시장동향'에서도 전세시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0.07% 상승했는데 이중 강남은 전주 대비 0.04% 오른것으로 조사됐다. 

▲ 2019년 12월 이후 거래 기준, 출처=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 준공된 래미안대치팰리스의 경우 전용면적 59.99㎡ 전셋값은 지난해 8월 5억7712만원(4층)에서 지난달 11억8000만원(7층)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전용면적 84.98㎡의 경우는 작년 9월에서 12월 사이에 13억대에서 15억까지 올랐다. 그나마도 올해 1월은 전용면적 93.18㎡ 이상 매물만 신고됐다.

강남 8학군과 역사를 같이한 은마아파트 또한 전용면적 84.43㎡ 전세은 지난해 8월 5억5000만원수준에서 지난달 6억원 선으로 5000만원 이상 올랐다.

강남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한 배경으로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이 확대된 영향이 크다고 주변 부동산업자들은 입을 모았다. 정부가 발표한 12·16 대책에서 대치동도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이 되면서 실수요자가 로또 분양을 노리며 매매 대신 전세에 눌러앉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정부 대출 규제로 일부 수요자들이 매매 대신 전세로 눈을 돌리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15억원 초과 고가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이 원천적으로 금지되고 9억원 초과 주택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도 기존 40%에서 20%로 줄어들어 매수보다 전세를 선택하는 추세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들 “매물도 손님도 줄어”

새 학기가 시작되는 지금 대치동 일대는 전세 매물이 아예 사라졌다고 주변 임대업자들은 설명했다. 대치동 H 부동산은 “작년보다 전세 매물이 적게 나온 편”이라며 “매매가격이 올라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월세나 반전세를 많이 물어본다”고 말했다. 인근 C 부동산 중개소도 “전체적으로 작년 9월 이후 1억 이상 전세가 올랐다”며 “다들 안 나가고 안 들어오는 추세다”고 했다.

대치동의 학군이라는 특징이 가격상승을 부추겼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치동에 있는 J 공인중개사무소는 “대치동은 학교가 몰려있는 전통적인 학군이다. 이번에 정부에서 특목고·자사고 폐지를 논의하면서 쏠림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원래 신학기에 일시적으로 전세가 상승하기는 하지만 물량이 적다 보니 그 상승 폭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입주자가 기본적으로 3년 이상 사는 것도 매물이 없는 이유 중 하나다”라며 “옛날에는 자녀가 중학교 입학할 때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이사 오는 부모들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 교육통계연보(2018.3~2019.2)에 따르면 2018년 3월부터 작년 2월까지 대치동이 속한 강남구 초등학교로 전입한 학생 수는 1974명으로 전체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다. 강남 3구로 불리는 서초·강남·송파구를 합하면 4693명으로 서울 전체 전입 학생(1만8321명)의 약 4의 1에 달한다.

대치동 일대 중개업소들은 이번 겨울은 작년과 비교하면 손님도 적었다고 말했다. 대치사거리에 있는 부동산은 “전셋값이 너무 올라 아예 통학 가능한 주변지역에서 집을 구한다"고 말했다.

▲ 은마아파트 입구 사진= 이코노믹리뷰 노성인기자

김은진 부동산 114 리서치팀장은 “지금 현재 대치동뿐 아니라 서울 전체의 전세 매물이 부족해 전세가 오른 추세”라며 “대출규제 등이 강화되면서 매수심리가 위축되어 매수가 줄어든 만큼 전세수요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치동과 같은 학군의 경우는 방학기간 보다 먼저 집을 알아보고, 학교배정기간 전에 이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설 이후는 비수기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학군들의 전세 가뭄은 당분간 계속 될 것”이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