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리스크 요인”

중국 올해 경제성장률 6% 어려울 것

중국의 여행제한조치로 주변국 타격 입는다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의 여파는 과거 2003년 사스(SARS) 때보다 더 클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 폐렴)의 확산이 빠르게 전개되면서 글로벌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의 여파는 과거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보다 더 클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가 미칠 파장에 대한 경계심을 표시했다.

파월 의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여행 제한과 비즈니스 중단 등으로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경제활동에 일부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면서 “매우 주의 깊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날 펴낸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인 통화정책 완화와 미중 1단계 무역합의로 종전 리스크는 어느 정도 누그러졌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경제에 새로운 리스크 요인”이라고 표현했다.

중국 올해 경제성장률 6% 어려울 것

같은 날 노무라 그룹 계열사인 노무라 인터내셔널은 “올해 1분기 중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지난해 4분기 6%보다 2%포인트 이상 낮아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여파가 컸던 2003년 2분기 중국의 성장률은 9.1%로 전분기의 11.1%보다 2%포인트 하락했는데 이번에는 더 큰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다.

▲ 출처=KB증권

네덜란드 다국적 금융그룹 ING도 "올해 중국 GDP 성장률이 5.6%로 0.3%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ING는 “중국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대응에 나섰지만 소매업계, 여행업계 등 모두 심한 타격을 받았다”면서 “춘제 연휴가 끝난 후 중국 내 바이러스 감염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사망률이 아직 높진 않지만 바이러스가 더욱 치명적으로 변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ING는 중국 소매판매 증가율이 8%에서 3~4%로 낮아질 것이며, 글로벌 관광업계는 30% 넘게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외 아태 지역 경제도 ‘흔들’

중국뿐 아니라 다른 아시아 국가 경제도 힘든 한 해를 보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종 코로나 사태 악화에 따라 중국의 단체 관광이 취소돼 여행 예약 플랫폼, 여행사 등의 환불 행렬이 이어지는 등 여행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의 최대 온라인 여행 예약 플랫폼인 트립닷컴은 여행 패키지 상품을 구매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여행을 떠나지 못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환불을 진행하기 위해 2억 달러 규모의 재해 구제기금을 마련했다고 CNBC가 전일 보도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라지브 비스와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가계 소득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중국인의 해외여행 붐이 일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스급 전염병 확산 위험이 더욱 높아졌다"면서 "중국인의 해외여행 건수는 2003년 2000만 건에서 2018년 1억5000만 건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년간 많이 증가한 중국 여행객 수가 줄어든다면 많은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이 취약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매업, 외식업, 스포츠 이벤트, 여행, 콘퍼런스 관련 부문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비스와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국의 여행제한조치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을 국가로 태국, 베트남, 일본을 꼽았다.

지난해 태국을 방문한 중국인 수는 1050만명으로 2012년 270만명과 비교했을 때 크게 증가한 모습이다. 더불어 지난해 중국 관광객이 태국에서 지출하는 금액은 1700억 달러에 달했다.

일본 또한 중국인들이 자주 방문하는 휴양지 중 하나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수는 960만명으로 일본을 방문한 전체 외국인 중 30% 비중을 차지한다. 베트남을 방문하는 전체 외국인 중 중국인의 비중도 3분의 1 수준이다.

한국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2.4% ‘불안’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목표인 2.4% 달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앞서 우한폐렴 사태와 비슷한 양상이었던 2003년 사스는 우리나라 성장률을 0.25%포인트 추락시켰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간한 '중국발 원인 불명 폐렴 현황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사스는 2003년 2분기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을 1%포인트(연간 성장률 0.25%포인트) 내외 하락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KB증권

일각에선 사태가 장기화되면 2003년 사스 때보다 피해가 더 커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하향 수정하는 게 불가피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우한 폐렴이 4월에서 5월 내 진정된다고 할 때 중국과 한국의 성장률 각각 0.4%포인트, 0.1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면서 ”만약 3분기까지 지속되면 최근 미·중 무역 1차 합의로 인해 기대되는 상반기 경제 회복세는 일부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 연구원은 “유행기가 7월~8월까지 지속되면 중국과 한국의 연간 성장률에 약 0.6%포인트, 0.2%포인트 내외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