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기업들이 작은 변화부터 애자일 철학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장영일 기자] 글로벌 기업들인 구글과 넷플릭스,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스포티파이, 알리바바 등은 앞서 애자일을 도입해 효과를 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중앙집권적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조직에 큰 변화를 주기보다는 작은 것에서부터 변화를 시도하는 기업이 늘면서 애자일이란 철학에 대해 구성원들이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대기업들의 변화, 잔잔한 파도 일으키다

중앙 집권적 업무 방식에 익숙한 국내 대기업은 애자일 방식을 조직 문화에 전면적으로 적용하기 앞서 직급 파괴, 보수 체계 개편, 유연근무제 등을 도입하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 SK, HDC 등 대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애자일 도입에 관심을 가져왔다. 현대차는 직원 직급 체계를 전면 개편해 총 5단계로 간소화했다. 또 근무복장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등 조직문화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S그룹도 임원 이하 직급을 3단계로 줄였다. 삼성그룹은 업계 최초로 직급 체계를 개편했고, 프로 등으로 직급을 단순화시켜 구성원간 수평적 문화를 만드는데 노력하고 있다.

이 밖에 IBK기업은행, KB금융그룹, 신한금융투자 등 금융 기업들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조 아래 고객 우선주의 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해 애자일을 도입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12개의 ACE(Agile Centric Effcient)를 만들었고, 현대카드와 SK이노베이션도 시험 적용 중이다.

▲ 삼성SDS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널리 활용되는 ‘애자일(Agile)’방식을 적극 도입해 운영 중이다. 출처=삼성SDS

수박 겉핥기식? 토대부터 쌓는 한국 기업들

이처럼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이 애자일 도입에 열광하고 있는 것에 대해 '수박 겉핥기'라고 폄하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애자일의 기본적인 토대인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드는 일을 시작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미국 등 선진국 국가 기업들이 애자일을 쉽게 도입할 수 있었던 것도 이미 직원간 수평적 관계에 익숙하다는 점이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많은 것을 바꿀 순 없지만, 할 수 있는 부분을 하고 있다는 것에서 국내 기업들의 실험은 반가운 일이다.

삼성SDS 애자일 그룹, 기업내 문화 전파

국내 기업 중에는 삼성SDS가 5년 전부터 애자일 경영 방식을 도입해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SDS에는 애자일 문화를 전파하는 ACT(Agile Core Team)그룹이라는 조직이 사내에 애자일 방법론과 문화를 전파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ACT 그룹을 이끌고 있는 신황규 그룹장은 초창기에 애자일이라는 소프트웨어 개발론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신 그룹장이 이끄는 팀이 애자일을 활용한 개발 성공 사례들로 두각을 나타내면서 전사에 애자일 문화 도입 바람이 불었다. 경영진도 애자일 방식에 공감하면서 현재는 100여 명의 사내 혁신가들이 모인 ACT그룹이 탄생했다.

ACT 그룹은 또 팀원을 프로젝트에 투입해 제품 개발과정에 애자일 방식이 도입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ACT 내에는 PM(프로젝트 매니저), 디자이너, 개발자가 한 팀을 이뤄 파티션 없는 한 공간에서 상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함께 고민한다. 삼성SDS는 솔루션 사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사업에 해당 방식을 순차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 민앤지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근 애자일을 시험 운용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민앤지가 사무실을 리모델링한 공유형 오피스. 출처=민앤지

무턱대고 도입은 ‘NO’… "시범 TF 운용후 적용"

IT 서비스 기업 민앤지도 최근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애자일 방식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기존 사무공간 일부를 리모델링하여 공유형 오피스로 조성하는 등 부서간 벽을 허무는데 노력하고 있다.

민앤지도 애자일 도입을 앞두고 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를 듣기도 하고 일하는 방식에 대한 구성원들의 의견도 모았다. 결론은 신규 먹거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애자일이 없어선 안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사적인 도입에는 신중하다. 민앤지는 구독형 모빌리티 서비스, 미니보험 서비스 등 신사업 조직들을 대상으로 애자일 전략을 우선 도입할 예정이다. 추후 성과를 보고 전 조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민앤지 관계자는 "몇몇 태스크포스팀(TFT)으로 시작해 프로젝트 성과를 보고 전사적으로 도입할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지사를 두고 있는 넷플릭스의 업무 방식은 국내 콘텐츠 기업들에 큰 메시지를 던진다.

넷플릭스는 각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는 모두 서울 지사가 결정한다. 본사가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다. 기획부터 홍보까지 모두 서울 지사의 직원 개개인이 결정하는 문화를 갖추고 있다. 전 세계의 모든 지사가 마찬가지다. 그 나라의 감독에게 결정권을 주고 관여하지 않는 방식이다. 넥플릭스는 권한 부여, 임파워먼트(empowerment)를 통해 조직의 의욕과 성과를 동시에 이끌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