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T커머스’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홈쇼핑 업계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하던 T커머스 채널이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T커머스는 ‘TV+커머스(상거래)’를 합친 말로, TV를 통한 상품검색과 구매를 지원하는 디지털 방송을 뜻한다. 이에 기존의 홈쇼핑 업계도 자사의 T커머스 채널을 활용해 전용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상품기획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 SK스토아 가상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모습. 출처=SK스토아

한국T커머스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800억원대였던 T커머스 시장 규모는 2018년 2조8000억원으로 약 35배 성장했다. 작년 전망치는 약 4조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T커머스 업체 10곳 중 5곳(K쇼핑, 신세계쇼핑, SK스토아, 쇼핑앤티, W쇼핑)은 단독 사업자 형태로, 나머지 5곳(CJ오쇼핑플러스, 롯데OneTV, 현대홈쇼핑 플러스샵, GS마이샵, NS샵 플러스)이 기존 5개 홈쇼핑 사업자가 함께 운영되는 형식이다.

기존의 TV홈쇼핑은 정해진 시간에 생방송으로 하나의 상품정보만 소비자에게 전달하지만, T커머스는 시청자가 주도적으로 여러 상품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양방향 개념이다. 생방송이 아닌 녹화방송으로 진행되면서 전화가 아닌 리모컨을 통해 원하는 상품을 검색해 구입할 수 있다. 즉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의 중간 형태인 셈이다.

▲ T커머스 10가 방송 온라인 정보량 점유율. 출처=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이처럼 T커머스 시장은 인터넷TV(IPTV)가 확대되면서 양방향 쇼핑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들이 대거 유입됐다. TV홈쇼핑 방송은 대부분 생방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방송이 송출되는 시간 내에 구입해야 한다는 시간적 제약도 존재했다. 반면 T커머스는 모두 녹화 방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구입하고 싶을 때에 시간적 제약이 없이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최근 1년 사이 T커머스 소비자 관심도도 2배로 급증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10개의 T커머스 채널 2018년 4분기와 지난해 4분기 비교 결과 총 1만2226건에서 2만4646건으로 온라인 정보량이 증가했다. T커머스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가 함께 증가하자 데이터 정보량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 T커머스 10개방송 온라인 정보량 변화비교. 출처=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업계의 정보량 순위에도 변동이 있었다. 지난 2018년 10월 1일부터 2020년 1월 25일까지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신세계그룹의 신세계(TV)쇼핑이 3만3755건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K쇼핑(3만2271건), SK스토아(1만5619건), W쇼핑(4533건), 쇼핑엔티(3066건), GS마이샵(2994건), CJ오쇼핑플러스(2134건), 롯데OneTV(1473건), 현대홈쇼핑 플러스샵(1109건) 순이었다.

특히 상위 3개 채널이 모두 앞자리 번호에 포진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KT 올레TV 기준으로 신세계TV쇼핑은 20번, K쇼핑은 2번, SK스토아는 17번이다. 이들 3개 채널의 정보량을 합치면 81645건으로 10개 채널 전체 정보량의 83.6%에 이른다. 28번대 이상 7개 방송 1만6010건(16.39%) 보다 약 5배 많은 수치로, 빠른 번호 방송이 소비자 관심도면에서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 롯데OneTv의 대표 프로그램 '한끼사시오' 방송 장면. 출처=롯데홈쇼핑

기존 홈쇼핑 업계도 커지는 시장에 발맞추기 위해 자사의 T커머스 채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각 사업자 인기 채널 번호 확보에 나서는데다 양방향 서비스를 활용한 콘텐츠 차별화, 신기술 기반 쇼핑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마케팅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롯데OneTV’를 활용해 T커머스 전용 패션 전문 프로그램을 론칭하는 등 지난해 2배 이상의 구매 고객을 유입시켰다. CJ오쇼핑은 ‘CJ오쇼핑플러스’에 스토리텔링과 예능 형식으로 상품을 소개하는 ‘T커머스 차별화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고 있고, NS홈쇼핑의 T커머스 ‘NS샵플러스’는 올레TV에 TV기반 결제 솔루션 제공 업체와 협력해 ‘TV간편주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는 T커머스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TV홈쇼핑이 성장한계에 다다른 만큼  인공지능이나 증강현실을 활용한 새로운 쇼핑 서비스가 차별화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TV의 스마트화, TV리모컨의 진화, VOD서비스의 활성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연동 등 각종 기술이 기존의 TV홈쇼핑보다 젊은 세대 유입의 한계를 깨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 K쇼핑은 업계 최초로 음성으로 TV 방송상품 검색부터 주문까지 할 수 있는 ‘대화형 쇼핑’에 음성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출처=K쇼핑

문제는 송출수수료 부담으로 커진 몸집과 달리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K쇼핑 등 T커머스 업체들은 지난해 흑자 전환을 목표로 했지만, 채널 확보에 따른 출혈로 이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높아진 송출수수료가 수익성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또한 최근 홈쇼핑 트렌드가 럭셔리 제품으로 가고 있는 상황 속 T커머스 채널은 가성비 제품을 다룰 것인지 프리미엄 제품을 다룰지 아직 정확히 분위기가 정해지지 않았다. 빠른 채널 확보에만 힘쓸 것이 아닌 제품의 마케팅이나 단독 브랜드 론칭 등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포화상태인 홈쇼핑과 달리 T커머스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면서 “사물인터넷이나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기술과 결합하면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업계 안팎에서 채널번호를 당기기 위해 거액의 무리한 투자보다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마케팅에 투자하는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