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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소비 시대①] 환경보호, 가치소비 트렌드 핵심지갑을 여는 이유가 많아지고 있다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기업은 가치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아 영리를 취하는 조직이다. 여기서 말하는 가치는 돈을 내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고객이 얻는 '이익'이라는 말과 같다. 기업은 고객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해 이윤을 올리고, 고객은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했을 때 얻는 이익을 돈으로 구매한다. 그렇게 기업은 고객의 지갑을 공략하고, 고객은 이에 납득해 지갑을 열었다.

최근 이 납득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고객이 왜 지갑을 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만났을 때 거론해야 할 '이유'의 숫자가 많아졌다. 예전에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희귀해서, 혹은 단순히 내가 필요해서 구매했다면 이제는 다른 이유들이 열리는 지갑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치소비 시대가 열리는 이유다. 여기서 말하는 가치는 지금까지 기업의 영리활동 중 큰 비중을 차지하던 가치가 아닌, 새로운 의미의 가치들을 의미한다. 기업이 얼마나 환경오염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느냐, 혹은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얼마나 중요하게 고려해 움직이고 있느냐, 우리의 공동체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느냐 등이다. 이제 상품이나 서비스는 어디서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초연결 시대가 열리고 있으며, 기업 입장에서는 더 높은 수준의 고객 구매 욕구를 잡아야 한다는 숙제를 받아들게 됐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 툰베리가 트럼프 대통령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출처=뉴시스

환경보호, 가치소비 깨우다
IBM이 최근 전미유통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와 공동으로 Z세대부터 베이비붐 세대까지(18세~73세) 전세계 28개국의 소비자 1만9000여 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소비자 동향 연구 결과를 조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객들은 언제 어디서든 각종 브랜드와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된 만큼 기업의 가치가 제품 가격 및 편의성보다 중요해졌다. 연령 및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고객은 개인의 신념에 일치하는 제품을 위해 훨씬 더 높은 가격도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치 중심적인 고객의 70%는 재활용 제품, 친환경 상품 등 환경을 보호하는 브랜드의 구매를 위해 일반 가격보다 35%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한다.

특히 응답자 중 57%는 환경 파괴를 줄이기 위해 구매 습관을 바꿀 의향도 있다고 밝혔다. 이는 환경보호가 새로운 가치소비의 결정적 화두로 부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리더들이 활동하고 있는 다보스 포럼으로 가보자. 21일 환경보호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그레타 툰베리는 현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날선 공방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보스 포럼의 나무 1조 그루 심기 프로젝트에 동참한다고 나서자 툰베리는 "우리집은 불타고 있다"면서 "당신들의 무대책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서로를 지칭하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환경보호라는 측면에서 설전을 벌인것으로 이해된다. 무려 56살 차이가 나는 앙숙인 셈이다. 나아가 이러한 현상은 환경보호라는 패러다임이 이제는 구호에만 그치고 일회성 이벤트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점을 각인시켜 준다.

기업 입장에서 전사적인 노력이 계속되는 이유다. 특히 ICT 기업들 사이에서 이러한 노력이 많아지고 있다. 기술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기존 제조업 중심의 굴뚝 DNA보다 ICT 테크 기업이 더 발 빠른 대응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파크는 커다란 원형 우주선을 닮아 우주선(The Spaceship)이라고도 불린다. 친환경을 강조한 최첨단 건물로 100%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한다는 설명이다. 옥상에 태양전지판에서 16㎿ 전력이 생산된다. 사용하고 남은 에너지는 재판매할 수 있으며, 강화유리로 외관을 마감해 조명 없이도 밝다. 주변에 설치된 저탄소 발전소에서 바이오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다. 건물은 원형의 링(Ring) 모양이며 중심에는 숲과 공원이 조성됐다. 원형 건물의 지름은 1.6km 정도며 300여개의 전기 충선소도 비치됐다.

▲ 애플파크 전경. 출처=갈무리

1년의 75% 기간 동안 에어컨이나 히터 없이 최적화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자연환기 기술도 도입됐다. 또 재활용수를 사용해 하루에 15만7000갤런의 물이 시설 쿨링 시스템 등에 사용되며 부지면적 80%는 공원이다. 원형 링 안쪽 공간에는 총 7000여 그루의 나무도 있다.

애플은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해 환경오염 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15년 중국에 태양광 발전소 2개를 세웠으며 미국·유럽·중국 전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아예 탄소 네거티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페이스북 및 구글 등 많은 ICT 기업들이 탄소 저감을 위한 투자에 머물렀다면 MS는 지금까지 배출하는 탄소를 제거하면서도 더 많은 탄소를 없애는 것이 목적이다. 탄소 저감이 결국 시간의 문제에 머물렀다면, MS의 탄소 네거티브 정책은 이미 발생한 탄소도 제거하겠다는 점에서 더 공격적이다.

브래드 스미스 MS 최고법무책임자는 “탄소 배출과 관련해 탄소 중립만으로 충분치 않다고 봤다”면서 “지구 대기중 탄소는 열을 가두고 전지구 기후변화를 유발한다”고 말했다. MS는 아예 더 나아가 탄소 처리 기술 개발에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 규모의 기후혁신기금(Climate Innovation Fund)까지 설립한다고 밝혔다. 자체적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을 2030년까지 절반으로 줄인다는 구체적인 플랜도 나왔다.

이 외에도 기업들의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 사례는 많다. 각 사옥을 친환경 공법으로 제작하거나, 탄소 배출량을 늘리는 것을 넘어 일회용 젓가락 사용 여부를 배달 시 공유하는 배달 플랫폼들도 활동하고 있다.

국내의 삼성전자도 의미있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재생 에너지 확대를 위해 수원∙화성∙평택 사업장 내 주차장, 건물, 옥상 등에 약 6만3000㎡ 규모의 태양광∙지열 발전시설을 설치한다고 발표하는 한편 2020년까지 미국∙유럽∙중국 전 사업장(제조공장, 빌딩, 오피스 포함)에서 재생 에너지 사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재생 에너지 사용과 확대를 지원하는 이니셔티브인 BRC(Business Renewable Center)와 REBP(Renewable Energy Buyers' Principle)에도 가입했으며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사용량의 20%를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재생 에너지 확대 전략에 적극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인성 그린피스 IT 캠페이너는 "삼성전자의 사회적 영향력과 막대한 전력 사용량을 감안할 때, 이번 삼성전자의 조치로 한국이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 나아가는 핵심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면서 "(삼성전자의 발표를 계기로) 많은 기업들의 재생 가능 에너지 목표 수립과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기업들이 재생 가능 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현재 정부가 수립 중인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우선순위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그린피스 운동가들이 삼성전자 사옥 외벽에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출처=그린피스

환경보호, 가치소비의 으뜸
최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 사상 최악의 산불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환경오염 문제가 기록적인 산불피해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많은 이견이 나오고 있으나, 기후 온난화 등 많은 문제가 현실의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IBM은 "환경 영향을 줄이려는 노력은 재활용 포장재를 사용하고 탄소 배출량을 낮추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브랜드는 미래 세대를 위해 지속 가능한 순환 경제 구축에도 참여해야 한다. 자원을 보존하고 폐기물을 없애기 위해 제조사의 공급망 전체에서 환경 친화적임을 필수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소방관들이 호주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결국 고객들은 이러한 생존의 문제를 풀어가는 기업에 높은 점수를 주며 지갑을 열고 있다. 다만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환경규제의 명확성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기업 현장방문을 통한 환경규제 합리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국내 기업 10곳 중 7곳은 들쑥날쑥한 환경관련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환경부가 새로 도입한 규제는 509건으로 집계됐으며 매년 최대 80건씩 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나, 명확한 가이드 라인은 부재하다는 뜻이다.

환경규제의 구체적인 기준을 담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공포 이후 시행까지 걸리는 시간도 평균 5일과 10일에 불과해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결국 환경보호를 위한 기업의 새로운 접근, 나아가 가치소비에 따른 이해가 이어지는 한편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 라인의 설정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장현숙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신설·강화된 규제의 준비기한을 충분히 보장해 기업의 규제이행을 돕고 관련 인프라를 사전에 구축하는데 힘써야 한다"면서 "환경과 기술 개발을 동시에 고려한 실효성 있는 법규의 제·개정 노력, 환경법규 해설서 발간, 환경규제 우수 이행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전문 컨설팅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 환경규제에 과거와 같이 방관 또는 사후적 대응에 그칠 경우 우리 기업의 수출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면서 "친환경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친환경 기술 등을 빠르게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20.01.2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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