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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009년]한국화가 허진②-생명과 자연 바탕 한 휴머니즘
▲ 유목동물+인간 2008-3, 2008, 한지에 수묵채색, 162×122cm/Nomadic Animals+Human 2008-3, 2008, ink and pigment on hanji, 162×122cm

허진의 그림들은 무상한 듯 멋대로 가는 것 같으면서도 자유로움과 생명력 그리고 진지함 등을 지니고 있다. 이 생명력은 곧 예술성을 지닌 순수라 하겠는데, 이 시대에도 마르지 않는 자연의 원천을 휴머니즘적이면서도 현대적으로 자연스럽게 표출해낸 것이라 하겠다. 그 때문인지 허진의 그림은 단순하지가 않다.

평면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마치 입체 작품과 같은 기분을 주기도 한다. 방대한 초원을 연상시키는 화면 안에서 사람과 동물들이 한데 뒤섞이는가 하면, 먹과 색이 자유분방하게 뒤섞여 하나가 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형식적인 측면을 떠나 강렬한 메시지가 되기도 한다.

마치 과거가 있기에 오늘이 존재함을 말해주는 것처럼, 고대를 새로운 출발점으로 한 유목과 자연 그리고 인간과 동물이라는 매개체 사이에서 드러나는 연관성을 바탕으로 현대의 불확실성과 불합리함을 고발하려는 속내까지 드러낸다.

▲ 유목동물+인간-문명 2009-1, 2009, 한지에 수묵채색, 112×145.5cm×6개/Nomadic Animals+Human-Civilization 2009-1, 2009, ink and pigment on hanji, 112×145.5cm×6pieces

요제프 올부리히는 예술 작품을 ‘예술 애호가에게 조용하고 우아한 피신 장소를 제공해 주는 신전을 세우는 것’이라고 하였지만, 허진의 예술 작품은 단지 우아한 피신 장소만이 아닌, 다양한 원천들의 조합 속에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일종의 생명성을 환원시키는 것과도 같은 메시지와 힘을 지닌 것이기도 하다.

방황하는 듯이 걷거나 뛰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인간들과 엉켜있는 낙타, 산양, 코뿔소 등의 모습은 자연과 인간이 서로 합일되고 보편적인 이념이 성취되는 세계라기보다는, 자연과 인간, 생의 시작과 종말의 무대가 원초적인 공간 속에서 자유분방하게 새로운 프레임을 구축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방황하는 익명의 사람과 동물들이 하나의 공간 속에서 중복되고 잘려 나가기도 하는 것이다. 평면 작업이지만, 마치 삼차원의 공간 속에서 서로 얽히고설킨 것처럼 무질서하면서도 숨을 쉬는 것 같고 삼차원의 공간이 일차원으로 환원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마치 기계가 조립되고 분해되듯,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허진의 손 안에서 새로이 조합되기도 하고 뜯어지기도 하며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 속에서는 인간과 동물 그리고 삶의 역사적 카오스가 역류를 한다. 그는 이 카오스 속에서 드러나는 예술에서의 유토피아를 인간과 자연의 틀에서 볼 수 있는 허상에서 찾지 않고, 인간과 자연 및 현대와 과거가 뭉뚱그려져서 현실과 괴리가 있을 것만 같은 또 다른 공간에서 찾는다.

이 공간적 실체는 몽상가의 유토피아일 수도 있고, 어머니의 자궁과도 같은 미지와 꿈의 허상일 수도 있다. 블랙홀 같은 이 실체는 허진(ARTIST HUR JIN,許塡,허진 작가,한국화가 허진,HUR JIN,허진 교수,허진 화백,A Painter HUR JIN)이 집요하게 평면 속에서 여러 대상을 대입시켜 가며 성취해온 익명의 인간과 유목, 현대 산수도 시리즈 등이다. 이처럼 다양한 시리즈는 그가 지속적으로 추구해 온, 생명과 자연을 바탕으로 한 휴머니즘의 구현이라 할 수 있다.

△장준석(미술평론가, 문학박사)

권동철 미술칼럼니스트  |  kdc@econovill.com  |  승인 2020.01.16  21: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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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 #권동철, #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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