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항공은 지난해 이스타항공 인수의향을 깜짝 밝혀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출처=제주항공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쏟아서 이목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이스타항공의 불안한 재무구조 등으로 제주항공이 부담을 느껴 인수합병(M&A) 작업이 지지부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제주항공·이스타항공, 늦어지는 인수합병에 ‘추측난무’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현재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내부적으로 꾸린 태스크포스팀(TF)이 이스타항공의 실물 데이터룸을 살펴보고 있으며 법률자문사 광장과 논의를 진행 중인 걸로 알려진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현재 내부 직원들로 구성된 TF에서 실사를 진행 중이고 실사 중에 나온 내용에 관련해서는 비밀유지약정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 M&A의 기본 원칙”이라며 진행 상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해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SPA)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이스타항공의 경영권 인수의사를 밝혀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발표 직후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은 이스타항공 인수 이유에 대해 “항공사업자간 국내 최초의 기업결합 형태인 이번 기회를 통해 여객점유율을 확대하고 LCC 사업모델의 운영효율을 극대화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양사의 경쟁력 제고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은 업계 빅3로 발돋움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양사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국내선 24.8%로 대한항공(23.6%)을 앞지르게 된다. 국제선 점유율 역시 19.5%로 아시아나항공(23.0%)을 바짝 뒤쫓는다.

그러나 제주항공은 12월 31일 예정됐던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돌연 한차례 연기하고 올해 1월 중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일정을 미뤘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매각을 미룬 이유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쏟아져 나왔다. 

사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했다 막판에 고배를 마셨던 만큼 제주항공은 빠른 속도로 이스타항공 합병을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도 지난해에 인수 과정이 마무리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일정이 늦어지면서 이스타항공의 매각작업이 난항을 겪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사과정에서 이스타항공의 취약한 재무구조, 페이퍼컴퍼니 의혹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제주항공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 이스타항공의 2018년 말 기준 자본잠식률은 47.9%를 기록했다. 출처=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 재무구조 등 우려?… “차질 없을 것”

특히, 이스타항공의 취약한 재무구조는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된다. 지난해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가운데 제주항공도 적자가 예상돼 이스타항공 인수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IB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감소했을 것이라 보고 있다.

거기다 이스타항공은 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2018년 말 기준 이스타항공은 자본금 486억원, 결손금 266억원, 부채비율 484.4%, 자본잠식률은 47.9%를 기록했다. 이스타항공은 비상장사로 분기마다 실적 공시를 하지 않아 올해 매출이나 영업이익은 알 수 없다. 하지만 2018년말부터 시작된 단거리노선 공급과잉과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경쟁사들이 영업적자를 기록 중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실적은 더욱 나빠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회계 처리 방식 변경으로 반영된 리스료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스타항공의 2018년 기준 보유한 항공기에 대해 1~5년간 지불해야 하는 리스료는 2626억원 수준에 달한다. 단순 계산해도 매년 약 500억원을 리스료로 지급해야 여객기 운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아울러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가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도 끊이질 않고 있어 제주항공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주장이다. 이스타홀딩스는 이상직 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의 자녀 이원준씨와 이수지씨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이수지 대표 1인 기업으로 경영컨설팅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간 실체 확인이 되지 않으면서 이스타항공의 발목을 잡아왔다. 

그러나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에도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는 큰 차질 없이 이뤄질 전망이다. 늦어지는 일정도 꼼꼼한 실사작업을 위해서이지 인수금액 조달 등의 문제는 아니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제주항공이 실사에 별도의 금융·회계자문사를 지정하지 않은 만큼 예상치 못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는 다소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이스타항공의 허약한 재무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500~1000억원의 자금수혈이 필수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제주항공이 보유한 지난해 3분기 기준 단기금융자산을 포함한 현금과 현금성자산 규모만 3000억원 이상이어서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최초로 리스 대신 항공기를 직접 구매하는 등 비용구조를 개선해 상대적으로 재무건전성이 양호하다. 지난해 리스료를 차입금으로 반영하면서 부채비율이 331%까지 올랐지만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다소 늦어지는 일정이 공시되면서 억측이 난무하는 것 같다”며 “제주항공은 앞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전에서도 2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베팅한 적이 있는 만큼 금액 면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또한 “주식매매계약은 주식을 어떤 비율로 맞거래를 하느냐에 관한 문제다. 선정이나 비율 문제, 가치평가나 신용도, 재무구조 등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한달 정도 미뤄지는 경우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이어 “실사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 예컨대 숨겨진 어마어마한 부채가 발생한다던지 하면 최악의 경우 인수합병 작업이 엎어질 수도 있겠지만 제주항공 건의 경우 그럴 경우는 적다고 본다. 다만 2월이 넘어가도록 미뤄지면 그때부터는 뭔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