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통합 이커머스 플랫폼 3월 오픈 예정 
쿠팡, 추가 투자유치? 나스닥 상장? 생존 걸린 변화 필요  
유통업계 최고 영향력 두 기업의 행보...올해 가장 큰 이슈  

▲ 롯데쇼핑 강희태 대표이사(왼쪽)와 쿠팡 김범석 대표이사. 출처= 각 사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2020년은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있어 중요한 변곡점이 되는 해다. 유통 대기업들의 이커머스 플랫폼과 이커머스 전문 업체들의 정면 대결이 예고됨에 따라 철저한 약육강식의 생태계가 전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경쟁의 판도를 좌지우지할 두 기업은 업계 최고의 영향력을 자랑하는 롯데와 쿠팡이다. 올해 두 기업이 예정한 행보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부여될 수 있기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돼있다. 

이커머스, 롯데의 ‘사활’ 

롯데는 지난 수 년 간의 준비를 마치고 자사 유통을 하나의 경로로 통합하는 플랫폼 ‘롯데이커머스’를 올해 3월 선보일 예정이다. 통합 플랫폼의 구색 측면으로는 경쟁사인 신세계의 SSG닷컴보다는 다소 늦은 출발이었지만, 롯데는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다양한 성과들을 빠르게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롯데의 이커머스가 다른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방향성은 기존 오프라인 채널들과의 유기적인 상호 호환을 전제로 한 ‘옴니채널(Omni-Channel)’이다. 이는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지난 2013년부터 줄곧 강조해 온 지향점이다. 

과거 롯데가 구현한 옴니채널은 오프라인 점포에 대한 첨단 기술 적용으로 고객들의 쇼핑 편의성 강화에 집중해왔다. 당시의 롯데는 온라인 통합 유통 플랫폼의 운영에 대해서는 큰 확신을 갖지는 않았다. 

▲ 출처= 롯데쇼핑e커머스

롯데 유통사업 부문에서 근무했다는 한 관계자는 “2010년대 초 혹은 그 이전부터 롯데는 온라인 통합 플랫폼 운영에 대해 계속 논의해왔다”라면서 “그러나 운영 효율의 측면에서 확신을 갖지 못하면서 결론은 계속 미뤄졌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의 중요성이 대두된 2018년에 이르러서야 롯데는 온라인 통합 플랫폼 출범을 선언한다. 이에 롯데가 이커머스와 함께 완성하고자 있는 옴니채널은 대부분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연계들이 전제돼있다. 

그러나 위험 부담은 있다. 롯데의 유통 사업은 여전히 오프라인이 중심이기에 온라인 전문 업체들에 비해 플랫폼 운영의 노하우나 기술적, 인적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해 롯데는 이커머스를 위해 개발 전문 인력들의 충원에 열을 올렸으나 이는 인건비 부담 가중이라는 또 다른 측면의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거기에 국내 주요 온라인 유통기업들도 수익성 악화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커머스 시스템 안정화를 이룰 때까지 관련 인프라를 지원해야 할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실적부진도 롯데에게는 큰 부담감이다.
 
‘생존’으로 입지 증명 필요, 쿠팡 

명실상부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기업이다. 정확한 수치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쿠팡은 거래 규모로 종전까지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 온 이베이코리아를 이미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만큼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쿠팡의 입지는 절대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쿠팡에게는 매년 생존 가능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붙는다. 

가장 최근 발표된 2018년 실적에서 쿠팡의 영업손실은 1조원(1조970억원)을 넘겼다. 물론  매출의 발생과 비용지출 사이의 시차가 있는 이커머스 기업 특성상 이를 제조기업과 같은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누적되는 막대한 영업손실은 생존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다. 

▲ 출처= 쿠팡

쿠팡은 자신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오래’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산술적으로 생각하면 쿠팡 운영의 가장 큰 버팀목이었던 소프트뱅크, 소프트뱅크비전펀드가 투자한 30억달러(약 3조4700억원)는 이미 지난 몇 년의 영업 손실로 거의 다 소진됐다. 

쿠팡이 올해 해야 하는 것은 장기적 생존가능성의 증명이다. 방법은 어떤 것이든 관계없다. 소프트뱅크(혹은 비전펀드)나 또는 그에 버금가는 큰 주체에게서 다시 한 번 투자금을 유치하거나 업계의 모두가 예상하고 있는 ‘증시 상장’이 이뤄지거나 하는 등이다. 이러한 계기가 없으면 올해 쿠팡은 존폐를 걱정하게 될 수도 있다.    
     
롯데와 쿠팡이 올해 어떻게 이커머스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확보하는 두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체의 문제다. 두 기업처럼 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업체들이 이뤄내는 성과는 업계 전체의 규모와 더불어 연계 산업의 규모도 키울 수 있다.   

업계 전문가는 “롯데와 쿠팡이 올해 어떤 성과들을 보여주는가는 국내 유통업계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면서 “쿠팡은 이커머스의 성공 사례와 장기적 생존 방식을, 롯데는 오프라인 유통 기업의 온라인 확장 성공 사례를 올해 반드시 보여줘야 하며 만약 이것이 실패하면 그 여파는 두 기업을 넘어 업계 전체가 받는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