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의 재선 당선

지난 1월 11일 토요일에 치러진 타이완 총통 선거.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재선에 성공했다. 이번 선거에서, 차이잉원 총통은 1996년 대만에서 총통 직선제가 시행된 이후 가장 많은 표를 얻어 당선되었다. 이 새로운 기록 달성은 의미 있는 일이다.

선거 당일, 타이완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결과를 발표했다. 집권 민주진보당 후보 차이 총통은 817만 231표(57.13%), 야당 중국국민당 후보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은 552만 2천119표(38.61%). 예상했던 것처럼, 두 후보의 표차는 264만여 표 차.

이번 타이완 총통 선거에서 주목할 점은 젊은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했다는 것. 이번 총통 선거에 투표권이 있는 유권자는 1천 931만 명. 이 가운데 이번 총통 선거에 참여해서 투표한 유권자는 1천 446만 명. 74.9%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지난 2016년 총통 선거의 투표율은 66.27%.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진보당 후보였던 차이잉원 총통은 6,894,744표(56.1%), 집권 여당 중국국민당 후보 주리룬(朱立倫)은 3,813,365표(31.0%). 제3당 친민당 후보 친쑹추위(宋楚瑜)의 1,576,861표(12.8%)를 합친다고 해도, 주리룬 후보는 타이완 국민들의 정권교체 의지를 막을 수는 없었다.

지난 선거보다 1.03%의 유권자를 더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 차이잉원 후보. 이번 선거의 당선으로 차이잉원 총통은 4년 더 집권하게 되었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안 관계에서 향후 4년은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무쌍한 시간이 전개될 것임이 분명하다.

 

차이잉원 총통의 재선 직후 행보

재선 확정 다음 날 1월 12일 일요일, 차이잉원 총통은 미국과 일본 정부 관계자를 만났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차이잉원 총통은 양국 정부 관계자에게 ‘관계 격상’을 강조했다. 그리고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 중국 견제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인도, 미국, 일본, 호주 등이 중국 견제를 위해 공동 대응하기 위한 군사적 시도.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구체화되었다. 재선 확정 직후, 차이잉원 총통은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를 선언했다.

이날 오전, 차이잉원 총통은 재선 축하를 위해 방문한 브렌트 크리스텐슨 미국재타이완협회(AIT) 사무처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차이잉원 총동은 “타이완과 미국은 양자 간 동반자 관계에서 글로벌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앞으로 미국과 글로벌 이슈 협력을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을 의식한 적극적인 발언이었다.

재선에 성공한 직후 트위터에 일본어로 “타이완과 일본 관계 심화를 바란다”는 글을 올린 차이잉원 총통. 차이잉원 총통은 또 오하시 미쓰오 일본타이완교류협회장과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차이잉원 총통은 “올해 타이완과 일본 관계가 한 단계 더 높아질 것”이며, “일본은 외교 협력과 관광 교류에서 대만의 중요한 우방”이라 말했다.

중국이 주장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를 강력하게 거부하는 차이잉원 총통. 2016년 차이잉원 대만 총통 취임 이후, 지금까지 7개국이 중국 눈치를 보며 대만과 외교 관계를 끊었다. 현재 대만과 완전한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는 모두 15개국뿐이다.

 

차이잉원 총통 재선에 대한 중국의 반응

차이잉원 총통 재선 직후, 중국은 타이완 통일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마샤오광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타이완 총통 선거 다음 날인 1월 12일 일요일 오후 11시 30분 중국 관영 매체 신화사를 통해 선거 결과에 대한 담화를 발표했다.

마샤오광 대변인은 “우리는 ‘평화통일, 일국양제’ 기본 방침을 견지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한다”며 “국가 주권과 영토의 온전함을 결연히 지키고 어떤 형식이든 ‘대만 독립’ 분열 도모 행위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공개적 반대 표명이었다.

이와 함께, 마샤오광 대변인은 ‘92공식(九二共識)’ 유지도 언급했다. 92공식이란 1992년 중국과 대만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 대만은 중화민국이란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를 말한다. 한 마디로 일국양제를 의미한다.

차이잉원 총통은 지난 2019년 1월 92공식에 대한 입장을 천명했었다. 타이완 총통으로서 92공식을 수용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이다. 타이완 독립 의지를 밝힌 것이다.

같은 날 1월 12일, 중국 외교부 겅솽 대변인은 웹사이트에 올린 논평에서 “타이완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며, “타이완 섬 안의 정세가 어떻게 변화하든지 세계에는 단 하나의 중국만이 있고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이란 기본사실은 변할 수 없다”고 했다.

 

미중 패권 전쟁적 관점에서 보는 북미 관계

2018년 11월 24일 일요일 치러진 타이완 지방선거. 집권 여당 민진당은 참패했다. 이로 인해 차이잉원 총통은 바로 당 주석직에서 물러났고, 차기 총통 선거에서 재선이 불가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닥쳐왔다. 당시 타이완은 중국 굴기의 위세에 짓눌렸다.

그런데 1년 만에 상황 반전이 일어났다. 레임덕이 닥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차이잉원 총통은 오히려 지난 2016년 총선보다 더 많은 득표를 기록했다. 왜 그랬을까?

전문가들은 홍콩 시위의 여파가 영향을 끼쳤다고 해석한다. 반년을 넘게 이어진 홍콩 시위가 2019년 11월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세력 압승으로 이어졌고, 이런 분위기가 타이완 총통 선거에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심층적으로 보면, 미중 패권전쟁의 결과로 볼 수도 있다. 타이완 총통 선거의 저변에는 중국 굴기를 견제하는 미국이 있다. 미국은 2019년 11월 25일 상하원에서 홍콩 인권법을 통과시켜,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했다. 또 2019년 9월 미국 상원을 통과한 위구르법을 강화해서, 2019년 12월 3일 미국 하원이 찬성 407표 대 반대 1표라는 압도적 표차로 가결했다. 홍콩 인권법 가결 6일 만에 통과시킨 법안이다.

미국은 홍콩 인권법과 위구르법을 통과시킴으로써 국제사회에 중국의 인권문제를 강력히 거론한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타이완 총통 선거는 무역 갈등에 이어, 인권문제까지 미국이 거론한 미중 패권전쟁의 일환이다. 미중 갈등의 결과인 셈이다.

위구르는 중국 북쪽, 홍콩은 중국 서쪽, 대만은 중국 남쪽이다. 동서남북 4방위 가운데 중국 3방위를 압박한 미국. 그렇다면 나머지 한 곳, 동쪽도 압박하지 않을까?

중국 동쪽은 어디일까? 바로 북한이다. 북한은 굴기를 외치는 중국의 급소가 될 수 있다. 미국의 북한 압박은 위구르, 홍콩, 타이완의 충격과는 비교할 수 없다. 미국이 중국의 급소인 북한을 압박하면, 2020년 동북아 정세는 순식간에 급변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