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평가가 '2020년 주요 산업 전망 및 신용등급 방향성 점검'을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송태준 실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장서윤 기자

[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작년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금융위기 때보다 이례적으로 급격히 저하됐다는 조사결과와 함께 전체 28개 산업 분야 가운데 신용등급 전망이 긍정적인 산업분야는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신용평가업체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9일 여의도 신한금융투자빌딩 신한Way홀에서 ‘2020년 주요 산업 전망 및 신용등급 방향성 점검’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송태준 한기평 평가정책본부 평가기준실장은 “추세반전은 올해도 어려울 것이며 등급 하락 우위 기조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 실장은 “지난해 신용등급 하락 우위의 강도가 심해졌다”면서 “그 배경은 무엇보다도 예상을 뛰어넘는 기업 실적 저하”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 상장 기업들의 매출이 정체된 가운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며 “금융위기 때도 기업실적이 이 정도까지 나빠지지는 않았으며 이는 매우 이례적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상장 기업들의 작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0%가량 감소했다"며 "최근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도 연간 누적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났다"고 부연했다.

▲ 출처= 한국기업평가

지난 한 해 동안 한기평이 신용등급을 떨어뜨린 기업은 21곳이었다. 상향 조정한 기업은 12곳에 불과했다.

특히 비교적 등급이 높은 'BBB-'급 이상 '투자 등급 기업들은 등급 상승 기업 수를 하락 기업 수로 나눈 '신용등급 상하향 배율'이 2017년 1.11배, 2018년 1.75배를 기록해 2년 연속 1을 넘었으나 지난해는 0.71배로 급락했다.

2017∼2018년에는 투자 등급 기업 가운데 등급이 오른 기업이 떨어진 기업보다 많았지만, 지난해에는 떨어진 기업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 출처= 한국기업평가

한기평의 신용등급 상하향 배율이 1을 밑도는 현상은 2013년(0.54)부터 작년까지 7년 연속 이어졌다. 한기평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신용등급 상하향 배율은 2015년 0.16배를 기록한 이후 2016년 0.45배, 2017년 0.63배, 2018년 0.88배 등 3년 연속 상승했으나 작년에는 다시 하락한 0.57배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송 실장은 "7년째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이 오른 기업보다 많았는데, 이는 과거에 목격하기 어렵던 현상"이라며 "한국 경제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라고 말했다.

▲ 출처= 한국기업평가

송 실장은 올해 신용등급과 관련한 주요 요소로 개별 기업들의 실적 회복 정도와 재무 부담 통제, 미·중 무역 분쟁 재발 여부, 국내 총선과 미국 대선, 중동 불안 등을 꼽았다.

송 실장은 "내수 침체 속에 미국과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무역분쟁도 아직 완전히 해결된 상태가 아닌데다가 미국 대선이라는 정치적 이벤트 등도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산업별 실적 방향성은 전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저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미국,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밝지 않아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기업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등급 전망과 사업환경 전망이 우호적인 회사는 없다"고 설명했다.

▲ 출처= 한국기업평가

올해 신용등급 전망에 대해서 전체 28개 산업 분야 가운데 24개는 '중립적', 4개는 '부정적'이며 '긍정적'인 분야는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분야는 생명보험과 부동산 신탁, 디스플레이, 소매유통 등이다.

다만 송 실장은 "조선이나 건설업 등 취약한 업종의 구조조정은 지난 몇 년에 걸쳐 대부분 일단락된 것으로 보이며, 올해 안에 국내 기업들의 연쇄적인 부도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 출처= 한국기업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