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공사비만 9200억원에 달하는 강북 초대형 정비사업인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이 다시 한번 유찰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지난해 10월 진행된 첫 번째 시공사 입찰에서는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이 참여했지만 조합측이 긴급 대의원회를 통해 현대건설의 입찰 무효를 선언하면서 입찰 자체가 무위로 돌아갔다. 현대건설은 이후 입찰무효 가처분 소송에서 패소해 재입찰에도 참여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 때문에 갈현1구역 재개발 조합이 진행한 두 번째 입찰은 '롯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2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는 다르게 입찰 마감기한인 9일까지 롯데건설만 단독으로 입찰에 응하면서 재입찰은 결국 또다시 유찰됐다.

갈현1구역 입찰이 두 번 연속 유찰되면서 해당 조합은 수의계약 체결이라는 새로운 선택지도 가지게 됐다. 하지만 수의계약을 선뜻 진행하기에는 기존 조합원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제 수의계약이나 수의계약을 통한 컨소시엄이 진행될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재개발 조합, 당혹 속 오후 내내 회의 이어가

당초 입찰이 예정됐던 현대엔지니어링이 마감 시한까지 입찰에 응하지 않으면서 조합과 조합원들은 적잖이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입찰 마감 시한인 두 시를 넘어가 유찰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조합 집행부에서는 오후 내내 연속해서 릴레이 회의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사무실의 관계자는 “GS건설이 빠지고 롯데와 현대엔지니어링이 입찰할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롯데(건설)만 넣었다. 두 번 유찰된 상황이다. 지금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갈현1구역의 재개발 조합의 한 조합원은 “조합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 측이 제안서와 설계 자료까지 만들었다고 알고 있어서 최종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갑자기 이렇게 유찰이 진행되어서 집행부도 당혹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해당 조합원은 “현대엔지니어링과 롯데건설의 입찰 경쟁을 통해 제안서 등을 비교하기를 원하는 조합원이 많았다. 첫 번째 유찰과 현대건설 소송건에 이어 이번 입찰도 결국 최종 유찰이 돼서 조합원들이 실망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총 공사비와 조합 제시 예산이 맞지 않아 최종 입찰에 응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해당 관계자는 “사업성 측면에서 조합이 제시한 평당 공사비 등의 총 예산이 기존에 편성한 비용의 금액과 맞지 않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내부적으로 결국 입찰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향후 다시 재입찰을 진행할 지 등의 추후 대응에 대해 아직 논의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합원 반발 우려에 수의계약 선택할지는 미지수

한편 지난 입찰에 이어 이날 재입찰도 유찰되면서 해당 재개발 조합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9조 등과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라 수의계약 체결도 가능해졌다. 다만 정비업계와 조합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재개발 조합이 바로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다소 부담이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구철 미래도시시민연대 재건축지원조합단장은 갈현1구역은 이미 두 번째 유찰이 된 상황이라 수의계약보다는 추가입찰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입찰이 유찰이 됐다고 바로 수의계약을 진행하기는 힘들 것이다. 1차에 입찰된 것을 유찰로 돌렸던 만큼 수의계약을 진행해도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조합원들 반발이 클 수 있다”고 답했다.

김 단장은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입찰 경쟁을 붙이면 더 좋은 업체가 들어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고 이런 상황에서 수의계약을 체결하면 집행부가 특정 시공사를 우대한다는 반발이 커질 수 있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이나 GS건설을 지지하는 조합원들이 반발할 수 있다. 일부 조합원들은 지난 번 현대건설 입찰 무효 결정도 집행부의 특정 시공사 선호로 인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마저 품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김 단장은 “자칫하면 내홍이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집행부가 수의계약을 진행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조합의 조합원도 수의 계약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정 건설사 이슈보다는 수의계약으로 인한 컨소시엄 등을 원하지 않는 조합원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한 조합원은 “2회 유찰로 수의계약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은 사실이고 관련해서 조합에서 추후 논의를 할 것이라는 것도 사실이다”라면서도 "조합원들 일부는 여전히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있다. 특정 시공사 호불호의 문제라기보다는 경쟁입찰을 통해 유리한 조건으로 체결하기 쉬운 만큼 경쟁입찰을 지지할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반포1단지 3주구’도 현대산업개발과 수의계약 체결을 추진하다가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사업이 지연된 바 있다. 수의계약이 매끄럽게 진행되면 모르지만 가뜩이나 일부 조합원이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만든 상황인데 자칫 집행부가 수의계약을 강행하면 분쟁 등으로 사업이 더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해당 관계자는 “조합원들은 아무래도 컨소시엄이나 수의계약보다는 단독 시공을 원하는 경우가 다수다. 컨소시엄이나 수의계약을 하게 되면 추후 하자 등의 문제나 조건 변경 등이 까다롭다는 반응이 많다”고 덧붙였다.

갈현1구역 인근의 부동산관계자는 사업 방향이 불투명해졌고 어떤 선택을 하건 사업 지연은 피할 수 없다면서 향후 사업 추진에 장기적인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해당 업자는 “조합도 현재 조합원들 의견 일단 수렴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 결정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수의계약을 진행하건 시공사 선정 과정을 밟건 사업 자체의 연기를 피할 수 없다”면서 “일단 유찰이 결정되면 해당 사업장의 주택 시세는 당연히 내려간다고 봐야 한다. 사업 지연이 일단 확정 되는 것이라 매수세도 떨어지게 된다. 안 그래도 12.16 대책 이후로 시장과 정비사업이 어수선해진 상황인데 엎친데 덮친 격이다. 장기적으로는 악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