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사회가 점점 고령화되면서 ‘케어푸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식품업계가 차세대 먹거리로 케어푸드를 주목한 것이다. 케어푸드는 주로 노인과 환자를 위한 음식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건강상의 이유로 일시적인 신체 기능이 떨어지거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 산모, 어린이 등 맞춤형 식품이 필요한 사람을 모두 대상으로 하고 있다.

케어푸드 시장은 고령화 사회로 갈수록 함께 성장하는 구조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14.9%에 이르며, 2025년에는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012년 6조 수준이던 고령식품산업 시장 규모가 매년 성장해 올해 17조63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케어푸드 시장은 계속해서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케어푸드 시장의 규모는 2012년 5816억원에서 2015년 7903억원으로 급성장했다. 2017년에는 1조100억원을 넘어섰으며,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올해는 2조원대까지 커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국내 시장은 아직까지 글로벌 성장세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환자와 고령자뿐 아니라 유아식, 다이어트 제품 등 다양한 용도의 케어푸드가 인기를 얻고 있다. 글로벌 케어푸드 시장은 올해 3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 신세계푸드 이지밸런스를 활용한 상차림. 출처=신세계푸드

케어푸드 종류에는 저작(음식을 입에 넣고 씹음) 기능의 저하를 보완하기 위한 연화식은 물론 인두, 식도 근육이 약해져 연하(음식을 삼키는 행위)가 곤란한 경우 이를 돕는 연하식으로 나뉜다. 특히 연하식은 음식을 삼키는데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 및 환자를 위해 점도를 조절한 식품과 원활한 수분 공급을 위한 보충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주로 병원과 요양시설 뿐 아니라 퇴원 후 가정에서 치료 중인 고령자에게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식품업체들은 먼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앞 다퉈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현대그린푸드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2017년 국내 최초로 연화식 브랜드 ‘그리팅 소프트’를 론칭했다. 처음에는 B2B 제품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단체급식이 아닌 가정간편식(HMR)용으로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동파육, 소갈비찜, 등갈비찜, 고등어 조림 등 5~6분 정도만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먹을 수 있는 완전 조리형 연화식 위주다.

▲ 현대그린푸드 연화식 HMR 그리팅. 출처=현대그린푸드

그리팅 소프트는 시범 생산 시설을 통해 생산돼 현대백화점 4개 점포 식품관 및 온라인몰 ‘더현대닷컴’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에 따르면 매월 90% 이상의 제품 소진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올 상반기 가동 예정인 경기도 성남시 ‘스마트 푸드센터’에 연화식 전문 생산 라인을 갖추고 본격적인 연화식 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아워홈도 같은 시기 효소를 활용해 육류, 떡 등의 물성을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그 동안 병원, 요양원, 어린이집 등에 단체 급식 형태로 이뤄졌지만 자사의 연화식 브랜드 ‘행복한 맛남 케어플러스’은 이달 중으로 B2C 시장에 연화식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병원에서 축적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 피드백을 반영해 맛은 물론 식감, 영양을 강화한 양념육 신제품을 내놓는다는 설명이다.

CJ프레시웨이는 2015년 시니어 전문 식자재 브랜드 ‘헬씨누리’를 론칭했다. 영양 공급을 넘어 면역력 증강과 만성질환 예방 등 치료에 도움을 주는 식단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풀무원 계열 식자재 유통전문기업 푸드머스는 2015년 시니어 전문 브랜드 ‘소프트메이드’를 선보였다. 고령자의 치아 저작 능력을 4단계로 분류해 맞춤 제품과 고령자 전용 식이요법 상품 등을 내놨다. 

▲ 아워홈 B2B 연화식 양념육 4종. 출처=아워홈

신세계푸드는 지난 7일 가장 최근에 케어푸드 시장에 진출했다.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이지밸런스’ 론칭과 동시에 신규 개발한 연하식 5종을 선보였다. 대부분 연화식을 통해 케어푸드 사업에 기진출한 국내 기업들과 달리 연하식을 선보이며 차별화했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출시된 이지밸런스 ‘소불고기 무스’, ‘닭고기 무스’, ‘가자미구이 무스’, ‘동파육 무스’, ‘애호박볶음 무스’ 등 5종은 음식 본연의 맛을 구현하면서도 삼킴이 편하고 혀로 가볍게 으깨 섭취할 수 있을 정도로 경도, 점도, 부착성 등을 조절해 만든 케어푸드다. 별도의 조리과정 없이 용기째 중탕 또는 콤비오븐에서 가열 후 섭취할 수 있다는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신세계푸드는 특히 우리나라가 65세 이상 인구가 2018년 14%를 넘어섰고, 고령자의 증가가 가속화됨에 따라 소량팩 또는 가정간편식 형태의 연하식을 제공할 경우 향후 케어푸드 시장에서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첫 출시한 이지밸런스 연하식 5종 외에 추가로 제품을 개발해 요양원, 대형병원 등 B2B 시장을 공략한 후 향후 B2C 시장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 신세계푸드 이지밸런스 소불고기 무스. 출처=신세계푸드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국내 유수 대학들과 임상실험을 거쳐 이지밸런스 연하식의 뛰어난 영양성분과 안정성을 확인했다”면서 “병원 위탁급식과 가정간편식 제조를 통해 쌓은 노하우를 접목해 만든 신세계푸드만의 케어푸드로 시장을 성장시켜 가겠다”고 말했다.

케어푸드 제품은 본래 고령자나 환자를 위해 출시됐지만 최근 B2C간의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HMR형태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이를 찾는 일반 소비자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씹는 맛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맛이 일반식보다 떨어져서 처음에는 많이 꺼려졌지만, 제품의 종류도 다양화되고 영양분은 그대로 들어있어 소화가 힘든 일반인들도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고령사회로 접어든 만큼 노인을 대상으로 한 케어푸드 시장은 물론 유아식, 다이어트 제품 등 다양한 용도의 케어푸드가 인기를 끌 것”이라면서 “신세계까지 진출한 것으로 봐서 아마 올해는 케어푸드 시장이 식품업계 격전지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